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의 생각인가요?” “아니요, 공보담당자들의 의견입니다.”
“후보에게 물어보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보담당자들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안희정 후보 측과 나눈 대화 중 일부입니다. ‘주간동아’ 정치팀은 이번 커버스토리를 위해 16개 광역단체장 각 당 주요 후보와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후보들의 이념성향과 정체성을 18대 국회의원들과 비교해보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사실 설문조사라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조사자의 마음과 달리 조사대상자들은 설문에 잘 답해주지 않거든요. 그래도 선거철이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흔쾌히 응해줄 것이리라 생각했습니다. 국민에게, 유권자에게 자신의 이념과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알려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다른 조사대상자와 마찬가지로 안 후보 측에 적어도 3~4차례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돌아온 답이 ‘동아라서 어렵다’니….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4월 21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한 후보의 출마는 이전부터 기정사실화돼 있었기 때문에 설문조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전화로 설문에 대한 답변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출마 선언 하루 전날 “전체적인 인터뷰나 (언론)대응 일정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설문에 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충남도에는 200만여 명이, 서울시에는 1000만 명이 넘게 삽니다. 사람마다 생각도 다르고 성향도 다릅니다. 광역단체장은 이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조율하고 행정(行政)에 반영해야 하는 중책입니다. 지역 간 첨예한 마찰을 합리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조정능력도 갖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자신과 의견이나 시각이 다르다고, 출마 선언 하루 전날까지 언론대응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특정 언론사의 설문조사를 거부하는 후보가 과연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후보 공천과정에서 정작 시끄러울 것 같던 여당은 조용한데, 야당인 민주당이 유례없는 난맥상을 보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