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지시등을 켜고 오른쪽 차선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사이드미러 옆 경고등이 켜졌다. 깜짝 놀라 운전대를 바로 잡으니 보이지 않던 오토바이가 순식간에 옆을 통과해 앞서갔다. 볼보 자동차가 자랑하는 사각지대정보시스템(BLIS)은 주행 중 사이드미러에 달린 카메라가 좌우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을 감지하고 이를 운전자에게 알려 사고를 방지한다. 이 밖에도 볼보 자동차에 장착한 안전장치는 무척 많다.
왜 볼보는 그토록 안전에 공을 들이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일까. 볼보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926년 7월 스웨덴에 있는 한 레스토랑. 경제학자 아사르 가브리엘손과 볼베어링회사 SFK의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은 저녁을 먹으며 냅킨 뒷면에 자동차 모양을 그렸다. 그 그림은 훗날 볼보의 최초 모델 OV4(Open Vehicle4·일명 야곱)의 뼈대가 된다. 이들은 스웨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을 예테보리 부근에 세우고 회사 이름을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라는 뜻의 ‘볼보(Volvo)’로 명명한다. 또한 자금을 지원한 SFK와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해 회전하는 베어링을 형상화한 화살표 문양의 엠블럼을 만들어 차에 달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볼보의 상징으로 남았다.
볼보 설립자들은 회사를 세우면서 “스웨덴은 추운 나라고 도로사정도 나쁘니 무엇보다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합의했고, 이를 기업 이념으로 정했다. 이후 차를 만드는 핵심가치를 안전에 둔 볼보는 8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흔들림 없이 이를 지켜오고 있다.
# 유선형의 다이내믹한 스포츠왜건
볼보는 안전하지만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동안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이 볼보 자동차를 선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볼보는 전략을 수정했다. 차체를 직선에서 유선형으로 바꾸고 실내외에 과감한 색상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편의장치와 기능을 보강한 신차를 잇따라 내놓았는데, 대표적인 모델 가운데 하나가 올해 초 국내에 선보인 ‘뉴 V60’이다.
뉴 V60은 중형세단 S60을 기본 베이스로 만든 왜건이다. 그러나 기존에 봤던 다소곳한 왜건과는 많이 다르다. 볼보는 이 차를 설계하면서 ‘가장 스포티하고 다이내믹한 왜건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볼보 스스로 스포츠왜건이라고 이름 붙인 이 차는 언뜻 보기에 쿠페를 연상시킬 만큼 디자인이 역동적이다. ‘볼보=고리타분’이라는 지적이 이 차에서만큼은 완전히 깨졌다고 봐야 한다. 혹자는 볼보 자동차의 내구성이 워낙 뛰어나 상대적으로 오래된 연식의 차량이 도로에서 많이 보이는 탓에 구시대적 느낌을 준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디자인뿐 아니라 동력 성능도 확 달라졌다. 2401cc 직렬 5기통 D5 디젤엔진은 트윈 터보차저 덕에 반응속도가 빠르다. 최저 1500rpm의 낮은 회전구간부터 최대토크 44.9kg·m을 발휘해 3000rpm까지 유지한다. 그 덕분에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힘이 탁월하다. 최고출력은 215마력이며, 정지에서 100km/h까지 7.7초에 도달한다.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영역에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속도가 붙을 정도로 가속감이 꾸준하다.
# 각종 안전장치 매력, 뒷좌석은 불편
전륜구동에 무게중심이 높은 왜건형이라 커브 길을 달릴 때 자칫 언더스티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려고 코너링 트렉션 컨트롤(CTC)을 적용했다. CTC는 시속 40km 이상으로 커브 길을 주행할 때 차량 안쪽 휠에 제동을 걸면서 동시에 바깥쪽 휠을 더 많이 회전하게 만들어 완벽한 코너링을 구현한다.
뉴 V60의 공차중량은 1610kg으로 동급 경쟁 차종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차에 오를 때 묵직한 차문에서부터 차체 강성을 느꼈다.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접지력이 좋은 편이라 급격한 토크 변화와 커브 길에서도 흔들림이나 쏠림 없이 차체를 잡아줬다. 핸들링은 다소 무거운 편이며 6단 기어트로닉 자동변속기는 빠른 속도변환 시 변속 충격을 느끼게 했다. 수동변속 기능이 있어 저속기어에서 급가속이나 빠른 엔진 브레이크가 가능하다. 정숙성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트렁크 용량은 평상시 233ℓ이고 4대 2대 4로 분할된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876ℓ까지 늘어난다. 최대 길이 3m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왜건답게 트렁크에 전기쿨러나 히터박스를 연결하는 전기소켓이 있으며 쇼핑백 홀더, 화물고정네트 등을 갖췄다. 실내는 천연가죽 시트와 메탈장식의 가죽 스티어링 휠, 가죽 기어봉, 우드그레인 등이 조화를 이뤄 고급스럽지만, 뒷좌석은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불편했다.
대표적인 안전장치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추돌방지 기능이다.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다 6~8m 전방에 있는 차량이 서행하거나 정차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만약 운전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추돌 위험이 감지되면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하고 연료흐름을 막아 멈춰 선다. 앞차와의 속도 차이가 15km/h 이하인 경우엔 추돌을 방지할 수 있다. 이 밖에 주행안전컨트롤(ASC), 접지력제어시스템(DSTC), 액티브 밴딩 라이트(ABL), 경추보호시스템(WHIPS), 측면보호시스템(SIPS)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다양한 안전장치를 적용했다.
# 뛰어나지만 불우한 차 볼보
뉴 V60의 공인연비는 15.3km/ℓ로 중형차로선 꽤 높은 수준이다. 67.5ℓ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경우 1033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국도와 고속도로 439km를 거칠게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13.6km/ℓ로 공인연비에 가까웠다.
뉴 V60을 시승한 뒤 ‘성능에 비해 저평가된 불우한 자동차’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볼보는 1999년 포드에 인수됐다가 2010년 다시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에 합병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다. 오늘날 시장에서 품질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국내 판매가격은 5450만 원으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왜 볼보는 그토록 안전에 공을 들이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일까. 볼보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926년 7월 스웨덴에 있는 한 레스토랑. 경제학자 아사르 가브리엘손과 볼베어링회사 SFK의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은 저녁을 먹으며 냅킨 뒷면에 자동차 모양을 그렸다. 그 그림은 훗날 볼보의 최초 모델 OV4(Open Vehicle4·일명 야곱)의 뼈대가 된다. 이들은 스웨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을 예테보리 부근에 세우고 회사 이름을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라는 뜻의 ‘볼보(Volvo)’로 명명한다. 또한 자금을 지원한 SFK와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해 회전하는 베어링을 형상화한 화살표 문양의 엠블럼을 만들어 차에 달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볼보의 상징으로 남았다.
볼보 설립자들은 회사를 세우면서 “스웨덴은 추운 나라고 도로사정도 나쁘니 무엇보다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합의했고, 이를 기업 이념으로 정했다. 이후 차를 만드는 핵심가치를 안전에 둔 볼보는 8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흔들림 없이 이를 지켜오고 있다.
# 유선형의 다이내믹한 스포츠왜건
볼보는 안전하지만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동안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이 볼보 자동차를 선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볼보는 전략을 수정했다. 차체를 직선에서 유선형으로 바꾸고 실내외에 과감한 색상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편의장치와 기능을 보강한 신차를 잇따라 내놓았는데, 대표적인 모델 가운데 하나가 올해 초 국내에 선보인 ‘뉴 V60’이다.
뉴 V60은 중형세단 S60을 기본 베이스로 만든 왜건이다. 그러나 기존에 봤던 다소곳한 왜건과는 많이 다르다. 볼보는 이 차를 설계하면서 ‘가장 스포티하고 다이내믹한 왜건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볼보 스스로 스포츠왜건이라고 이름 붙인 이 차는 언뜻 보기에 쿠페를 연상시킬 만큼 디자인이 역동적이다. ‘볼보=고리타분’이라는 지적이 이 차에서만큼은 완전히 깨졌다고 봐야 한다. 혹자는 볼보 자동차의 내구성이 워낙 뛰어나 상대적으로 오래된 연식의 차량이 도로에서 많이 보이는 탓에 구시대적 느낌을 준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디자인뿐 아니라 동력 성능도 확 달라졌다. 2401cc 직렬 5기통 D5 디젤엔진은 트윈 터보차저 덕에 반응속도가 빠르다. 최저 1500rpm의 낮은 회전구간부터 최대토크 44.9kg·m을 발휘해 3000rpm까지 유지한다. 그 덕분에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힘이 탁월하다. 최고출력은 215마력이며, 정지에서 100km/h까지 7.7초에 도달한다.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영역에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속도가 붙을 정도로 가속감이 꾸준하다.
# 각종 안전장치 매력, 뒷좌석은 불편
전륜구동에 무게중심이 높은 왜건형이라 커브 길을 달릴 때 자칫 언더스티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려고 코너링 트렉션 컨트롤(CTC)을 적용했다. CTC는 시속 40km 이상으로 커브 길을 주행할 때 차량 안쪽 휠에 제동을 걸면서 동시에 바깥쪽 휠을 더 많이 회전하게 만들어 완벽한 코너링을 구현한다.
뉴 V60의 공차중량은 1610kg으로 동급 경쟁 차종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차에 오를 때 묵직한 차문에서부터 차체 강성을 느꼈다.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접지력이 좋은 편이라 급격한 토크 변화와 커브 길에서도 흔들림이나 쏠림 없이 차체를 잡아줬다. 핸들링은 다소 무거운 편이며 6단 기어트로닉 자동변속기는 빠른 속도변환 시 변속 충격을 느끼게 했다. 수동변속 기능이 있어 저속기어에서 급가속이나 빠른 엔진 브레이크가 가능하다. 정숙성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트렁크 용량은 평상시 233ℓ이고 4대 2대 4로 분할된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876ℓ까지 늘어난다. 최대 길이 3m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왜건답게 트렁크에 전기쿨러나 히터박스를 연결하는 전기소켓이 있으며 쇼핑백 홀더, 화물고정네트 등을 갖췄다. 실내는 천연가죽 시트와 메탈장식의 가죽 스티어링 휠, 가죽 기어봉, 우드그레인 등이 조화를 이뤄 고급스럽지만, 뒷좌석은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불편했다.
대표적인 안전장치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추돌방지 기능이다.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다 6~8m 전방에 있는 차량이 서행하거나 정차하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만약 운전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추돌 위험이 감지되면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하고 연료흐름을 막아 멈춰 선다. 앞차와의 속도 차이가 15km/h 이하인 경우엔 추돌을 방지할 수 있다. 이 밖에 주행안전컨트롤(ASC), 접지력제어시스템(DSTC), 액티브 밴딩 라이트(ABL), 경추보호시스템(WHIPS), 측면보호시스템(SIPS)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다양한 안전장치를 적용했다.
# 뛰어나지만 불우한 차 볼보
뉴 V60의 공인연비는 15.3km/ℓ로 중형차로선 꽤 높은 수준이다. 67.5ℓ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경우 1033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국도와 고속도로 439km를 거칠게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13.6km/ℓ로 공인연비에 가까웠다.
뉴 V60을 시승한 뒤 ‘성능에 비해 저평가된 불우한 자동차’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볼보는 1999년 포드에 인수됐다가 2010년 다시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에 합병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다. 오늘날 시장에서 품질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국내 판매가격은 5450만 원으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볼보는 뉴 V60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추가했다. 첨단 계기판(왼쪽)과 널찍한 실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