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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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주담대 늘어나자 ‘반포자이’ 반등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금리·심리·분리 등 ‘3리’ 알아야 부동산시장 정복 가능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4-06-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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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리리 자로 끝나는 말은~♪” 유년 시절 한글을 배울 때 부르던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운명을 결정짓는 단어 3개가 있는데, 마침 모두 ‘리’ 자로 끝난다. ‘금리, 심리, 분리’가 그것이다. 금리는 지방보다 약 3배 비싼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수도권 비중이 커지면서 금리의 영향 반경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금리 5%대 가계대출 비중 감소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시세가 고금리 영향으로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시세가 고금리 영향으로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서울 집값 급락의 트리거는 5%대 가계대출금리였다. 한국은행 가계대출통계에 따르면 2020년, 2021년만 해도 5%대 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비중은 1%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년 9월 갑자기 이 비중이 25%로 급등하더니 그해 11월에는 37%까지 치솟았다. 2022년 가을에 들이닥친 고금리 습격은 서울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톱20 아파트 값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그해 9월 서울 톱20 아파트 시가총액이 1% 떨어지더니 지난해 초까지 몇 개월 만에 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 ‘헬리오시티’ 국민평형(국평) 실거래가는 22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하락했으며, 서초구 ‘반포자이’ 국평 실거래가는 39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이후 금리 5%대 가계대출 비중이 차츰 감소해 올해 4월 그 비중이 10% 이내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고금리 파고가 잠잠해지자 헬리오시티 국평은 다시 20억 원대로 회귀했으며, 반포자이 국평 역시 33억 원으로 반등했다.

    다만 서울 리딩 단지가 아직 전고점을 탈환하지 못한 원인 역시 금리에서 찾을 수 있는데, 서울 아파트 신고가가 쏟아지던 2021년 70% 비중을 차지하던 2%대 금리가 올해 4월 기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 대신 금리 3.5% 이상~4.0% 미만 가계대출 비중이 지난해 10월 4%에서 올해 4월 45%까지 치솟으며 대세 가계대출금리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그래프1 참조). 3% 후반대 가계대출금리가 자리 잡은 것은 올해 4월 4840건을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5000건에 가까워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때문이다(그래프2 참조). 잡히지 않는 물가 때문에 ‘금리 보합론’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결과다. 부동산 수요자들은 “과거 2%대 초저금리로 회귀하기는 어려우니 3% 후반 금리가 지속된다면 지금이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4월에 이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역시 5000건 안팎을 기록한다면 중금리 시대 똘똘한 한 채로 인정받는 부동산의 특징이 무엇인지 그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부동산 트렌드는 ‘시성비’

    금리와 더불어 대한민국 부동산 운명을 결정짓는 단어는 ‘심리’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부흥에 힘입어 부동산 관심층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매수심리를 온라인에 표출하고 있다. 통상 2개월 뒤늦게 집계되는 거래량 통계와 달리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부동산 심리 키워드는 ‘집값 하락’과 ‘집값 상승’ 등이다. 5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집값 하락’ 검색량은 2960건으로 약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집값 상승’ 검색량은 3020건을 기록해 오랜만에 ‘집값 하락’ 검색량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축 아파트’ 검색량은 시장 사이클에 상관없이 수년째 꾸준히 월평균 약 5000건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지’ 검색량 역시 시장 부침에 상관없이 꾸준히 월평균 약 8000건을 나타냈다. 이외에 ‘오션뷰’ ‘조망’도 비슷한 수준의 검색량을 유지하며 주거 질에 대한 욕망은 시장 사이클과 상관없다는 점을 증명했다.

    인구 저성장 시대다. 이는 부동산시장 욕구가 ‘양’에서 ‘질’로 전환되고 있음을 뜻한다. 주택시장의 양적 수준을 측정하는 ‘주택 보급률’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같은 지표는 수년이 지나면 쓸모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 대신 ‘고령 주택 비중’ ‘평면 형식 현황(계단식/복도식)’ ‘인당 주거 면적’ ‘방당 인원수’ 같은 주거 질을 측정하는 지표가 집값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 입지 심리에서 떠오르는 트렌드는 바로 ‘시성비’다. 시간 대비 성능을 중요시 여기는 관점, 즉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패러다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N분도시’는 부동산시장에서 시성비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도시 거주자의 생활 반경을 몇 분 안으로 압축할 수 있을지 그 지향점을 담아낸다. 최근 서울시가 실시간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도권 생활 반경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출근·등교·쇼핑·병원 등 목적별 평균 이동시간은 서울의 경우 약 30분대, 수도권은 약 40분대로 조사돼 서울은 ‘30분도시’, 수도권은 ‘40분도시’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역시 수도권 통근자의 시성비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인기의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지방 대도시 통근자의 시성비를 높이는 충청권 CTX는 보도 당일 약 3000건, 부산 BuTX는 보도 당일 약 2000건의 검색량을 기록해 x-TX 인기가 시성비를 등에 업고 꾸준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성비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시간 단축 외에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하는, 즉 시간을 중첩하는 것이 있다. 블록형 단독주택은 ‘주거·여가·업무’ 기능을 한 공간에서 가능하게 하고, ‘알파룸’은 틈새공간을 살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시성비를 높이는 식이다. 단지 내 커뮤니티 역시 시성비를 높이는 핵심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최근 메이저 건설사들은 영화관과 캠핑장 등을 단지 내로 끌어들이며 입주자들의 시간 효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운명을 가르는 마지막 단어는 ‘분리’다. 주거지 분리란 한 도시 안에 고가 주택으로 구성된 주거지와 저가 주택으로 구성된 주거지가 뚜렷하게 구분돼 분포하는 것을 뜻한다(지도 참조). 국토연구원이 2011~2021년 10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거지 분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등 대도시에서도 인구 감소로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주거지 분리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집값이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외면받는 곳은 철저히 외면받는 초양극화 현상이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정해진 미래임을 알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저가 주택 군집지와 고가 주택 군집지를 가르는 절대적 요인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 건설 여부다. 만약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역에 상관없이 고르게 추진된다면 초양극화 현상은 완화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거지 분리에 따른 학군, 상권, 일자리 등 격차는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치솟은 공사비와 여전히 견고한 도시정비 규제는 강남과 서울 도심에 신축이 쏠리는 현상을 촉진할 것이다.

    쏠림 현상이 집값 결정

    부동산시장에서는 갈수록 균등과 통합이라는 단어를 체감되기 힘들어질 테고, 쏠림에 따른 분리가 대도시 집값의 등고선을 형성하는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어느 지역에 신축 대단지가 꾸준히 들어서고 있는가” “어느 개발 축에 정비예정구역이 몰려 있는가” “어느 재건축 단지가 시공사 선정 준비를 마쳤는가” 등이 미래에 돈이 되는 부동산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뉴노멀 시대 부동산시장을 정복하고 싶다면 금리, 심리, 분리 이 3개 단어를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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