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중견 간부로 잘 나가고 있는 K씨(40). 그는 요즘 불안하다. 자신의 술버릇 때문이다. 몇년 전까지는 술자리가 부담스러워도 출세를 생각해 회사의 접대 일을 자진해 떠맡았다. 그 덕에 입사 동기들보다 승진은 빨랐다. 그러나 3년 전 부장이 된 뒤부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먼저 술자리를 만들고, 술자리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먼저 취해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작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술 마시는 날이 일주일에 서너 차례 이상으로 늘어났고, 일단 술을 마시면 2차, 3차까지 가서 끝을 봐야 했으며, 술자리가 파한 뒤에도 혼자 일행에서 떨어져 또 한잔 하는 식이었다. 주위사람들과 싸움을 하는 경우도 빈번했고 길에서 쓰러져 잠이 든 때도 있었다. 며칠 전에도 부인이 경찰서에 가서 쓰러져 있는 상처투성이 K씨를 데려왔던 것이다.
과음은 기억장애 치매 유발
이튿날 출근길에 부인에게서 “당신 알코올 중독인 것 같아. 병원에 한번 가봅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버럭 화를 내고 나오긴 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내가 술이 좀 과한 건 사실이지만 중독은 아냐.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세 번이고 마셔야 소주 한두 병인데 뭘. 다른 남자들도 다 이 정도는 마시잖아?” 이렇게 자신을 애써 합리화하며 출근했지만 회의에 늦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자신의 술버릇 때문에 윗사람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는데…. K씨는 부인 말대로 알코올 중독이 된 걸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까. 그렇다. K씨는 알코올 중독에 걸렸으며, 따라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자라 하면, 수염도 깎지 않은 더러운 몰골에 술병을 든 채 공원 벤치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부랑자를 떠올린다. 아니면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다가, 술기운이 떨어지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움켜잡고 단숨에 마셔 버리고는 긴 숨을 토해내는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컬러스 케이지를 연상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 유감스럽게도 K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술 먹는 양과 횟수는 알코올 중독 진단과는 무관하다. 그보다는 술로 인해 심신의 건강, 사회적 직업적 기능, 가족관계 등에 문제가 생기면 알코올 중독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가족으로부터 “이제 술 좀 작작 마셔라, 지겨워서 못살겠다”는 불평을 듣는 순간, K씨는 이미 알코올 중독의 문턱에 와 있었던 것이다.
왜 K씨는 술에 취하면 공격적이 되고 난폭해질까. 술은 마취제나 신경안정제 같은 비특이성 중추신경 억제제다. 술에 의한 행동의 변화는 대뇌의 어느 부위가 가장 예민한지에 따라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충동 억제 중추가 예민한 사람이 술을 먹으면 충동 억제기능이 억제되므로 공격적이고 난폭하게 바뀐다. 반대로 각성 중추가 예민하게 억제되는 사람은 술만 마시면 잠이 들어버린다. 감정 조절중추가 예민한 사람은 술이 취하면 감정 조절 기능이 억제되어, 주위환경과 무관하게 웃거나 울거나 하는 양상을 보인다.
K씨의 부인은 누가 술을 먹고 급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 남편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화를 내지만, 부인 입장에서 안심이 될 리 없는 일.
갑작스런 과음은 위 점액의 분비를 촉진하여 위의 유문판이 닫히고, 따라서 구역질 및 구토를 유발한다. 이런 상태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는다면 구토물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할 수 있다. K씨도 이런 위험에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음후 술에서 깰 때 심한 두통을 경험한다. 이 두통은 알코올의 중간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와 술에 포함되어 빛깔과 맛, 향을 결정하는 혼합 물질과 인공 첨가제 등의 독성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시면, 각 술에 섞여 있는 다양한 혼합물들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숙취를 더욱 심하게 한다.
K씨의 경우처럼 알코올은 기억상실(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유발한다. 기억상실이 있는 음주자들은 자신이 술 취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을 해쳤거나 이상한 행동을 했을까봐 고통스러워한다.
알코올은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쉽게 잠들 수는 있지만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며 자주 잠을 깨게 된다. 잘 자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다. 이밖에 알코올은 불안발작과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지방간 간염 간경화 췌장염 식도염 위염 위궤양 심근증 통풍 등을 일으킨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다른 영양섭취를 소홀히 해 비타민 결핍 등으로 인한 영구 기억장애나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즉 K씨는 엄청나게 많은 정신, 신체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K씨는 병원에 가기가 두렵다. 알코올 중독자로 낙인찍히는 것도 두렵고, 일단 병원에 가면 정신과 폐쇄 병동에서 몇 달이나 치료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외래 치료만으로도 완치 가능
그러나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은 외래 치료가 가능하다.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 정신과 외래를 방문하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K씨가 술을 끊고 나서 손이 심하게 떨리고 손발에 땀이 나며 헛구역질과 구토불안, 경련발작 등의 심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고단위 비타민B 복합체를 처방받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 환자는 가벼운 금단 증상만을 경험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현재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족 특히 배우자가 치료에 협조하고 참여하는 것. K씨는 외래에서 의사를 만나 음주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교정받기 위한 인지행동요법을 받을 수도 있다. 중독 환자의 단주 기간을 연장시키고, 음주량을 감소시키는 아캄프로세이트와 날트렉손 등의 항갈망제를 처방받을 수도 있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음주 욕구를 감소시키고, 날트렉손은 술 마신 뒤 기분이 좋아지는 등의 알코올의 강화 효과를 억압하여 과음을 감소시킨다. 치료 중이나 후에 단주 동맹(AA)에 참석할 수도 있다. 민간 금주운동단체인 AA는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자조치료모임이다.
지금이라도 K씨가 자신에게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치료를 시작한다면, 알코올에 의한 여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작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술 마시는 날이 일주일에 서너 차례 이상으로 늘어났고, 일단 술을 마시면 2차, 3차까지 가서 끝을 봐야 했으며, 술자리가 파한 뒤에도 혼자 일행에서 떨어져 또 한잔 하는 식이었다. 주위사람들과 싸움을 하는 경우도 빈번했고 길에서 쓰러져 잠이 든 때도 있었다. 며칠 전에도 부인이 경찰서에 가서 쓰러져 있는 상처투성이 K씨를 데려왔던 것이다.
과음은 기억장애 치매 유발
이튿날 출근길에 부인에게서 “당신 알코올 중독인 것 같아. 병원에 한번 가봅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버럭 화를 내고 나오긴 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내가 술이 좀 과한 건 사실이지만 중독은 아냐.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세 번이고 마셔야 소주 한두 병인데 뭘. 다른 남자들도 다 이 정도는 마시잖아?” 이렇게 자신을 애써 합리화하며 출근했지만 회의에 늦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자신의 술버릇 때문에 윗사람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는데…. K씨는 부인 말대로 알코올 중독이 된 걸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까. 그렇다. K씨는 알코올 중독에 걸렸으며, 따라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자라 하면, 수염도 깎지 않은 더러운 몰골에 술병을 든 채 공원 벤치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부랑자를 떠올린다. 아니면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다가, 술기운이 떨어지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움켜잡고 단숨에 마셔 버리고는 긴 숨을 토해내는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컬러스 케이지를 연상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 유감스럽게도 K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술 먹는 양과 횟수는 알코올 중독 진단과는 무관하다. 그보다는 술로 인해 심신의 건강, 사회적 직업적 기능, 가족관계 등에 문제가 생기면 알코올 중독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가족으로부터 “이제 술 좀 작작 마셔라, 지겨워서 못살겠다”는 불평을 듣는 순간, K씨는 이미 알코올 중독의 문턱에 와 있었던 것이다.
왜 K씨는 술에 취하면 공격적이 되고 난폭해질까. 술은 마취제나 신경안정제 같은 비특이성 중추신경 억제제다. 술에 의한 행동의 변화는 대뇌의 어느 부위가 가장 예민한지에 따라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충동 억제 중추가 예민한 사람이 술을 먹으면 충동 억제기능이 억제되므로 공격적이고 난폭하게 바뀐다. 반대로 각성 중추가 예민하게 억제되는 사람은 술만 마시면 잠이 들어버린다. 감정 조절중추가 예민한 사람은 술이 취하면 감정 조절 기능이 억제되어, 주위환경과 무관하게 웃거나 울거나 하는 양상을 보인다.
K씨의 부인은 누가 술을 먹고 급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 남편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화를 내지만, 부인 입장에서 안심이 될 리 없는 일.
갑작스런 과음은 위 점액의 분비를 촉진하여 위의 유문판이 닫히고, 따라서 구역질 및 구토를 유발한다. 이런 상태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는다면 구토물이 기도를 막아 질식사할 수 있다. K씨도 이런 위험에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음후 술에서 깰 때 심한 두통을 경험한다. 이 두통은 알코올의 중간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와 술에 포함되어 빛깔과 맛, 향을 결정하는 혼합 물질과 인공 첨가제 등의 독성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시면, 각 술에 섞여 있는 다양한 혼합물들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숙취를 더욱 심하게 한다.
K씨의 경우처럼 알코올은 기억상실(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유발한다. 기억상실이 있는 음주자들은 자신이 술 취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을 해쳤거나 이상한 행동을 했을까봐 고통스러워한다.
알코올은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쉽게 잠들 수는 있지만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며 자주 잠을 깨게 된다. 잘 자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다. 이밖에 알코올은 불안발작과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지방간 간염 간경화 췌장염 식도염 위염 위궤양 심근증 통풍 등을 일으킨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다른 영양섭취를 소홀히 해 비타민 결핍 등으로 인한 영구 기억장애나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즉 K씨는 엄청나게 많은 정신, 신체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K씨는 병원에 가기가 두렵다. 알코올 중독자로 낙인찍히는 것도 두렵고, 일단 병원에 가면 정신과 폐쇄 병동에서 몇 달이나 치료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외래 치료만으로도 완치 가능
그러나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은 외래 치료가 가능하다.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 정신과 외래를 방문하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K씨가 술을 끊고 나서 손이 심하게 떨리고 손발에 땀이 나며 헛구역질과 구토불안, 경련발작 등의 심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고단위 비타민B 복합체를 처방받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 환자는 가벼운 금단 증상만을 경험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현재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족 특히 배우자가 치료에 협조하고 참여하는 것. K씨는 외래에서 의사를 만나 음주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교정받기 위한 인지행동요법을 받을 수도 있다. 중독 환자의 단주 기간을 연장시키고, 음주량을 감소시키는 아캄프로세이트와 날트렉손 등의 항갈망제를 처방받을 수도 있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음주 욕구를 감소시키고, 날트렉손은 술 마신 뒤 기분이 좋아지는 등의 알코올의 강화 효과를 억압하여 과음을 감소시킨다. 치료 중이나 후에 단주 동맹(AA)에 참석할 수도 있다. 민간 금주운동단체인 AA는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자조치료모임이다.
지금이라도 K씨가 자신에게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치료를 시작한다면, 알코올에 의한 여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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