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시스 윤홍근 회장의 꿈은 ‘세계 1위 프랜차이즈 업체’의 CEO가 되는 것이다.
제너시스 윤홍근 회장(48)은 닭고기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세계 1위’ 닭고기 요리 프랜차이즈업체의 CEO(최고경영자)를 꿈꾼다. “조금 허황된 목표가 아니냐”고 묻자 “맥도날드, KFC의 아성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또 면박을 준다. “쫄깃쫄깃한 날개부터 하나 씹고 얘기하자”는 그의 말에 결국 ‘데리큐’라는 술안주용 치킨을 집었다. “정말 맛있지 않느냐”면서 품평을 부탁하는 그의 얼굴에선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배어났다.
토종 닭고기 전문 체인점 ‘BBQ’와 한식당 체인점 ‘닭익는마을’, 우동 전문점 ‘U9’을 운영하는 제너시스는 갓 여덟 살 된 회사다. 1995년 창업한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소비자 입맛에 딱 맞는 치킨을 무기로 공격적 마케팅을 벌여 돌풍을 일으켜왔다. 제너시스는 ‘프랜차이즈의 세계화’를 내걸고 최근 중국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중국 최대 민간기업 희망그룹과 제휴를 맺고 2010년까지 1만개의 체인점을 개점할 계획이란다. 2010년엔 중국 내 매출액이 18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윤회장은 전망한다.
“BBQ의 중국 진출은 맥도날드와 KFC가 브랜드와 노하우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최소한의 자본투자로 브랜드와 기술을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먹을거리로 로열티를 받는다는 게 얼마나 흥분되는 일입니까? 러닝로열티까지 합산하면 2010년까지 BBQ가 벌어들일 외화는 2억2000만 달러가 넘습니다. 2억2000만 달러를 벌려면 자동차 몇 대를 팔아야 하는지 아십니까?”
맥도날드·KFC 아성 무너뜨릴 수 있어
그의 숫자에 대한 감각은 남다르다. ‘숫자를 지배하는 능력’은 CEO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한다. 제너시스가 창업 이래 8년여 동안 객관적 수치 분석을 통해 시장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선택과 집중’ 원칙에 입각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숫자에 대한 감각’과 ‘객관적 수치에 대한 믿음’ 덕택이다. 그의 설명은 대부분 ‘1만원’ 단위까지 조목조목 수치를 제시하며 이어진다.
“1kg짜리로 환산하면 연간 우리나라 닭 소비량이 3억8000만 마리입니다. 1인당 1년에 여덟마리를 먹는 셈이죠. 제너시스가 소비하는 닭이 하루 10만 마리예요. 1일 전국 생산량인 100만 마리의 10%를, 치킨점에서 사용하는 60만 마리의 15%를 소비하는 것이지요. 중국사람들은 4~5마리를 먹는데 전체 소비량은…. …그렇다면 우리가 매장을 100개 세울 때마다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정확히 계산되죠.”
사업가적 기질을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 윤회장이 ‘세계적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슴에 아로새긴 때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라고 한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검정고무신을 신고 허리춤에 책보를 대롱대롱 매달고 다녀야 하는 줄 알았던 그에게 아버지가 사다 준 운동화와 책가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엉덩이까지 흘러내리지도 않고 매듭도 단단한 책가방과 맘껏 달려도 벗겨지지 않는 운동화는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그는 아버지에게 이런 물건들을 어떤 곳에서 만드느냐고 물었다.
11월 출시된 성인용 치킨 ‘데리큐’를 맛보고 있는 윤회장.
조선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미원(대상)에 입사한다. 미원에서 처음 발령받은 부서는 사료곡물 수입부서. 이때부터 닭고기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된다. 그는 돈을 받으며 경영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회사라 여기고 낮에는 현장감각을 익히고 밤에는 가축이나 사료 등에 대한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다고 한다.
1994년 부도난 닭고기 관련 회사 천호마니커를 인수한 미원은 그에게 마니커 영업부장직을 맡긴다. 천호마니커는 하루 닭고기 판매량이 1만 마리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만신창이였고 영업부는 신입사원 3명이 덩그러니 썰렁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3개월 내에 하루 5만 마리를 팔겠다”고 회사에 큰소리를 쳤다.
“업무보고 때 5만 마리를 팔겠다는 얘기를 듣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사장과 임원들을 화들짝 놀라게 만든 일이 벌어졌죠. 6개월 동안 10만 마리를 팔았으니까요.”
바로 그 즈음이었다. 그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다운 사업을 벌일 때가 됐다고 여긴 것은. 그는 결심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군대 동기생 두 명과 막내동생을 불러 도원결의를 맺고 ‘자신의 회사’를 만든 것이다.
‘치킨대학’ 교두보 10여개국 진출 조율
“선후배들에게 사업계획서를 보여주고 수천만원씩을 융통해와 5억원을 마련했어요. 막상 회사를 세우려고 하니 겁도 좀 나더라고요. 하지만 ‘좋은 원료를 쓰자’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자’ ‘가맹점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라는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실패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지 얼마 후 ‘어린 시절 꿈’은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었다. 16개로 시작한 가맹점이 96년 6월 100개, 4년 뒤인 99년엔 1000개로 늘었다. 제너시스는 창업 8년 만인 2003년 11월 현재 전국 1550개 가맹점 7500여명을 먹여살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리아가 80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것을 미뤄보면 제너시스의 사업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너시스는 ‘세계 1등’이라는 윤회장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까. 제너시스는 경기 이천에 치킨대학을 세웠다. 맥도날드의 ‘햄버거대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누구나 ‘치킨 사업’을 원하면 호텔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는 치킨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 윤회장은 “맥도날드가 햄버거대학을 통해 세계적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것처럼 치킨대학은 ‘제너시스의 세계화’를 이루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시스는 내년 스페인에 진출한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이집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세계 10여개국에서 마스터프랜차이즈(브랜드와 노하우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것)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나, 현지의 재료로 한국에서와 똑같은 맛을 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진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윤회장은 예의 수치 얘기를 다시 꺼내며 2020년을 기대해보라고 했다. 그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그의 계산이 맞다면 2020년께 제너시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맥도날드가 햄버거대학을 세우는 데 22년이 걸렸습니다. 반면 제너시스는 5년이 소요됐을 뿐이에요. 점포 수 100개를 넘어서는 데 맥도날드는 14년, 제너시스는 7년이 걸렸습니다. 세계 진출도 맥도날드보다 우리가 10년 빠릅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까지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요. 세계의 어린이들이 부모들에게 BBQ 치킨을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꼭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