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9

..

무포장 가게 돕는 아로마티카, “화장품 소량 생산부터 용기재활용까지 실천을 선도하겠다” [제로 웨이스트]

  • reporterImage

    이한경 기자 사진 박해윤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0-12-16 14:30:2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로마티카는 무포장 가게 ‘알맹상점;과의 협업 이후 자체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 나섰다.

    아로마티카는 무포장 가게 ‘알맹상점;과의 협업 이후 자체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는 우리 사회에 쓰레기 없는 소비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안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6월 서울 망원동에 문을 연 무포장 판매 가게 ‘알맹상점’이 그 증거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들 사이에서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떠오르며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알맹상점’의 성공에는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물건을 사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1980~2004년생)의 호응이 컸다.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는 “세제를 리필할 때는 대용량 통에 달린 펌프를 눌러 원하는 만큼 빈 용기에 담아가면 되는데, 나이 든 분들은 직접 하는 것에 어색함을 표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그 과정조차도 즐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장품 용기는 제조부터 폐기까지 수명이 짧은 데다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는 소재가 복합 사용돼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이 많다. 더욱이 화장품은 용기 자체가 열리지 않아 내용물이 남는 경우가 많고 이를 세척하다 다른 용기까지 오염시키는 일도 잦아 ‘재활용의 악동’으로도 불려왔다. 그런데 알맹상점은 그런 화장품 용기를 제로 웨이스트의 생태계 안으로 끌고 왔다.

    자체 공장에서 벌크라인 공급

    올해 들어 화장품법 개정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 제조 및 소분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선뜻 대용량 제품 공급을 약속해주는 곳은 없었다. 원래 100kg, 200kg으로 생산되는 대용량 제품을 그보다 작은 20kg으로 소량 생산하는 것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위생 및 안전 문제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럴 때 선뜻 나선 곳이 ‘아로마티카’다. 아로마티카는 알맹상점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아예 20kg짜리 벌크(별도의 설명서나 박스 없이 내용물만으로 유통되는 제품) 라인을 신설하고 리필통 재사용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아로마티카는 국내 업체 중 리필 판매를 처음 시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알맹상점과 협업의 첫 단추를 꿴 아로마티카 마케팅팀 류누리 매니저는 “4월 알맹상점으로부터 ‘벌크로 화장품을 공급해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고 이것은 무조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 회사에 보고를 했고, 대표님으로부터 ‘좋다’는 승낙을 흔쾌히 받아 일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보니 6월 알맹상점 개장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존의 제품 생산일정을 조정해야 하고 위생 및 안전에 문제가 없는 리필통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벌크통을 사와 제품을 넣고 펌핑 테스트까지 한 뒤에야 사용량이 많은 헤어케어 제품은 20kg, 스킨케어 제품은 8kg이 적당하다는 답을 찾았다. 처음 벌크 제품을 생산하는 날에는 영업팀장이 경기도 오산 공장까지 가서 제품을 받아와 알맹상점에 직접 납품을 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그럼에도 가능했던 것은 저희 회사가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고 2004년 설립 이후 ‘지속가능한 뷰티’를 위해 계속 노력해왔기 때문입니다. 대표님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으세요.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사업에 몸담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시죠. 마케팅팀, 영업팀, 품질팀, 생산팀, VMD(비주얼 머천다이저)가 힘을 합쳐 리필, 벌크라인 생산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중심에 항상 대표님이 계셨어요.” 

    처음 벌크통 3개로 시작했던 알맹상점의 리필 스테이션에는 이제 11종의 제품이 입고돼 있다. 알맹상점의 도전을 누구보다 지지했던 아로마티카는 지금 알맹상점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 소비자가 보여준 호응 때문이다. 6월 알맹상점과 비슷한 시기에 서울 신사동에 브랜드 체험관 ‘하우스 오브 아로마티카’를 문 연 아로마티카는 11월 체험관 한 편에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하고 리필 판매에 나섰다. 샴푸를 비롯해 컨디셔너, 클렌저, 젤, 토너 등 총 18종의 상품을 리필할 수 있다.

    가격은 제품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본 제품 대비 20~35% 할인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브랜드의 대표 베스트셀러인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는 400㎖ 용량으로 2만 원에 판매되지만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면 30% 할인된 1만4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티트리 퓨리파잉 샴푸(400㎖, 2만 원)는 30% 할인된 1만4000원, 리바이빙 로즈 인퓨전 크림 클렌저(145g, 2만 원)는 20% 할인된 1만5950원, 에센셜 새니타이저 페퍼민트&레몬(200㎖, 1만4000원)은 35% 저렴한 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리필 스테이션을 방문한 모든 사람에게는 에센셜 새니타이저 페퍼민트&레몬 30㎖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빈 용기를 가져와 담아가면 된다.


    리필과 재활용으로 지속가능 뷰티 추구

    고객들이 보내준 용기를 수거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용기를 만든다.

    고객들이 보내준 용기를 수거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용기를 만든다.

    체험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벽에 적힌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리필 스테이션 바로 옆에 적힌 ‘아로마티카 제품 연 판매량 220만개. 우리가 줄인 플라스틱 쓰레기양 81t. 우리가 줄인 탄소배출량 137t’은 올해 들어 이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플라스틱 용기를 100% PCR(Post-Consumer Recycled, 소비 후 수거된 플라스틱을 재활용) 용기로 바꾸고 얻은 성과다. 유리 용기의 경우에는 90% 재생원료를 쓰고 있다. 

    그러면서 아직은 100% 재활용 용기를 적용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이 회사가 제안하는 것이 리필이다. ‘지속가능한 뷰티’를 위해 자원과 공정을 최소화한 패키지를 사용하고(REDUCE), 사용한 패키지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REUSE), 재활용 가능한 소재 사용을 위해 노력하는(RECYCLE) 등 3R을 실천 중이다. 2023년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재생 플라스틱, 유리 소재를 전 패키지에 사용하고 2025년 패키지 추적 관리 시스템을 통한 완전한 순환으로 쓰레기의 매립과 소각을 제로로 만들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한번 쓰고 버려지지 않도록 ‘패키지 재사용’ 문화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 회사가 리필과 함께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분리배출이다. 체험관 입구에 재활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단순히 뚜껑뿐만 아니라 화장품 용기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금속, 유리, 플라스틱 등으로 분리배출 하도록 하며 특히 플라스틱은 페트, 폴리프로필렌 등 종류에 따라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곳에 모인 재활용품들은 고객이 직접 가져오거나 택배로 보내준 아로마티카 용기들로, 모두 선별업체로 보내진 뒤 일정 과정을 거쳐 아로마티카의 신제품 PCR 용기로 재탄생된다. 이 회사 대표의 최종 꿈은 모든 라인을 리필이 가능한 벌크 라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류 매니저는 “지속가능을 꿈꾸는 클린 앤 뷰티로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것이 목표로,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로마티카 브랜드 체험관.

    아로마티카 브랜드 체험관.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주당 83만 원으로 상향 맞불

    ‘한동훈 공격 사주’ 녹취 파문, 尹-韓 갈등 새 뇌관 김대남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