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주가 하락, 인사 실망감 반영”
서울 여의도의 한 20년 차 베테랑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연말 사장단 인사에 대한 주식시장 반응을 이렇게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정기 사장단 인사를 전격 단행한 11월 27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43% 하락한 5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튿날인 28일 주가는 전날보다 1.42% 내린 5만5500원을 기록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사에 대한 실망 매물이 나온 것이다. 이제 주가 5만 원도 어렵다” “인사 혁신이 아니라 승진·전보 인사에 불과하다”는 개인투자자의 비판이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시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 같은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 안팎에서 위기론이 비등하자 이번 인사에서 대대적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잖았다. 하지만 실제 인사는 부회장 3인 등 핵심 수뇌부를 유임하고 사장급만 교체했다는 점에서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장(왼쪽부터). [삼성전자 제공]
한진만 신임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왼쪽)과 김용관 신임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전자 제공]
이번 인사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교체했다”며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리스크’에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 확대
삼성전자 인사가 발표된 11월 27일 국내 반도체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HBM 시장을 선점하며 기세를 올려온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4.97% 급락한 16만8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해외 기업을 상대로 보조금 축소, 관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트럼프 리스크’가 재확인된 여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가 11월 26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 유력 각료가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히자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무역대표부 대표에 강경 매파로 꼽히는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했다. 그리어는 평소 “미국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후 무역적자 폭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1월 15일 자사주 10조 원 매입 발표, 27일 인사 발표에도 아직 확실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변화와 쇄신 ‘메시지’뿐 아니라,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AI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고 밝혀 시장 기대감이 크다”며 “삼성전자는 그간 전망만 무성하던 엔비디아 납품을 하루빨리 성사시켜 HBM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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