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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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하얀 석유’ 리튬 싹쓸이?

전기자동차 시대 대비, 세계 리튬광산 확보에 나서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7-12-05 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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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위키파디아]

    전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위키파디아]

    리튬(lithium)은 암석을 뜻하는 그리스어 ‘리토스(lithos)’에서 이름을 따온 원자번호 3번 원소다. 스웨덴 과학자 요한 아르프베드손이 1817년 엽장석이라는 광물에서 하얀색인 리튬을 처음 발견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인 리튬은 21세기 들어 전기자동차(전기차)를 비롯해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등 각종 전자제품의 배터리 소재로 사용되면서 ‘하얀 석유’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최근 전기차 생산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리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 광물회사 퓨어에너지미네랄에 따르면 전기차에는 리튬 28kg이 사용되는데, 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0.02kg)의 1400배 수준이다. 하지만 리튬은 희소 광물이다. 이에 각국은 리튬 공급 부족에 대비하고자 광산 확보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튬 가격도 연초보다 40%나 올라 톤당 1만4000달러(약 152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펀드정보 전문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리튬 수요는 2015년 17만6000t에서 2025년 77만5000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투자은행 매쿼리 역시 2020년 리튬 수요가 26만1000t으로 예상 공급량 23만7000t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5년까지 리튬 수요가 현재의 3배 수준인 57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 국영기업에 은밀히 지시

    반면 리튬 생산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에서 리튬이 매장된 곳은 많지 않다. 리튬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3국이다. 이들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특히 볼리비아 남서쪽 포토시주 우유니 소금사막에 리튬이 가장 많다. 해발 3653m에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은 면적이 1만2000㎢나 된다. 이곳에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에 달하는 500만t이 염화리튬 상태로 녹아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짐바브웨 등에도 매장돼 있다.

    각국의 리튬 확보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영기업에 리튬광산을 확보하도록 은밀하게 지시했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업체 그레이트월(창청자동차)은 9월 호주 리튬광산인 필바라미네랄스의 지분 3.5%를 인수하면서 5년간 공급 계약도 맺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간펑리튬은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의 지분 19.9%를 인수했다. 간펑리튬은 또한 호주 마리온 리튬광산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리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리튬 생산업체 톈치리튬은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광산인 호주 그린부시의 지분 51%를 확보했다. 그린부시는 9만5000t 규모의 리튬 생산 능력을 갖췄다.



    톈치리튬은 또 리튬 가공공장 확장을 위해 5억7800만 달러(약 6268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톈치리튬은 중국 쓰촨성과 티베트 시가체 지역에도 리튬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산시성 J&R옵티멈나노에너지도 6월 호주 알투라 마이닝과 투자 계약을 맺었다. 중국 국영기업 시틱 역시 칠레 최대 리튬 생산기업인 SQM의 지분을 확보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칠레산 리튬를 확보하고자 현지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계획 중이다. 심지어 중국 업체들은 아프리카에까지 손을 뻗쳐 리튬광산 개발에 참여하거나 리튬 생산업체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도 리튬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리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10년 전부터 리튬을 확보하려 공을 들여왔다. 도요타그룹 내 종합상사인 도요타통상은 아르헨티나 북서부 개발 허가를 얻었고, 호주 광산회사 오로코브레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도요타가 오로코브레와 함께 개발에 나선 아르헨티나 올라로스(Olaroz) 광구의 생산량은 연간 최대 1만7500t이고, 향후 25년간 채굴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국 테슬라는 물류비 절감을 위해 북미대륙에서 리튬을 확보하고 있다. 테슬라는 멕시코 소노라 리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생산을 개시하면 3만5000t에서 5만t 수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네바다주 사막에 세계 최대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머스크는 기가팩토리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시장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보여왔다. 기가팩토리가 2018년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 35GWh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연말 4개의 새로운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AG는 향후 5년간 90억 유로(약 11조5602억 원)를 투자하는 등 배터리 개발에 기존 예산의 3배를 투입할 예정이다. 또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AG도 배터리 개발에 1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확산에 앞서 시장 장악 의도

    호주 마리온 리튬광산(아래[mineral resources.com])과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 비야드(BYD)가 선보인 전기차. [사진 제공·BYD]

    호주 마리온 리튬광산(아래[mineral resources.com])과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 비야드(BYD)가 선보인 전기차. [사진 제공·BYD]

    중국 기업들이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올해 40.6GWh. 2021년에는 151.6GWh로 4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생산량은 2014년 8만4000대, 2015년 38만 대, 2016년 52만 대를 기록하는 등 매년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전기차 생산량을 50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2018년부터 전기차 의무 판매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 자동차업체는 전체 차량의 8%를 전기차로 생산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또 충칭 등 12개 도시에서 신에너지차량 전용 번호판을 발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모든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세계 1위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에서 순수 전기차(배터리로만 달리는 차) 판매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2025년엔 6%, 2030년엔 14%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고자 리튬을 미리 선점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의 절반이 중국에서 팔린다. 또 다른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했듯, 기후변화 문제에서 세계 선도국이 되려는 야심 때문이다. 게다가 화석연료 자동차를 줄일 경우 중국의 환경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국제 자원 전문가들은 중국이 채굴과 공정에 이르기까지 리튬 부문의 글로벌 리더가 되길 원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CNN머니는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쟁탈전에서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며 ‘전기차 군비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업체를 가진 우리나라도 수입에 의존하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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