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재선을 위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Miami Herald]
플로리다주를 공화당 우세 주로 정치 지형 바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CNBC]
히스패닉(Hispanic)은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미국 이주민을 말한다. 중남미(라틴아메리카)에서 이주해왔다는 의미로 ‘라티노(Latino)’라고도 부른다. 히스패닉은 백인과 흑인이 뒤섞여 있으며, 대부분 가톨릭을 믿는다. 히스패닉은 현재 미국의 소수계 인종 중 최대 그룹이다. 미국 통계청이 10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인구센서스를 보면 백인은 갈수록 줄고 히스패닉은 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미국 인구 3억 3144만 명 가운데 백인은 1억9170만 명으로 전체의 57.8%를 차지한다. 백인 비중이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10년에는 63.7%였다. 반면 히스패닉은 6210만 명으로 전체의 18.7%를 차지하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에는 16.3%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히스패닉의 지지를 받는 것이 각종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공화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플로리다주에서 압승한 것은 향후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할 만한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본다.
디샌티스는 1978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디샌티스는 해군 법무장교로 복무하던 2007년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고,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테러 용의자 수용소’에서 근무했다. 소령으로 예편한 그는 검사 생활을 거쳐 2012년 하원의원에 당선했다. 2018년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40세에 최연소 주지사에 당선해 한때 ‘리틀 트럼프’로 불렸지만, 트럼프보다 덜 선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사법 리스크’ 트럼프는 ‘지는 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택을 압수수색해 발견한 기밀문서들. [미국 법무부]
그렇지만 공화당 일각에서 트럼프의 차기 대권 도전에 상당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가 나빴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 언론은 공화당의 상하원 석권을 의미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red wave: 빨간 물결)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특히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 다수가 낙선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책임론’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공화당은 하원에서 민주당에 가까스로 이겼고, 상원에서는 민주당에 다수당 지위를 내줬다. 중간선거는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인 데다, 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 등 경제위기에 놓였음에도 공화당이 사실상 패배한 것은 트럼프의 지나친 선거 개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연방 상하원 및 주지사 등 주요 공직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300여 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30차례 선거 지원 유세를 벌이는 등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선거에서 고전했고 일부는 낙선했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도 공화당 내에서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의 기밀문서 유출 관련 혐의와 1·6 연방의사당 폭동 사태 선동 의혹을 조사하고자 잭 스미스 전 검사를 특별 검사로 임명했다. 트럼프는 퇴임하면서 기밀문서들을 불법적으로 대거 반출한 혐의와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 결과에 불복해 벌인 1·6 연방의사당 폭동 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게 된다. 또한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각종 자산 가치를 조작해 금융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가 조지아주 국무장관 등에게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각각 수사하고 있다.
공화당 거물들과 언론, 론 디샌티스 지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가족. [FLOGOV]
디샌티스 주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야후뉴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유고브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공화당원과 친공화당 성향 무당층 유권자의 42%가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디샌티스를 선호했다. 트럼프는 35%에 그쳤다. 심지어 공화당 텃밭이자 핵심인 텍사스주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디샌티스는 43%, 트럼프는 32%를 기록했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들은 백인을 주요 지지층으로 하는 트럼프보다 히스패닉까지 포용할 수 있는 디샌티스가 대선에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히스패닉의 지지를 받아온 민주당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44세인 디샌티스는 11월 20일 80세 생일을 맞은 민주당의 차기 대선 유력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1970년생)보다도 젊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세대교체를 통해 디샌티스에 맞설 대선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