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은 대개 눈 주위에서, 특히 눈 가장자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보통 30대 이후부터 생기지만 20대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눈가에 가장 먼저 주름이 생기는 이유는 눈을 깜박이는 운동 때문이다. 눈가의 주름은 웃거나 얼굴표정이 바뀔 때 눈의 모양을 변하게 해주는 안륜근의 작용으로 피부가 접히고 펴지는 과정이 회복되지 못해 나타나는 노화 현상이다. 이처럼 눈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주름살을 ‘까마귀 발(crow’s feet)’이라고 한다. ‘crow’에는 ‘못생긴 여자’라는 뜻이 있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면 늙고 추하게 보이는 데다 그 모양이 까마귀 발을 연상시키는 탓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주름의 원리를 밝혀냄으로써 노화의 상징인 주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 멈췄을 때부터 노화 시작
지금까지의 주름살에 대한 이론은 주름살이 어디에 나타날 것인지를 예측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주름살의 진폭과 파장을 예측하고 주름살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어떤 얇은 막에서 생겨나는 주름살의 크기, 모양, 구조 등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일반적인 법칙을 발견하여 보고했다. 예를 들어 사과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이 쭈글쭈글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수분이 줄어들면서 속살은 작아지지만 껍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사과의 크기(지름)는 작아지는 데 반해 껍질의 표면적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주름이 생기는 것. 그러면 주름살의 파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연구팀은 주름살의 파장은 피부와 속살의 경쟁적인 이해관계에서 생긴 타협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얇고 넓은 피부는 여러 개의 작은 물결 모양(파동)보다 하나의 커다란 파동을 이루려고 한다. 반면 피부의 바탕이 되는 속살은 상대적으로 뻣뻣하여 가능한 한 여러 개의 작은 물결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피부와 속살의 이러한 상반된 특성과 주름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상반된 정도에 따라 생겨나는 주름(파장)과 그 성질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론에 따라 마른 사과와 건조한 손등 피부의 주름살 파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사과껍질이나 손등의 피부는 그 고유한 물질의 특성을 고려하면 추정값과 실제 측정값이 거의 일치했다. 사과껍질이나 사람의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구조를 이론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성형외과를 찾은 환자가 미간 주름을 없애는 시술을 받고 있다(왼쪽). 사과껍질과 피부는 동일한 구조로 돼 있다.
지금까지 얼굴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나 비타민C가 들어 있는 화장품, 또는 특수연고를 얼굴 전체나 주름 주위에 넓게 바르는 방법밖에 없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보톡스 효과를 봤다는 얘기에 주름 제거에는 보톡스만한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보톡스는 썩은 고기에서 자라는 세균인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에서 만들어지는 독 성분으로, 1g만으로도 수백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생물 무기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톡스는 근육을 부분적으로 마비시키는 특성 때문에 1980년대 초부터 신경질환이나 근육질환의 치료약으로 사용되다가 1990년대 들어 주름살 치료약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주름살을 만드는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살이 펴지게 하는 것이다.
피부의 구조
또한 이 이론은 앞으로 ‘까마귀 발’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종이, 유리, 금속, 실리콘에 생기는 결함(주름)을 방지하거나 제거하는 데 활용되어 표면이 깨끗하고 매끈한 재료를 생산하는, 새로운 차원의 기술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