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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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법

예금금리 1%대 ‘이자 생활자의 무덤’… 분산투자는 기본, 투자 재조정 기회로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8-25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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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법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예금금리 1% 시대가 도래했다(그래프 참조).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언젠가는 1% 시대가 올 것이란 얘기가 분분했다. 특히 금융시장은 8월 14일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낮추자, 이를 두고 초저금리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초저금리는 흔히 ‘이자 생활자의 무덤’이라고 한다. 돈의 가격인 금리가 형편없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저금리는 단순히 이자를 적게 받는다는 것을 넘어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개연성이 높다. 그 변화를 어떻게 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먼저 더욱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금리 10%에서 9%로의 변화와 2%에서 1%로의 변화는 절댓값에서 1%p로 같다. 그러나 변동률로 보면, 앞의 것은 약 11%에 불과하지만 뒤의 것은 50%나 된다. 같은 1%라도 강도가 다르다. 이는 역설적으로 앞으로 수익률을 1% 올리려면 더 많은 리스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쉽고 안정적인 돈벌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해외투자

    개인투자자 처지에서 리스크 관리 요체는 분산투자에 있다. 초저금리로 갈수록 국내와 해외에, 주식과 채권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저금리·저성장은 불가피하게 투자 경계를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보다 앞서 초저금리를 경험한 일본도 금리가 낮아지면서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에 이자가 높은 상품이 많으면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해외투자는 점차 선택과목에서 필수과목으로 그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현금흐름을 가진 자산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공산이 크다.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률에 대한 인식도 재조정된다.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다. 고금리 시절에는 거들떠보지않던 자산 가운데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한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이런 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기대 수익률은 다시 낮아진다. 최근 배당에 대한 관심 증가와 대표적인 수익성 부동산인 상가의 몸값 상승은 현금흐름과 낮은 기대 수익률이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꾸준한 현금흐름을 가진 자산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존에 가입한 금융상품을 잘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새로운 상품이나 제도에만 관심을 갖는데, 구관이 명관인 경우가 적잖다. 금융상품이 그렇다. 첫째, 초저금리 시대에는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연금저축계좌는 연간 400만 원까지 13.2%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400만 원을 넣으면 52만8000원을 돌려받는다. 연금저축계좌는 13.2%짜리 확정금리 상품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내년부터 퇴직연금 추가 납부액 300만 원까지 같은 13.2%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초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법
    연금저축계좌를 통한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매년 돌려받는 세액공제 금액을 무조건 재투자한다. 이렇게 하면 과세이연(세금 납부 시점을 연장해주는 것)과 복리효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또한 해외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연금저축계좌는 최선의 대안이다. 해외펀드는 발생한 수익에 대해 15.4% 과세하지만 연금저축계좌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연금소득세 3.3~5.5%만 내면 된다.

    둘째, 보험은 해약하지 않고 유지하는 게 좋다. 초저금리로 가장 힘겨운 곳 중 하나가 보험회사다. 보험은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과거에 약속한 이율을 지급해야 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오래된 상품이 신상품보다 가입자 처지에선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에 가입한 상품은 해약하지 말고 유지하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신규로 가입코자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게 좋다. 보험료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예정이율은 일종의 할인율이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건 할인율이 적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것을 뜻한다. 저금리는 중요한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셋째, 변액연금과 퇴직연금 등은 포트폴리오 재조정 기회로 삼자. 변액연금과 퇴직연금은 하나의 상품이 아닌 계좌 개념이다. 계좌이기 때문에 펀드를 여러 개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처음에 가입한 그대로 내버려둬 포트폴리오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 초저금리 시대엔 해외투자가 필수다. 이번 기회에 기존에 가입한 상품의 투자 명세를 보면서 주식과 채권, 국내와 해외에 나눠 투자하도록 하자.

    초저금리 얘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이다. 경제 발전 과정도 비슷하고 저금리·저성장·고령화 과정 또한 유사하다 보니 우리나라가 일본식으로 간다는 의견이 적잖은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처럼 될 경우 자산운용은 긴 암흑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일본의 예금 가치 거의 제로

    일본의 보통예금 평균연이율은 7월 말 기준으로 0.02%다. 여기에 총 20.315%의 세금도 내야 한다. 1000만 원을 예금했다면 1년 뒤 이자로 약 1593원을 받는다. 예금 가치가 제로(0)에 가깝다. 여기에 20여 년간 주가와 부동산은 뒷걸음질을 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해외에 투자하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일본처럼 된다는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글로벌 관점에서 해외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어느 정도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최선의 시나리오는 저성장이라도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면서 경제 체질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이럴 경우라도 과거 같은 고성장 시대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자산과 지역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금은 더는 자산운용 대상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금융자산에서 예금의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22%, 37%이지만 우리나라는 절반에 가까운 46%나 된다. 높은 예금 비중은 앞으로 점차 조정돼야 한다. 그 조정 과정은 여러 투자상품으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는 자산운용의 중대한 과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돈 벌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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