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이브 만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경제 문제가 트럼프 발목 잡을까
중간선거에선 상원과 하원 의원, 그리고 주지사가 뽑힌다. 미국 대통령 임기가 4년인데, 그 중간인 2년에 치르는 선거라 중간선거로 불려왔다. 선거일은 짝수 해 11월 첫 번째 화요일로, 올해는 11월 3일이다. 임기가 2년인 하원 의원은 전원 435명을 새로 선출한다. 상원 의원은 임기가 6년이라 2년마다 100명 중 3분의 1씩 선출하는데, 올해는 35명이 다시 뽑힌다. 주지사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전체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현직 대통령이 고전하는 이유는 중간선거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현직 후보나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2년이 지난 후 정책이나 통치 행태 등에 실망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거나 반대표를 던지다 보니 대통령 소속 정당의 성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올해 중간선거도 예외는 아니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1기와 2기를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보이는 상황이다. PBS와 NPR 방송,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해 12월 17일(이하 현지 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성인 1440명 대상, 표본오차는 ±3.2%p).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였다. CBS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부가 지난해 12월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자신의 재정이 나아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18%였고,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고 답한 사람은 50%나 됐다(성인 2300명 대상, 표본오차는 ±2.5%p).
미국 언론들은 미국 국민의 생활비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고등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은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바 있다. 2022년 초 물가상승률이 정점으로 향할 때 바이든 당시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지율은 36%까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경제 불만을 적극 활용해 백악관 탈환에 성공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권자들의 같은 불만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5년 만에 1.5배 된 빅맥
무엇보다 미국 국민 상당수가 고물가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뉴욕의 대형 소매업체 육류 코너에서 ‘간 쇠고기(ground beef)’ 가격이 파운드당 8.49달러(약1만2200원)로 2020년(5달러)보다 70%나 뛰었다. 스테이크용으로 쓰이는 ‘뉴욕 스트립’은 파운드당 18.49달러(약 2만6500원)로 2020년(12달러)에 비해 50%나 상승했다. 미국 가정에서 즐겨 먹는 쇠고기 가격이 비싸지면서 ‘쇠고기’와 ‘물가상승’ 단어를 결합한 ‘비프플레이션(Beef-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달걀은 12개들이 한 판이 2달러대였지만 지금은 4~5달러대까지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먹는 미국 국민의 솔 푸드(soul food)인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11.86달러(약 1만7000원)로 2020년(8달러)보다 50%가량 올랐다.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주고받는 선물로 중고 가방과 장난감, 중고 액세서리 구매가 크게 늘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중고품을 살 정도로 소비심리가 바짝 얼어붙은 것 역시 고물가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물가로 인한 ‘감당 가능한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이 미국 국민 사이에서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용어는 과도한 부담 없이 재화·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생활수준을 의미하며, 물가 상승에서 한 단계 나아간 개념이다. 이 용어는 미국 국민이 물가 부담 탓에 중산층 삶의 기준으로 여겨지던 대학 입학, 주택 구입, 은퇴 준비 등을 위한 자금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표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용어가 지난해 여름부터 급속도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경제적 공정’이나 ‘경제적 불평등’ 같은 말과 달리 지역·인종·성별을 초월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리멘더링 시도하는 트럼프

미국 워싱턴에 있는국회의사당. 미국 상원과 하원의원, 주지사를 뽑는 중간선거는 미국 대통령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미국 국회의사당 제공.
미국 역사상 고물가 때문에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집권당이나 대선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 적은 없다. 1932년 대선 때 공화당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대공황 해결책으로 뉴딜정책을 내세운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후보에게 참패했다.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이 나타나자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1992년 대선 때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 소속 조지 부시 대통령을 꺾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감당 가능한 생활비 부담’을 화두로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공세를 펼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큰 또 다른 원인으로 독선과 독주, 권력 남용 등을 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승리를 노리고 선거구 조정 시기를 임의로 앞당겼을 뿐 아니라, 공화당에 유리하게 바꾸려는 이른바 ‘게리맨더링’을 시도하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선거구 조정은 10년마다 인구 변화를 반영해 이뤄진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아성인 텍사스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뽑을 때 더 많은 공화당 의원이 당선할 수 있도록 선거구를 바꿨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당에 유리하게 선거구 조정에 나섰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불붙은 게리맨더링 전쟁은 이후 여러 주로 확산했지만, 공화당 중도파의 반발도 생겨났다. 급기야 공화당 강세 지역인 인디애나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선거구 조정안을 부결했다.
공화당 의원 중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에 등을 돌리고 있다. 연방 하원의원 30여 명은 이번 중간건거에 아예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국 언론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와 독선으로 의회(공화당)가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225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입법 과정을 우회하고 있고, 의회를 통과한 법률은 61건에 불과하다.
협치 없는 대통령에 중도층 비판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노 킹스’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수입을 활용해 저소득·중산층 국민에게 인당 2000달러(약 290만 원)씩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각종 선심 공세를 퍼부을 계획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고자 유세에도 나설 예정이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 패배해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