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개편 배경은 부패 문제
중국 해군 육전대(해병대)가 수륙 양용 장갑차를 타고 대만 상륙 작전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 해군 제공]
이번 개편은 중앙군사위가 2015년 12월 육군·해군·공군 등 3군종에서 로켓군과 전략지원군을 더해 5군종 체제를 출범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군 조직 변화다. 일본 언론매체 ‘닛케이아시아’는 “시 주석이 2015년 중국 군대를 개편할 때 ‘미래형 부대’라고 칭송받았던 전략지원군이 사라지는 데 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략지원군은 그동안 전자·정보전과 사이버전을 비롯해 군사정보를 총괄하고, 로켓군의 핵전쟁과 우주전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시진핑의 비밀병기’로 불려왔다.
시 주석이 전략지원군을 해체하고 정보지원부대를 창설한 이유는 무엇일까. 군부의 고질적 병폐인 부패 문제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 지시로 군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해왔다. 그 결과 리상푸 국방부장(장관)과 전략지원군 사령관인 쥐첸성 상장(대장) 등 장성이 대거 숙청됐다.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 언론매체에 따르면 낙마한 인민해방군 장성은 상장만 7명에 이르는 등 소장 이상이 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공산당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군 장성 100여 명을 부패 혐의로 숙청한 바 있다. 이후 시 주석은 자신이 신임하는 장성을 대거 기용했지만 이들 역시 부패 혐의로 숙청됐다. 중국 군부의 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중국군이 공산당 군대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군대는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이 임무지만 당의 군대는 정권 보장을 위해 존재한다. 정치적 충성심이 인사 기준이 되는 만큼 권력과 유착·부패가 생기기 쉬운 구조다.
건군 100주년 분투목표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4월 19일 정보지원부대 창설 기념식에서 군기를 수여했다. [중국 국방부 제공]
니러슝 중국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현대전에서 승패는 정보와 첩보, 전자전이 결정적이고 이런 차원에서 정보지원부대가 별도로 편성됐다”면서 “인민해방군의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임스 차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도 “인공지능(AI) 사용 증가에 따라 정보지원부대의 전문 역할이 인민해방군의 정보 작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짚었다.
산둥함 전단 공개한 중국
중국 해군이 4월 22일 산둥함 항모 전단을 처음 공개했다. [중국 해군 제공]
1927년 8월 1일 창설한 인민해방군은 100주년이 되는 2027년 현대화 목표를 달성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인 2049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군사 강국이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시 주석의 직할 부대가 된 정보지원부대는 인민해방군의 통합 작전 역량을 높이고자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의 4군종과 동부·서부·남부·북부·중부 등 5대 전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은 시 주석의 대만 통일 의지에 따라 전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해군은 창설 75주년을 하루 앞둔 4월 22일 두 번째 항공모함인 산둥함 전단이 완성된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산둥함 전단은 수상함, 잠수함, 함재기 편대 등으로 구성됐다. 중국 해군은 전략핵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쥐랑(JL)-2 발사 장면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JL-2 미사일은 사거리가 7500~8000㎞로 태평양에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중국이 산둥함 전단과 SLBM 발사 장면 등을 공개한 까닭은 미국과 일본에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대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서 주권 수호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JL-2 미사일을 개량한 ‘JL-3 다탄두 SLBM’(사거리 1만㎞)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또한 핵 추진 항모도 건조 중이다. 이미 랴오닝함과 산둥함, 푸젠함 등 항공모함 3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디젤 추진 항모다. 핵 추진 항모는 원자력을 연료로 사용해 동력을 얻기 때문에 재래식 디젤 항모와 달리 연료 재공급 없이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작전 범위도 훨씬 넓다.
중국이 군 전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것은 국방예산을 대거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방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3월 5일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 보고한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2%나 증가한 1조6700억 위안(약 319조3700억 원)이다. 국방예산 증가율은 2020년 6.6%, 2021년 6.8%, 2022년 7.1%, 2023년 7.2%로, 올해까지 합치면 3년 연속 국방예산 증가율이 7%대를 넘어섰다.
중국은 국방예산 상당액을 다른 부처 예산에 숨겨놓고 있고 연구개발(R&D) 지출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발표 규모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4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국방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며 “중국 경제가 실패하고 있음에도 군사력 증강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올해 발간한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2020년 대비 2배로 늘었다.
불붙은 미·중 군사 경쟁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대만 통일 때문이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시 주석이 군에 2027년 대만 침공을 실행할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3월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모든 징후가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라는 시 주석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히는 등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4월 1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은 이미 정치 생애 안에 대만을 통제하겠다고 결심했다”며 “이는 그가 내일, 다음 달, 내년에 대만을 침공할 것을 뜻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러한 야심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서방은 2027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해 열리는 제21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당 총서기 4연임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중국군은 대만 침공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번 군 조직 개편에서 보듯 앞으로 미군과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