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왔다. 우울증 갤러리를 둘러싼 각종 범죄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원끼리도 유사 범죄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4월 26일 이곳 회원들은 신생 모임인 ‘◯◯팸’이 ‘여갤러’(여성 회원)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팸을 만든 남성 회원은 “만나서 친목을 해야 돈을 쓰겠다”거나 “경찰이나 기자일 수 있어 ‘유동’(익명 회원)은 받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며 활동하고 있었다. 이에 “조만간 ◯◯팸도 뉴스에서 보겠다”는 회원들 반응이 이어졌다.
JMS 등 위험 종교 빠지기도…
우울증 갤러리 내 신생 모임 ‘◯◯팸’을 만든 한 남성 회원의 댓글.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캡처]
우울증 갤러리가 범죄 표적이 된 이유는 회원 다수가 심신미약 상태인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그중 상당수는 사회적 편견 탓에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고 처방약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상담, 친목을 구실로 꾀어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우울증 약이라며 마약에 손을 대게 하는 등 우울증 갤러리를 매개로 한 범죄가 확산한 배경이다. 경찰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린지 하루 만인 4월 26일에는 ‘대치동 1타 강사’로 불리는 한 남성 학원 강사가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나 마약뿐 아니라 자살 조장, 불법 도박 권유 등 다양한 범죄에 아이들이 노출돼 있다”며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같은 위험 종교에 발을 들이게 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그 피해 양상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우울증 갤러리는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우울증 갤러리 일시 접속 차단을 요청했지만 방심위는 4월 27일 “법률 자문과 불법 게시물에 대한 추가 파악이 필요하다”며 의결을 보류했다. 디시인사이드에도 갤러리 폐쇄를 요청하는 경찰 공문이 전달됐으나 디시인사이드 측이 이를 거부했다. 자체 모니터링과 삭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늦은 새벽 올라오는 게시물이나 초성, 은어 등을 사용한 대화까지 전부 잡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 상담사 만날 창구 필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월 26일 “성범죄나 마약뿐 아니라 자살 조장, 불법 도박 권유, 위험 종교 가입 등 우울증 갤러리 내 피해 양상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신미약 상태인 미성년자가 커뮤니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관계자는 “해외에는 박사학위 이상의 전문 상담사(psychologist)가 학교, 지역 사회 곳곳에 배치돼 있다”며 “병원 외에 청소년이 전문성 있는 상담사를 만날 수 있는, 부담 없는 창구를 확충·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청소년 상담 관련 시설을 지원해 청소년이 고위험 커뮤니티가 아닌, 해당 시설에 자신의 우울감 등 정서적 어려움을 충분히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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