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12월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강장관의 정치적 상품성을 제일 먼저 파악한 사람이 DJ다. DJ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노쇠한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대대적인 ‘젊은 피’ 수혈에 나섰다. 정동영 의원과 강금실 변호사는 당시 DJ가 ‘찍은’ 젊은 피였다. 그러나 변호사 강금실은 DJ의 제의를 거절했다. 당시 강장관 영입에 나섰던 사람은 유선호 전 의원. 그의 말이다.
“강장관은 당시 변호사 업무를 계속하고 싶어했다.”
유 전 의원은 “16대 총선(2000년) 때도 강장관은 민주당(새천년민주당)의 영입 제의를 거절했다”고 기억한다. 강장관 영입에 실패한 DJ는 대타로 조배숙 의원을 영입했다. 당시 DJ와 외부인사 영입문제를 논의했던 동교동계 한 인사는 “DJ는 강장관이 정계에 입문하면 대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당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틈만 나면 ‘구애’에 나선다. 우리당은 이미 오래 전 강장관의 ‘용도’를 일정부분 정해놓았다. 정동영 의원과 투 톱을 이뤄 총선 때 우리당 바람을 일으키는 것. 한 우리당 관계자는 “애초 우리당은 영남 출신인 추미애 의원과 호남 출신인 정의원을 전당대회 대표경선에 내세워 바람몰이를 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정의원도 이 안에 대해 매우 흡족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호남 출신이 동서를 오가며 선거를 치를 경우 노풍(盧風)을 일으킨 지난해 경선 당시를 능가하는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추의원의 이탈로 수포로 돌아갔다. 이 관계자는 “영남 대통령에 영남 대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추의원이 일찍 간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일찌감치 추의원이 비운 자리를 메울 인물로 강장관을 꼽았다. 강장관이 등장할 경우 빅매치가 가능하다는 것. 강장관과 정의원의 빅매치가 이뤄질 경우 정의원 대세론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인사영입위원장인 정의원이 앞장서 강장관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의원은 ‘강장관 징발령’을 내려놓은 상태. 그러나 강장관은 “남자도 아닌데 무슨 징발이냐”며 고개를 돌린다. 강장관은 최근 측근들에게 정치를 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를 말했다.
“한 분야에서 잘나가는 사람을 모조리 정치권에서 데려가면 우리 사회가 성숙할 수 없다”는 것과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항상 즐겁게 살고 싶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볼수록 내가 더불어 사랑할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전남편과의 금전문제 등과 관련한 가정사가 우선 언급된다. 강장관은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사돈의 팔촌’의 비리까지 파헤쳐지는, 구체적으로 범법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문제 되지 않는 선거문화를 강장관이 감당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생활 노출 기피도 한 원인 … 총선 출마 여부 관심
최근 청와대가 내놓은 강장관에 대한 평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는 “바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검찰)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치력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예쁘장한 외모와 여성이란 희소가치,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무제한적인 신뢰 등이 ‘강금실 신드롬’을 만들어냈지만 강장관의 정치력은 아직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강장관은 얼마 전 노대통령에게 “임기 내내 대통령과 함께하며 장관직에 충실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노대통령으로서도 강장관을 쉽게 정치권에 내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12월4일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특검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누군가 검찰의 역할을 다잡아야 한다. 노대통령으로서는 그 역을 강장관에게 맡기고 싶은 것이다.
현직장관은 내년 2월 중순 이전에 사표를 내면 총선 출마가 가능하다. ‘강효리’로 통하는 강장관에 대한 우리당의 구애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