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엔 과탄산, 악취엔 워싱소다… 화학자의 화장실 청소법

[이광렬의 화학 생활] 두통 유발하는 락스 없이도 세균·배수구 냄새 효과적 제거 가능

  •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

    입력2026-01-11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곰팡이와 세균이 만드는 검고 울긋불긋한 자국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과탄산소다를 곰팡이와 세균이 잘 생기는 곳에 조금 뿌려 두면 된다. GETTYIMAGES

    곰팡이와 세균이 만드는 검고 울긋불긋한 자국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과탄산소다를 곰팡이와 세균이 잘 생기는 곳에 조금 뿌려 두면 된다. GETTYIMAGES

    화장실은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해도 금방 더러워진다. 조금만 신경을 안 쓰면 벽이나 모서리에 검은 곰팡이가 피고 세균이 만드는 분홍색 띠가 생긴다. 스테인리스로 된 샤워 호스에도 곰팡이가 피어 있다. 화장실 청결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기 물 내리면 날아오르는 대변·소변 비말

    화장실에 곰팡이나 세균이 자라는 원인부터 살펴보자. 곰팡이와 세균은 생명체다. 양분과 물, 따뜻한 온도가 갖춰지면 잘 살 수 있다. 변기 뚜껑을 덮지 않고 물을 내리면 대변과 소변 일부가 비말이 돼 공기 중으로 떠오른다. 날아오른 비말은 화장실 벽과 바닥에 들러붙는다. 이 비말에는 셀룰로오스처럼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식이섬유는 물론, 소화가 덜 돼 변에 포함된 지방과 단백질도 들어 있다. 이것들이 곰팡이와 세균에는 생존을 돕는 양분이 된다.

    화장실은 보통 욕실이기도 하다. 우리가 샤워할 때도 화장실에 새로운 세균이 공급된다. 피부에 사는 세균은 대부분 비누에 붙잡혀 배수구로 빠져나가지만 일부가 물방울에 갇혀 화장실에 남게 된다. 우리 몸에 있는 체모와 각질, 유기산 등 다양한 오염물도 화장실에 남는다. 여기서 유기산 성분은 기름과 왁스다. 피부에 사는 모락셀라 균이 유기산을 먹고 만들어내는 ‘4M3H(4-Methyl-3-Hexenoic acid)’는 심한 악취를 풍긴다.

    심지어 비누도 세균 증식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준다. 물에는 칼슘 이온과 마그네슘 이온이 들어 있는데 이러한 금속 성분들이 비누에 있는 나트륨 성분을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비누의 일부 성분이 물에 녹지 않고 남아 ‘비누 때’를 형성한다. 수전이나 싱크대 위에 하얗게 생기는 가루는 물 속 칼슘 이온과 탄산 이온이 만들어내는 석회석 가루다. 비누 때나 석회석은 표면이 울퉁불퉁해 세균이 매달려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비누 때와 석회석은 식초로 제거

    화장실이 자꾸 더러워지는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청소를 해보자. 비누 때와 석회석은 염기성을 띤다. 따라서 산성 물질인 식초나 구연산을 물에 녹여 바르면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화장실 벽과 바닥, 변기 등을 식초나 구연산으로 닦아 헹군 다음에는 탄산나트륨인 워싱소다를 물에 녹여 한 번 더 닦는 게 좋다. 그럼 남아 있던 기름 성분이 모두 사라지고 모락셀라 균이 유기산을 먹어 만들어내는 악취도 없앨 수 있다. 기름 성분이 워싱소다와 만나 생기는 성분이 바로 비누다. 이 비누는 몸에서 나온 왁스나 단백질 성분도 잘 붙잡아 제거해줄 것이다.



    구연산과 워싱소다를 번갈아 사용해 청소하면 화장실 냄새의 원흉인 배수구도 저절로 관리할 수 있다. 이들이 배수구 오염물을 잘 씻으면서 내려가기 때문이다. 강한 냄새가 두통을 유발하는 락스를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배수구에 과탄산소다나 워싱소다를 조금 부어 두면 배수구 냄새를 더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탁에 사용하는 효소 세제를 배수구에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열심히 청소한 화장실에 곰팡이와 세균이 만드는 검고 울긋불긋한 자국이 또다시 생기지 않게 하려면 과탄산소다를 조금 뿌려 두면 된다. 과탄산소다에 들어 있는 과산화수소가 곰팡이와 세균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곰팡이와 세균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살지 못하니 화장실 문이나 창문을 열어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실 벽과 바닥, 변기를 식초나 구연산으로 닦고 헹구기→워싱소다를 물에 녹여 닦기→곰팡이나 세균이 잘 생기는 곳에 과탄산소다를 소금 치듯 조금씩 뿌리고 화장실을 건조하게 유지하기→과탄산소다나 워싱소다, 효소 세제를 배수구에 뿌려 두기. 이 순서와 방식대로 화장실을 청소한다면 더는 검고 울긋불긋한 화장실을 보지 않게 될 것이다. 화장실 유리도, 변기 속도 똑같이 청소하면 된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등이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