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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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앞두고 벌벌 떠는 ‘김치코인’

정체불명 ‘상장 폐지 예상 목록’ 떠돌아 알트코인 시장 흉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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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7-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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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폐 시즌 다가온다. 7월 19일 결전의 날 무섭다.”

    “600개 종류 코인을 심사해서 상폐한다고? 우리나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도 안 한 걸 한국에서? 외국 것은 손도 못 대고 김치코인이나 국내 상장된 것만 하겠지. 상폐하든 안하든 김치코인은 악재라, 당분간 외국 메이저 알트코인이 안전하겠다.”

    6월 24일 서울 강남구 한 가상자산 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6월 24일 서울 강남구 한 가상자산 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국내 600여 가지 코인 ‘거래 유지’ 심사 전망

    국내 암호화폐(코인)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알트코인의 무더기 상폐(상장폐지)와 시세 폭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결전의 날’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7월 19일을 가리킨다. 이 법은 암호화폐 투자자의 보호조치 강화가 뼈대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사업자 신고가 말소될 경우 은행이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직접 지급하는 등의 조치가 담겼다.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이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일부 투자자가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금융당국 지원을 받아 마련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7월 2일 발표했다. 분기별로 각 거래소가 상장된 가상자산들을 대상으로 ‘거래 유지’ 여부를 심사하는 게 핵심이다.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장치, 기술 및 보안 수준, 법규 준수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암호화폐는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후 상장폐지될 수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일종의 상장폐지 잣대가 적용돼 이들 가상자산의 상장 유지 여부가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거래소를 비롯해 금융당국에 신고된 29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600가지에 달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암호화폐 관련 ‘상폐(상장폐지) 예상 목록’.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암호화폐 관련 ‘상폐(상장폐지) 예상 목록’.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규제 강화는 암호화폐 투자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해외가 아닌 국내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이나, 국내 기업이 발행한 김치코인을 중심으로 무더기 상장폐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일부 투자자의 우려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상폐 예상 목록’이 떠돌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여파로 일부 알트코인 시세는 두 자릿수 하락을 나타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6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커뮤니티에 퍼진 ‘거래 지원 종료 목록’은 전혀 근거가 없다. 이 같은 대량 거래 지원 종료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거래를 지원하는 가상자산 유지 심사 프로세스를 구축해놓았다”고 밝혔다.



    최근 알트코인에 대한 투자심리는 계속 위축되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알트코인의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UBAI 지수는 6월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그래프 참조).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많은 한 전업투자자는 “최근 온라인에서 떠돈 이른바 ‘상폐 예상 목록’이 사실일 가능성은 적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알트코인 중 실제 가치와 안전성이 의심스러운 ‘잡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기에 개인투자자의 우려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조정도 부정적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조정기를 맞은 점도 알트코인 투자에 부정적인 조건이다. 3월 고점을 찍은 비트코인 가격은 횡보하다가 최근 하락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6월 24일 장중 한때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6만 달러(약 8320만 원)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이 당장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많지 않은 데다, 최근 시중 투자 자금을 엔비디아가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큰형님 비트코인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각종 알트코인의 투자 여건도 녹록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간 비트코인 시세가 크게 오르면 시간차를 두고 그 외 암호화폐 가격도 오르는 패턴이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암호화폐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비트코인을 정점으로 코인 간 위계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가 큰 메이저 코인 가격이 상승한다고 이른바 잡코인도 함께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투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조정 국면인 상황에서 알트코인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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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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