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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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엔비디아 연합’ 등장, 소비자에 다양한 선택지 제공

구글·MS·인텔·AMD 등 동맹 결성… 더 빠른 AI 기술 촉진 효과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4-07-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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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가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AI)은 2010년대 급성장했던 스마트폰 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생성형 AI 등장을 가능케 한 거대언어모델(LLM)만 해도 챗GPT 외에 구글 검색과 포토샵을 비롯한 기존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등 다양한 영역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그저 뜬구름 잡는 미래상이 아닌 그야말로 ‘보편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AI 산업 발전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다.

    [각사 제공]

    [각사 제공]

    엔비디아 GPU 중심 AI 반도체 시장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선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AI를 구동하려면 LLM이 있어야 하고, 이 LLM을 개발·가동하는 과정에선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이 같은 컴퓨팅 파워의 근원이 바로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칩셋이다.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기업이다. 엔비디아가 만드는 GPU는 워낙 고성능이라 시장에서 표준으로 통용될 정도로 보편적이다. 그 덕에 엔비디아 GPU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GPU가 빠른 속도로 작동하려면 그에 걸맞은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바로 그것이다.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엔비디아 GPU와 SK하이닉스 등이 납품하는 HBM을 패키징해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이처럼 일련의 공정에서 협업하는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동맹을 결성한 모습이다.

    한편 ‘엔비디아 타도’를 외치는 기업들의 합종연횡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인텔, AMD, 브로드컴, 시스코, HP엔터프라이즈(HPE)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AI 칩 관련 기술 표준을 마련하는 등 반(反)엔비디아 노선을 걷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울트라 가속기(UA) 링크’라는 기술 표준을 통해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반엔비디아 연합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텔이 파운드리, AMD와 브로드컴이 팹리스를 맡고, 그 외 기업은 AI 작동에 필요한 각종 솔루션과 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라 할 수 있는 구글, MS, 메타 등 빅테크가 반엔비디아 연합에 참여한 게 주목된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이들 빅테크가 새로 개발한 AI 칩셋의 수요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엔비디아는 시장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고객사 지원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강자인 삼성전자는 엔비디아-SK하이닉스 연대에 맞서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차세대 HBM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패키징 생산도 가속화해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의 일각을 차지하기 위한 일에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TSMC의 역할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만약 이 같은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공급망 복잡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자 첨단 패키징 기술과 HBM4를 토대로 고성능 메모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반도체 경쟁 격화,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

    엔비디아가 독점하던 AI 반도체 시장에 반엔비디아 연합이 등장한 것은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기업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나아가 ‘개방형 표준(open standard)’이 마련된다면 AI 기술이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AI가 결합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는 이점이 있다. 한때 칩셋 최강자였던 퀄컴과 클라우드 시장 1위 업체 아마존,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애플, 세계 첫 AI 폰을 출시한 동시에 AI 반도체 시장에서 권토중래하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저마다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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