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내부 의사소통 문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업계에서는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 원인으로 ‘멀티레이블’ 체제를 꼽는다. 민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하이브 경영진이 뉴진스를 서자 취급하고,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하는 레이블의 아티스트를 밀어주는 ‘군대 축구’ 식 경영을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말 기준 11개 레이블을 포함해 총 7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7월 쏘스뮤직 인수합병(M&A)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아티스트 지코가 대표인 KOZ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으며, 2021년 4월에는 미국 이타카홀딩스의 지분 100%를 9억5000만 달러(약 1조3100억 원)에 사들였다. 어도어는 2021년 11월 쏘스뮤직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이때 SM엔터테인먼트 디렉터 출신 민 대표가 어도어 대표로 선임됐다. 이와 같은 공격적인 인수합병 및 레이블 신설을 통해 하이브는 SM·YG·JYP를 제치고 엔터업계 1위에 올라섰다.
엔터업계 멀티레이블은 대기업이 자회사를 여러 개 두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구조는 회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아티스트들이 동시에 활동할 수 있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올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는 1월 투어스(플레디스)를 시작으로 2~3월 르세라핌(쏘스뮤직), 3~4월 아일릿(빌리프랩), 4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빅히트뮤직)와 보이넥스트도어(KOZ엔터테인먼트) 등이 연이어 앨범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회사 수장이 모든 소속 아티스트를 총괄하는 과거 SM·JYP·YG 시스템에서는 한 번에 한두 아티스트만 활동할 수 있었다. 특히 멀티레이블 구조를 가진 엔터사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색을 드러내고 무엇보다 성과를 명확히 할 수 있어 레이블 간 경쟁 유도가 가능하다. 다만 멀티레이블은 아이돌 중심의 K팝 특성상 내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베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멀티레이블은 모회사와 의사소통에 취약하다. 레이블에 경영 전략을 전달하면 레이블 측에선 경영 간섭으로 여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어도어는 하이브 측에 경영 독립을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어도어는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이 담긴 주주간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 해임안 상정될 듯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 갈등은 법원의 임시주총 허가 여부로 갈릴 전망이다. 임시주총에는 민 대표 해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임시주총에서 얼마든지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있다. 다만 민 대표가 ‘업무상 배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하이브를 상대로 민사상 주총 결의 무효 확인 소송 또는 이사 지위 확인 가처분소송 등을 낼 수 있다. 법원에서 임시주총 허가까지는 적어도 두 달이 걸릴 예정이다.논란이 터진 이후 하이브 주가는 12%가량 급락하며 1조1800억 원 가량의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 다만 뉴진스의 ‘Bubble Gum(버블검)’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4월 27일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시주총 개최까지 최소 8~9주가 소요될 예정이라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되면 주가는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뉴진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된 만큼 이번 음반 판매량은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뉴진스는 2025년까지 월드투어가 예정돼 있어 앨범 1~2장을 추가로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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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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