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B 알뜰폰, 은행장 야심을 넘어설까

‘노예계약’ 단말기보다 비싸지만, 月 통신비 절약은 ‘쏠쏠’ 국민은행 급여 이체 & KB국민카드 사용은 ‘필수’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9-11-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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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알뜰폰 사업 ‘리브 엠’ 론칭 행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허인 KB국민은행장(맨 오른쪽) 등 내빈들이 리브 엠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10월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알뜰폰 사업 ‘리브 엠’ 론칭 행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허인 KB국민은행장(맨 오른쪽) 등 내빈들이 리브 엠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KB국민은행(행장 허인)이 ‘알뜰폰’ 사업을 본격 개시했다. 4월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제1차 혁신금융서비스로 9개 사업을 선정하면서 국민은행이 신청한 ‘알뜰폰 사업을 통한 금융·통신 융합’을 포함시켰다. 현행법상 은행은 은행의 고유 업무와 연관성 없는 사업을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없지만, 금융위가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국민은행에 한해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 일명 알뜰폰)를 허용한 것이다. 이로써 은행권 최초 알뜰폰 사업자가 된 국민은행은 6개월 준비 기간을 거쳐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서비스 ‘리브 엠(Liiv M)’을 출시했다. 

    10월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리브 엠 출시 행사에서는 허인 은행장이 직접 포부를 밝혔다. 허 행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성과 등을 인정받아 10월 24일 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허 행장은 “적어도 100만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통신 분야에서 나온 이익은 고객에게 모두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KT 관계자도 참석해 ‘은행의 통신업 진출’에 대한 통신업계의 관심을 보여줬다.

    기간 약정 없어

    KB국민은행 ‘리브 엠’ 모바일 홈페이지.

    KB국민은행 ‘리브 엠’ 모바일 홈페이지.

    국민은행이 강조하는 리브 엠의 최대 강점은 단순하고 저렴한 요금. 영상, 음악 등 부가서비스 혜택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설계한 이동통신 3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와 달리 국민은행은 월 제공 데이터량에 따른 요금제만 운영한다.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는 전부 무료고, 기간 약정도 따로 없다. LTE는 물론, 국내 알뜰폰 사업자 중 유일하게 5G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브 엠의 LTE 요금(월 3GB 기준)은 3만800원. 4만 원대인 이동통신 3사보다 1만 원 이상 저렴하다. 1위 알뜰폰 사업자인 헬로모바일(2GB 4만590원)보다도 1만 원가량 낮다. 5G 요금도 이동통신 3사보다 1만 원 정도 싸다(표1 참조). 다만 5G 무제한 요금제는 도입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동전화 단말기별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9월 기준 5G 스마트폰 가입자당 월평균 트래픽은 약 26GB. 따라서 ‘평균적인’ 사용자라면 굳이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매달 180GB를 제공하는 리브 엠의 ‘5G 스페셜’ 요금제로도 데이터량을 감당할 수 있다. 월 6만6000원인 이 요금제는 SK텔레콤·LG유플러스(7만5000원)보다 9000원 싸고, KT보다는 1만4000원 이상 저렴하다. KT는 5G 요금을 ‘월 9GB 제공’과 ‘무제한’ 둘로만 나누고 있어, 매달 9GB 이상 데이터를 소비한다면 최소 월 8만 원을 내는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리브 엠은 국민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국민은행 계좌로 급여 이체를 하거나 4대 연금을 입금할 경우, 아파트 관리비를 이체할 경우, KB국민카드로 결제금액을 출금할 경우 각각 2200~5500원씩 최대 2만2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표1 참조). 제휴기관(본부집단신용대출, 선생님든든대출, 무궁화대출 등) 할인과 친구 결합 할인도 제공한다. 친구 결합 할인이란 고객이 가입자 1명을 자신과 결합시킬 경우 각자에게 월 2200원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12월에 개시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가족 결합 할인을 제공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족이 아니더라도 결합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범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친구 결합은 3명까지 등록 가능하며, 3명을 등록할 경우 6600원(2200원×3명)이 할인된다. 또 리브 엠 출시에 맞춰 KB국민카드는 ‘KB국민 리브 엠’ 신용·체크카드를 내놨다. 이들 카드는 리브 엠 통신료를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1만5000원(체크카드는 최대 6000원) 할인해준다. 

    이러한 할인 프로그램을 최대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5G 스페셜 요금은 월 2만9000원, ‘5G 라이트’(월 9GB 제공) 요금은 월 7000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5G 스페셜은 이동통신 3사 대비 60%, 5G 라이트는 87%나 저렴해지는 셈. 국민은행은 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가입자를 고려해 개통 월을 포함해 6개월간 실적에 관계없이 월 1만3200원을 기본으로 할인해주기로 했다. 

    [뉴시스]

    [뉴시스]

    리브 엠은 스마트폰 단말기도 판매한다. 현재는 삼성전자 갤럭시 S10(5G), 갤럭시 노트10(5G), 갤럭시 A90(5G), 갤럭시 A50(LTE) 4개 기종만 판매하는데, 향후 최신 단말기 위주로 라인업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단말기 판매가는 자체 할인에 KB국민카드 청구할인을 더해 시중가격 대비 20%가량 낮췄다. 갤럭시 S10(5G)은 시중가격이 139만7000원이지만, 리브 엠에 가입하고 KB국민카드로 결제할 경우 109만9260원에 살 수 있다(표2 참조). 

    ‘은행 알뜰폰’은 이동통신 부담을 낮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당장 리브 엠의 경쟁 상대는 ‘불법보조금 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이동통신사와 대리점이 불법보조금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행위는 줄지 않고 있다. 일례로 8월 출시된 갤럭시 노트10은 최근 암암리에 15만 원 전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직장인 김모(45) 씨는 “10월 KT 대리점에서 갤럭시 노트10을 15만 원에 구매했다. 2년간 의무 가입하고, 최소 6개월간 월 8만 원짜리 ‘슈퍼플랜 베이직’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불법보조금 폰은 단말기를 매우 싼 가격에 판매하는 대신 비싼 요금제에 의무 가입하게 한다. 그러나 리브 엠은 통신요금이 저렴하다. 처음에 단말기를 더 비싸게 사더라도 2년 이상 통신비 총액을 포함해 비교해보면 리브 엠이 통신비 부담을 더 많이 덜어준다. 불법에 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한 20대를 타깃으로 한 ‘스위치 요금제’ 개발 중

    갤럭시 노트10을 새로 구매해 2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이 같은 국민은행 측 설명은 사실이다(그림 참조). 리브 엠의 단말기 구입 및 통신비 총액은 약 185만 원(최대 할인 적용 시 1,161,105원+29,000원×24개월=1,857,105원). 15만 원에 같은 기종의 단말기를 확보해 2년간 8만 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150,000원+80,000원×24개월=2,070,000원)보다 22만 원 적게 든다. 그러나 김씨는 “KT에서 멤버십 할인 등 별도로 월 1만6000원씩 할인받아 월 통신요금은 6만4000원”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2년간 총액은 약 168만 원(150,000원+64,000원×24개월=1,686,000원)으로 리브 엠보다 오히려 17만 원 저렴하다. 

    한편 리브 엠은 12월부터 유심칩(SIM 카드)에 모바일 공인인증서를 탑재한다. 따라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꾸더라도 새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먼저 리브 엠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모바일 공인인증서를 탑재한 새 유심칩을 당일 배송해준다. 

    국내 1위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나선 것은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장년층보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이들 세대의 특성에 맞춰 통신요금을 크게 낮추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청소년과 2030세대의 주거래 은행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하겠다는 것.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는 “생애 첫 스마트폰을 마련하는 청소년과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2030세대가 리브 엠의 주요 타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취지에서 리브 엠은 ‘스위치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20대 청년의 신분이 대학생, 휴학생, 군인, 인턴사원, 신입사원 등으로 자주 바뀐다는 점을 감안해 가입한 이동통신 요금제를 1~2주마다 손쉽게 바꾸고 남은 데이터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요금제 내에서 갈아타게 할 것인지, 아예 새로운 요금제를 만들 것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폰’은 토종 넷플릭스와 결합할 듯

    10월 31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염정호 KEB하나은행 미래금융사업본부장(가운데), 김선중 SK텔링크 대표(왼쪽), 김성수 SK텔레콤 영업본부장이 ‘디지털 기반의 금융  ·  통신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제공 · KEB하나은행]

    10월 31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염정호 KEB하나은행 미래금융사업본부장(가운데), 김선중 SK텔링크 대표(왼쪽), 김성수 SK텔레콤 영업본부장이 ‘디지털 기반의 금융  ·  통신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제공 · KEB하나은행]

    은행의 통신업 진출에 KEB하나은행(행장 지성규)도 가담하는 모양새다. 하나은행은 최근 SK텔레콤 자회사이자 국내 2위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와 ‘디지털 기반의 금융 통신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제휴협약(MOU)’을 맺었다. 하나은행이 직접 알뜰폰 사업자로 뛰어드는 것은 아니고, SK텔링크를 통해 하나은행 고객이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할인받을 수 있는 전용 요금제를 선보이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SK텔링크와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할인 내용은 좀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폰’이 갖는 차별점은 SK텔레콤이 넷플릭스에 대항해 최근 출범시킨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와 음악 플랫폼 ‘플롯’을 통신서비스에 결합시키는 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각각 월 구독료로 7900원을 내야 하는 웨이브, 플롯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가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허용한 것은 국민 실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금융·통신의 융합으로 혁신서비스를 출현시키고, 금융·통신 결합 정보를 토대로 신용평가 개선 및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와 통신시장 확대 등 ‘혁신의 확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측도 통신 고객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한편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최근 80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국민은행 리브 엠이 알뜰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알뜰폰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한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확인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개시되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완전히 낯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소비자의 큰 호응으로 이어져 은행의 디지털 혁신에 유효한 전략으로 입증될지 은행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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