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8

..

사르코지 두 아들에 흔들리는 女心

장남 피에르는 힙합 프로듀서, 차남 장은 오드센 의회 고문으로 인기 폭발

  •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입력2010-12-27 11: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의 주목을 받는 영국 왕실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는 해리 왕자의 일상. 오랜 시간 세간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왕자의 명성을 위협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바로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두 아들 피에르와 장이다. 유럽이 이토록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7년 5월 16일 프랑스 전국에 사르코지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엘리제궁에 도착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이날 국민들의 시선은 대통령의 뒤를 따르는 두 꽃미남에게 집중됐다. 첫 번째 부인 마리 도미니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큰아들 피에르와 작은아들 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아들로 주목받기를 원치 않는 둘은 그 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과 카를라 브루니의 결혼이 전환점이 됐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랑스의 대표 패션모델이자 음악인인 브루니를 새어머니로 맞아들이면서 사르코지 가족의 사생활이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했고 숨어 지내던 두 아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영혼이 자유로운 ‘엘리제의 꽃미남’

    먼저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차지한 건 장남 피에르였다. 인터넷을 통해 발표된 힙합 뮤지션 ‘포이즌(Poison)’의 새 앨범이 팬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이 앨범을 제작한 신인 프로듀서 ‘모지(Mosey)’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모지는 앨범 발표회나 쇼케이스 등 공식석상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가 피에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이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 아들이 음악에 몸담는 일은 찬성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피에르는 얼마 뒤 언론을 통해 “힙합 프로듀서의 길을 갈 것”이라며 모지를 둘러싼 소문의 진실을 밝혔다.

    유년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홀로 꾸준히 공부해 비밀리에 음반 제작활동을 해왔다. 피에르는 2009년 프랑스 힙합가수 독 지네코(Doc Gyneco)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는 등 아버지의 명성과 상관없이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프랑스를 방문한 세계적인 힙합스타 퍼프 대디는 그에게 ‘프랑스 왕자’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이제 미국 진출까지 고려할 정도로 성장했다.



    음악과 패션은 친구라고 했던가? 독일 디자이너 필리프 플랑(Philipp Plein)은 2011년 봄여름 시즌 남성컬렉션의 메인 모델로 피에르를 선정해 카탈로그 촬영을 함께 했다. 스물여섯 살의 피에르는 적당히 큰 키에 흰 피부, 중간 길이의 웨이브진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져 ‘엘리제의 꽃미남’ 별명이 매우 잘 어울린다. ‘배니티 페어’ 스페인판과 한 인터뷰에서 피에르는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아버지는 장남인 내가 검사, 판사, 정치인이 되길 바랐어요. 하지만 판검사보다 미래는 불투명해도 훨씬 자유롭고 열정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아버지의 바람은 동생이 이루고 있으니 위로가 되시겠죠.”

    피에르는 잦은 파티와 자유로운 생활을 좋아하는 영국의 해리 왕자와 자주 비교된다. 반면 늘 반듯한 이미지인 윌리엄 왕자와 닮은꼴은 차남 장이다.

    끝없는 정치 욕심 ‘프랑스 엄친아’

    장은 장남의 일탈로 가슴 쓰린 사르코지 대통령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본격적으로 정계 입문을 준비해온 장은 2008년 3월 16일 22세에 최연소 지역의회 고문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프랑스 사회에 큰 물의를 빚었다. 사회당을 비롯해 많은 의원이 장의 나이와 학력을 문제 삼았다. 당시 사회당의 한 의원은 “22세도 고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장은 파리 법대 1학년을 간신히 통과하고 현재 2학년만 세 차례 유급해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다. 지역의회 고문은 수십 년간 법과 정치학을 수학한 인재들에게 주는 자리지, 아버지를 등에 업은 어린아이에게 주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당선된 그에게서 고문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었다. 장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안정적이고 성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2008년 9월 결혼을 발표했다. 윌리엄 왕자의 결혼 발표 때처럼 장의 결혼 발표도 세간의 화제가 됐다. 장의 아내는 제시카 다르티로,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제시카에게 주목한 이유는 집안 때문이다. 제시카는 최대 전자기업 다르티(DARTY)의 창시자이자 주주인 이자벨 다르티의 딸이다. 이 때문에 둘의 결혼에 상업적인 결혼, 결혼을 가장한 권력 사들이기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무사히 결혼을 마친 장은 2010년 1월 대통령에게 손자를 안겨주었다.

    장은 학력을 둘러싼 비난을 일축하듯 학업을 마쳤고 현재 파리 오드센(Hauts de Seine) 지역의 의회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지역보호협회 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장은 탁월한 추진력과 끝없는 정치 욕심으로 아버지 사르코지의 20대 시절과 닮았다는 평을 받는다. 지금은 정치 입문 초기와 비교해 상당히 안정된 모습으로 자리 잡아 ‘프랑스 엄친아’로 꼽히고 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프랑스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피에르와 장 형제. 프랑스 국민들은 한때 “대통령 아버지를 등에 업은 꼭두각시”라며 비난했지만 이제는 그들의 자신감과 패기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