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지던 2016년 11월 중순, 북한 조선노동당 당원증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발견됐다는 유언비어가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이 게시물은 이후 노년층을 중심으로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를 통해 퍼져 나갔다. 대남 고정간첩이 조선노동당 당원증을 들고 집회현장에 나갈 리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기에 이 유언비어는 바로 사그라졌다. 그러나 모든 유언비어가 저절로 사멸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11월 8일 미국 대통령선거(대선)는 어느 선거보다 가짜 뉴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미국 뉴스 커뮤니티 ‘버즈피드’에 따르면 선거 막바지 3개월 동안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이 읽혔고 더 많은 반응을 얻었다(그래프 참조). 더구나 가짜 뉴스는 매우 편파적이었다. 대선 기간 읽힌 가짜 뉴스 상위 20개 가운데 3개만 힐러리 클린턴 편을 들었고 17개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 나갔던 가짜 뉴스 가운데 ‘프란시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기사는 총 96만 건, ‘힐러리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는 기사는 약 79만 건의 ‘좋아요’나 공유하기, 댓글이 달렸다.
이 가짜 뉴스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2016년 12월 5일 미국 MSNBC 뉴스는 ‘힐러리 e메일과 관련된 FBI 요원의 자살’이라는 가짜 뉴스를 만들었던 제스틴 콜러와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했다. FBI 요원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만들어 콜러가 벌어들일 뻔한 총수입은 사이트에 붙은 광고에서 들어올 8000달러가량(약 950만 원)이었는데, 구글이 계정을 압수하는 바람에 한 푼도 못 건졌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와 클린턴 양 진영이 쓴 선거캠페인 예산은 2조 원가량이다.
미국 대선과 가짜 뉴스 파동
콜러 같은 사람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벌자고 선거에 영향을 끼칠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는 것은 SNS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다. 과거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은 종이신문과 TV였다. 그 시절 가짜 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현재도 TV는 가장 큰 뉴스 전달자며 65세 이상 미국 노인 인구의 85%가 시청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지녔다. 종이신문과 라디오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선 뉴스 플랫폼은 온라인이다.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손쉬운 뉴스 공유 방식으로 우리는 페이스북 친구가 추천한 뉴스, 트위터에서 본 뉴스 위주로 정보를 습득한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에서 뉴스를 읽는 대중 가운데 지인이 골라준 뉴스를 읽는 비율은 69%로,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해 골라 읽는다는 76%와 별반 차이가 없다. 비슷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서로 뉴스를 돌려가며 읽기에, 한 명이 낚이면 줄줄이 같이 속는 것이다.
잘못된 뉴스가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갈 수 있는 매개체가 SNS였고, 그 대표 격인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SNS란 온라인상에서 각 개인의 생각이나 경험을 공유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도록 설계된 플랫폼을 지칭하는 조어다. 한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해 이제는 이름만 남은 싸이월드는 SNS의 원조 격이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SNS도 빠르게 진화한다. 한때 ‘SNS의 양대산맥’이라 부르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초기 집중하는 영역이 달랐다. 5년 전만 해도 영화나 연극, 공연 같은 연예산업은 페이스북, 뉴스는 트위터로 갈라져 있었다. 당시 연예 사이트로 들어오는 트래픽의 52%를 페이스북이 공급한 데 반해, 트위터는 15%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CNN 같은 언론사로 들어오는 트래픽은 트위터가 45%를 차지한 데 반해, 페이스북은 25% 정도였다. 이후 5년 동안 페이스북은 훨훨 날았고, 트위터는 서서히 시들어갔다. 2015년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 10배 이상 많은 뉴스 트래픽을 몰고 다니는데 이는 구글 검색보다 많은 양이다.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페이스북은 332조 원으로 미국 전체 기업 순위 7위다. 이는 트위터의 25배다.
소속감과 자기 표현 욕구의 장 ‘페북’
SNS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2016년 4월 페이스북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는 하루 평균 50분 정도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를 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이는 2년 전 40분에 비해 25% 증가한 수치다. 국내 사용자만 대상으로 한 별개의 조사를 보면 페이스북이 33분, 자매 SNS인 인스타그램이 30분을 차지해 합치면 1시간이다. 같은 조사에서 카카오스토리는 21분, 트위터는 19분을 차지했다.우리나라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빠른 정보 획득’ 때문인데, 이는 흥미로운 비교 포인트다. 미국은 ‘친구들이 뭐 하는지 궁금해서’ ‘심심해서’ ‘친구 사진 보려고’ ‘게으름 피우느라’ 같은 가벼운 마음이 상위를 차지한다. ‘친구가 포스팅한 뉴스를 읽으려고’ 같은 의도는 아홉 번째로 내려간다. 같은 페이스북이라도 한국은 정보 전달 창구고, 미국은 심심할 때 시간 보내는 공간이다.
내드카르니와 호프만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사람들은 왜 페이스북을 하는가?’라는 연구에서 그 이유를 인간의 두 가지 욕구로 설명했다. ‘소속 욕구’와 ‘자기표현 욕구’다.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달아준 ‘좋아요’와 댓글이 비록 사이버 세상이지만 서로 연결된 느낌을 준다. 그들에게 페이스북은 ‘친구’가 있는 곳이다. 여행지나 음식 사진, 영화 이야기, 주변의 소소한 사건에 대한 감상, 스치고 간 생각, 공유하고 싶은 신문기사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2016년 6월 기준 국내 소셜네트워크 시장은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밴드의 3파전이다. 방문 횟수로는 카카오스토리나 밴드가 많고, 들어와서 보내는 시간은 페이스북 계열이 압도적으로 높다.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연령대가 높거나 전업주부 계층은 카카오스토리와 밴드 사용 비율이 높다.
2016년 SNS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는 ‘링크드인’ 매각 소식이었다. 웬만한 이력서보다 더 자세한 직무 관련 정보가 수록된 링크드인은 헤드헌터나 인사부서 채용 담당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이트다.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30조 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하자 ‘세일스포스’사가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유럽연합(EU)에 합병 반대를 청원했다. 세일스포스 쪽 주장은 링크드인에 들어 있는 4억5000만 명의 전문가 데이터를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EU가 반대한다 해도 거래는 어떻게든 이뤄질 것이다.
국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와 네이버 밴드는 사용자 수로만 보면 국내 1, 2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사용시간 면에서 경쟁사인 페이스북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유입은 쉬우나 막상 시간을 보낼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 메신저라 할 카카오톡과 바로 연동이 가능한 카카오스토리에서 그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심각한 정치적 논쟁과 실시간 뉴스 중계, 거기에 시답잖게 웃기는 동영상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페이스북의 전략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방문자가 알아서 자기에게 맞는 콘텐츠를 세팅할 수 있기에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맞춤형 서비스 경험을 즐긴다.
SNS 창업은 시간, 사람, 돈의 싸움
공룡이 이미 평정한 SNS 동네지만 이곳에서도 유망주는 자란다. ‘빙글’은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모아주는 소셜미디어다. 맛집이나 유머, 연애 같은 인기 주제는 100만 명 이상의 회원으로 늘 분주하다. 익명으로 하다 보니 허세 떨 이유가 없고,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전 세계 26개 언어로 서비스된다.영상 메신저 아자르(Azar)로 유명한 ‘하이퍼커넥트’는 비록 사무실은 서울 강남역에 있지만, 매출이 거의 해외에서 발생하고 직원들도 국적이 다양한 글로벌 스타트업이다. 기업 리뷰와 연봉 정보, 면접 정보 등을 제공하는 ‘잡플래닛’은 미국 ‘글래스도어’와 매우 유사하다. 창업 2년 만에 누적 투자금이 100억 원을 넘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지만, 2016년 봄에는 임직원의 25%를 감원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2015년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동남아가 인구는 많은데 돈 벌기는 참 어려운 시장이다.
2014년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에 큰 도움이 됐던 ‘블라인드’는 직장인 전용 SNS다. 쉽게 설명하면 회사원이 온라인에 모여 익명으로 회사와 간부들을 흉보는 속풀이 애플리케이션(앱)이다. 2015년 조용히 미국에 진출하더니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기업을 대상으로 빠르게 세를 확장했다. 2016년 7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야후 직원의 15%,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10%가 블라인드 앱을 이용 중이라고 한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SNS 스타트업 ‘시지온’은 2009년 온라인 신문기사 댓글 창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소셜댓글 ‘라이브리(LiveRe)’ 서비스를 시작했다. 악성댓글로 황폐해가는 인터넷 환경을 바로잡겠다는 사회적 미션으로 소박하게 시작했으나 현재는 2000만 명이 사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인적자원(HR) 스타트업 ‘원티드랩’의 ‘원티드(Wanted)’ 서비스는 지인 추천을 통한 채용의 정교화를 시도한다. 추천자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100만 원 선이다. 돈에 눈이 멀어 친구를 팔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고, 주변에 적임자가 없을까 고민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다. 이용자끼리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스타일쉐어’는 1020세대 여성 200만 명이 사용하는 패션 모바일 서비스다. 패션에서 출발해 화장품과 액세서리를 보강했으며 2016년부터는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 기능도 보강했다.
SNS는 각자 영역에서 콘텐츠로 사람을 모으고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번다. 소셜네트워크 분야의 창업은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든다. 수백만 명을 짧은 시간에 모아야 경쟁에서 이긴다. 정보 제공자와 소비자 양쪽을 동시에 불러 모으는 과정은 종종 밑 빠진 독처럼 돈을 먹어치운다. 운이 좋아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 그 순간부터는 서버 비용과 인건비 걱정까지 얹힌다. 그렇다고 아직 정도 들지 않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과감한 유료화나 광고 강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무모하다. 특별한 기술로 차별화한 것이 아니기에, 조금 센 기술이 들어가면 후발주자로 옮겨 탄다. 어려운 사업이지만 성공만 하면 바로 대기업이다. 오늘도 SNS 운영진은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혹시 사용자가 떠나지 않을까 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