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에서 약 2000광년 떨어진 PSR J2322-2650b 행성.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행성이 둥근 이유는 자체 중력이 사방에서 거의 균등하게 작용해 물질을 중심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이 힘은 울퉁불퉁한 구조를 눌러 없애고 천체를 구형으로 정돈한다. 지구도 자전 때문에 적도가 약간 불룩하지만, 적도 지름과 극지름의 차이가 0.3%에 불과하다.
펄서 곁에서 발견된 의문의 행성
그러나 PSR J2322-2650b는 다르다. 연구진의 이론 모델에 따르면 극지름에 비해 적도 방향이 약 38% 늘어나 레몬 또는 럭비공에 가까운 형태로 추정된다. 일반 항성이 아닌, 펄서 주위를 돌기 때문이다. 펄서는 초신성 폭발 뒤 남은 중성자별로, 태양급 질량이 극단적으로 압축된 밀도 높은 천체다. 빠르게 회전하면서 자기극 방향으로 전파 빔을 쏘아 올리는데, 이 빔이 지구를 스칠 때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신호가 도착한다. 그 주기가 워낙 안정적이라 펄서는 ‘우주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로 불린다.PSR J2322-2650b의 존재는 바로 이 우주 시계의 미세한 흔들림에서 드러났다. 2017년 호주 파크스 전파망원경 자료를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파 도착 시간이 약 7.75시간을 주기로 조금씩 앞당겨졌다가 늦어지는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보이지 않는 동반천체의 중력이 펄서를 흔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렇게 존재가 드러난 동반천체가 바로 PSR J2322-2650b 행성급 천체다.
이 행성은 펄서에서 약 160만㎞ 떨어진 초근접 궤도를 돈다. 지구-태양 거리의 1%에 불과한 거리다. 이 정도로 가까우면 펄서의 중력이 행성 전체에 균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펄서를 향한 면과 반대쪽이 받는 중력 차이, 즉 조석력이 커지면서 한 방향으로 늘어나는 힘을 지속적으로 받아 지금 형태로 변형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PSR J2322-2650b는 약 7.75시간마다 펄서를 한 바퀴 도는데, 자전 주기도 이와 같아서 항상 같은 면이 펄서를 향한다. 즉 달이 지구에 늘 같은 얼굴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행성의 한쪽은 계속 펄서 쪽으로 끌려가고, 반대쪽은 바깥으로 늘어진 채 고정된다.
연구진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이 행성의 대기 특성을 해석한 결과, 수소와 헬륨이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대기와 달리 탄소 원자 두세 개가 결합한 분자 탄소 신호가 관측됐다. 이는 기존 외계행성 대기에서 흔히 보고된 조성과는 크게 다른 결과다. 연구팀은 이 환경에서 미세한 탄소 입자가 응집해 ‘그을음’과 유사한 입자를 형성할 수 있으며, 내부의 극단적인 압력 조건에서는 탄소가 다이아몬드 구조를 이룰 가능성도 논의된다고 설명한다.
대기의 물리적 조건 역시 극단적이다. 모델 계산에 따르면 펄서를 향해 항상 에너지를 받는 쪽 온도는 수천℃에 이를 수 있으며, 그늘진 반대편 역시 수백℃ 넘는 고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 흐름은 행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인 서쪽으로 향해 강한 서풍 제트가 형성될 수 있다. 연구진은 조석 고정 상태에서 비롯된 극심한 온도차와 비대칭적인 에너지 유입이 이러한 이례적인 대기 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행성의 구성은 기존 어떤 형성 시나리오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블랙 위도 펄서’ 가설이다. 펄서가 가까운 동반별을 서서히 집어삼켰다는 것이다. PSR J2322-2650b는 원래 헬륨으로 이뤄진 작은 별이었으나, 펄서의 강력한 복사와 입자 바람에 질량 대부분을 빼앗기고 행성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는 시나리오다. 이 가설이 맞다면 이 천체는 행성처럼 보이는 별의 잔해인 셈이다.
행성의 정의를 뒤흔든 사례
1992년 천문학자 알렉산데르 볼시찬과 데일 프레일이 태양계 밖에서 최초로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약 2300광년 떨어진 펄서 PSR B1257+12 주변에서 행성 2개를 찾아낸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초신성 폭발을 겪은 극단적 환경에서 행성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확인된 외계행성은 5000개를 넘어섰다. 그러나 펄서 주변에서 발견된 행성은 여전히 드물다.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기존 행성계가 대부분 파괴되기 때문이다.조석력에 의해 행성이 변형된 사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허블 우주망원경과 유럽우주국의 CHEOPS(케옵스) 망원경은 약 15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103b가 럭비공 모양으로 찌그러져 있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PSR J2322-2650b의 변형은 이보다 훨씬 극단적이다. 펄서라는 특수한 환경이 “행성은 둥글다”는 상식마저 깨뜨린 셈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도 많다. 이 천체의 독특한 대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리고 그것이 펄서 환경에서 질량을 잃은 결과인지 태생부터 특이한 천체였는지 여부는 후속 관측을 통해 밝혀야 할 과제다. 논문 제1저자인 마이클 장 미국 시카고대 천문학과 박사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PSR J2322-2650b는 지금까지 확인된 행성 가운데 가장 극단적으로 찌그러진 사례”라며 “아직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천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