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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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성장에 꼭 필요한 공정한 아티스트 처우

[미묘의 케이팝 내비] 이승기와 소속사 분쟁 공명정대하게 해결돼야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11-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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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 수익 관련 소속사와 정산 갈등을 겪고 있는 이승기. [사진 제공 · 후크엔터테인먼트]

    음원 수익 관련 소속사와 정산 갈등을 겪고 있는 이승기. [사진 제공 · 후크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소속사를 상대로 정산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 여자라니까’ ‘결혼해줄래’ 등 히트곡을 내며 활동한 지난 18년간 음원 수익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100억 원대 규모가 거론된다. 이승기는 소속사로부터 ‘마이너스 가수’라 수익이 없다는 말을 들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방이 이어질 터라 결론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다. 가요계 수익 정산 문제는 언제나 식지 않는 감자다. 마니아를 거느린 아티스트부터 정상급까지, 해마다 몇 번씩은 소속사와 정산 문제로 갈등 소식이 들린다. 폭언이나 폭행 등 극단적 경우도 드물지 않게 드러난다. 모든 사례를 검증하기는 어려우나, 이와 같은 부조리가 연예계에 만연하다는 인식이 대중에게도 굳게 자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연예계 풍토 개선되는 계기돼야

    당연히 일차적 피해자는 해당 아티스트다. 재능을 갈고닦으며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연예계에서 부단히 노력해 성과를 냈으나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속사가 특정 활동을 강요하거나 허락 또는 지원하지 않아 아티스트의 성장이 직접적으로 저해되기도 한다. 커리어 향방이 소속사의 판단, 혹은 최소한의 협조 하에 결정되는 환경에서 아티스트는 ‘을’ 입장이 되기도 쉽다. 심지어 소속사가 재계약 등을 앞두고 아티스트 몸값이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일부러 거절했다는 주장이 나올 때도 있다.

    팬들도 이차적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특히 ‘추종자’에서 ‘지지자’ 지위로 변모한 현 팬덤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팬들의 소비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대가 지불만이 아니라, 지지하는 아티스트의 성공을 지원하는 행위로서 갖는 의미도 강하다. 그 지원 결과가 정작 아티스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면 ‘허탈’이라는 형용사로는 갈무리되지 않는 감정이 들 것이다. 무엇보다 팬으로서 지지해온 활동이 사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꿈과 노력을 배신당하는 현장이었음을 알았을 때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류산업 자체에도 미치는 영향이 없을 수 없다. 통칭 ‘노예계약’은 물론, 부적절하고 폭력적인 처우, 조폭 연루설, 주먹구구식 운영 등은 연예계에 오래도록 드리워져 있는 의심이다. 해외 팬들도 케이팝이라는 경이의 뒷면에 이런 부조리가 ‘있을 수 있음’을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다. 해외에서 위상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일상의 기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후진적 환경에 대한 지속적 의심은 케이팝에 대한 우리 대중의 인식 역시 해치고 있다. 연일 성취를 찬탄하면서도 곧잘 케이팝을 유치하고 조악한 것으로 폄하하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것, 팬들이 소속사를 수시로 적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느 집단에나 악인은 있을 수 있으나, 그들의 존재로 집단이 매도되는 일도 있게 마련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려는 주체들은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이승기의 소속사 분쟁이 공명정대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에 더해, 이번 사건이 연예계 전반의 풍토 개선을 향한 한 걸음이 됐으면 좋겠다. 아티스트와 팬을 배신하는 이들의 존재 때문에 한류산업 전체에 상시적인 혐의가 씌워지는 건 비극적인 일이다. 산업을 지탱하는 팬들을 향한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그들이 자신의 취향과 선택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고, 의심의 가시를 곤두세운 채 매일을 보내지는 않도록 해줌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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