주간동아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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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3만 시민 한강서 ‘통일’ 외쳤다

‘2025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 개최… ‘케데헌 까치호랑이’ 드론쇼 밤하늘 수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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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8-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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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5일 ‘2025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한강대축제) 드론쇼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더피’의 모티프가 된 까치호랑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유튜브 채널 ‘seoul_4k’ 캡처

    8월 15일 ‘2025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한강대축제) 드론쇼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더피’의 모티프가 된 까치호랑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유튜브 채널 ‘seoul_4k’ 캡처

    8월 15일 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일대에서는 드론 1200여 대가 한반도 역사와 통일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그리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더피’의 모티프가 된 까치호랑이, 유관순·안중근 열사의 얼굴이 담긴 독립문, 하나 된 한반도가 돋보이는 지구본 등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이모 씨는 이날 드론쇼를 감상한 뒤 “해방과 동시에 분단 역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진정한 광복은 통일과 함께 오는 것 같다”며 “우리(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좀 더 숙고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2 한강의 기적’ 한반도 통일로”

    이날 드론쇼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2025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한강대축제)의 하이라이트 행사였다. 한강대축제는 ‘한강의 기적을 넘어, 국민대통합과 한반도 통일로’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문화의 힘을 통한 통일 한반도 실현의 새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한강대축제 조직위원회(대회장 정운찬, 공동조직위원장 정우택·이종걸)가 주최하고 통일부와 서울시가 후원했으며, 사전모금 행사인 ‘십시일반 캠페인’에 1697명 시민이 참여해 약 6억5443만 원 후원금이 모였다.

    한강대축제는 이날 3만여 명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서인택 한강대축제 총괄실행위원장의 개회 선언, 탈북 가수 이채원의 애국가 제창으로 막을 올렸다. 정운찬 대회장은 환영사에서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분단 80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로, 지난 세기의 희생과 헌신을 되새기는 동시에 미래 혁신을 설계해야 할 중대한 전환점”이라면서 “그 미래는 남과 북, 진보와 보수, 세대와 지역을 초월해 세계 시민이 함께 만드는 통합의 지평이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코리안드림”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공동조직위원장은 “이제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 통일의 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면서 “이념·진영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통일을 내 삶의 문제이자 공동의 과제로 받아들일 때 통일은 추상적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조연설에 나선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은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독립운동과 1945년 해방을 이끈 선대의 정신(DNA)이 깃들어 있다”며 “일제강점기 고난 속에서도 자주독립과 세계에 기여하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실천했던 선조들의 꿈을 이어, 이제 우리가 ‘아주’(我主: 내가 주인이다) 정신으로 통일 비전을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리안드림을 국가 비전으로 채택한 뒤 북한에 제시하고 △통일부를 초당적 민간 자문기구로 개편하며 △코리안드림을 미래 세대에게 교육시켜 국민통합형 통일 국가를 실현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강대축제에서 정운찬 한강대축제 조직위원회 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강대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한강대축제에서 정운찬 한강대축제 조직위원회 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강대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트로트 가수 김다현 등 축하공연

    2부 행사에서는 ‘새시대통일의노래 캠페인’의 7번째 특별음원 ‘코리안드림, 오라 영광의 빛이여’ 첫 라이브가 공개됐다. 보이스코리아 출신 여성 보컬 4인방 ‘손이지유’(손승연·이예준·지세희·유성은)와 역사어린이합창단,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췄다. 2015년 시작된 새시대통일의노래 캠페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번 특별음원은 ‘아가씨’ ‘택시운전사’ 등 영화음악을 담당한 홍대성 음악감독이 작사·작곡했으며 7월 30일 국내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표됐다.

    이어 드론쇼와 트로트 가수 김다현·손이지유·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의 축하공연, 광복 80주년 기념 불꽃쇼가 펼쳐지며 막바지 열기를 끌어올렸다. 한강대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열정으로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문화 힘에 기반한 통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통일, 한국 젊은 세대에게 무한한 기회 열어줄 것”

    문현진 GPF 의장 “높은 실업률, 저출생에 따른 세금 부담에서 젊은 층 해방시킬 변곡점”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 이상윤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 이상윤

    “통일은 한국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변곡점이다. 높은 실업률, 저출생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 등으로부터 그들을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 한국에서는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새롭고 무한한 기회가 열릴 것이다. 자신의 미래가 달린 통일 문제에 젊은 사람들이 더 신나게,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바란다.”

    ‘2025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한강대축제)를 총괄 기획한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은 8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문 의장은 “코리안드림을 의무 교육화해 젊은 세대에게 통일이 엄청난 기회라는 사실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반응할 때 정치권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2010년 GPF, 2012년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을 창설한 뒤 민간 주도의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광복 80주년에 맞춰 대규모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우리 가문은 종증조부(독립운동가 문윤국)부터 선친, 그리고 나에 이르기까지 평생 통일 문제에 관여해왔다. 독립운동가들의 열망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홍익인간) 이상 국가, 즉 평화 통일 국가를 이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복 80주년이 새 시대를 열어갈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지금 세계는 혼란 속에 있고 한국도 전 대통령 탄핵, 정치적 분열 등으로 불확실성이 넘친다. 모든 게 광복 80주년과 맞물려 절정에 달했다. 이때 한국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건 어떤 비전을 갖느냐일 것이다.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한국의 장래가 굉장히 밝을 수도, 반대로 굉장히 어두울 수도 있다.”

    비용 문제로 통일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 오해는 독일 통일 직후인 30여 년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 비롯됐다. CIA는 독일 통일 모델을 토대로 ‘모든 비용을 남한이 부담한다’는 잘못된 전제 하에서 한반도 통일 비용을 계산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민간 자본과 투자가 있고, 독일이 한 실수를 반복할 필요가 없다. 학자들이 해당 보고서를 추가로 분석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나는 학문적 엄밀성을 가진 학자들이 통일의 잠재적 가치를 밝히기를 바란다. 미국은 현재 한국 안보를 위해 엄청난 군사 주둔비와 방위비를 쓰고 있는데, 통일과 비핵화가 이뤄지면 이런 비용이 한국 개발에 상당 부분 투입될 수 있다. 또 2500만 명의 동일 언어·문화권 인구가 추가돼 내수경제도 확대될 것이다. 통일이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끌 원동력이 될 거라는 얘기다. 그러니 남한 국민, 특히 젊은이들이 모든 통일 비용을 짊어지게 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코리안드림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제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갖는지 알려달라. 

    “코리안드림은 단순히 한반도 통일만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에서도 응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가진 틀이다. 이는 한민족이 가진 뿌리 깊은 비전인 홍익인간에서 출발한다.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이상, 공공선을 향한 도전인 셈이다. 특히 식민지·분단 경험을 공유하는 남반구 국가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추후 통일 한국은 세계 주요 5개국(G5)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중심 국가로 거듭나게 될 텐데, 이때 한국 모델과 서사에 공감하는 국가들은 일종의 연방제처럼 하나로 묶이게 될 것이다. 현재 필리핀 한 대학에서는 책 ‘코리안드림’을 정식 교재로 채택하려 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인류 전체가 배우고 영감을 얻을 만한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왜 북한 비핵화가 아닌 통일이 최우선 과제인가.

    “간단하다. 김정은은 이미 통일을 포기하고 남한과 북한이 완전히 분리된 국가로 인정받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체제와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인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본질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일이 되면 북한 정권이 사라지고 핵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그러니 비핵화만 얘기하는 건 문제의 근본을 비켜가는 것이다.”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정책을 펴는 통일부 때문에 한반도 통일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본다. 보수 정부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완전히 끊고, 진보 정부에서는 지원도 하고 만남도 가졌지만 양쪽 모두에서 달라지는 게 없었다. 젊은이들이 통일을 굉장히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일견 이해는 된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 입김이 미치지 않는 비정부 민간 자문기구가 통일부를 대체하고, 정치와 무관하게 통일에 대한 일관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정부에 조언한다면.

    “탄핵 사태 때 ‘미국이 보수 정부이니 한국도 보수 정부인 편이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진보 정부가 들어섰고, 이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과거 진보 정부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르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념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국익 차원에서 실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현 이후 국제 정세, 관세·무역정책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 구조를 충분히 고려해 모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서는 유연한 대처도 필요하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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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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