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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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봉사가 진정한 자선 활동이 아닌 이유

[돈의 심리] 기부금 받고 활동하면 직장인… 자기 돈 기부하며 활동한 카네기 모범 사례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4-06-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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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년 전 아프리카를 간 적이 있다. 그때 한 마을에서 한국인 자선 활동가를 만났다. 이 자선 활동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는 일을 주로 하면서 마을에 공적으로 필요한 잡다한 일들도 처리하고 있었다. 이 아프리카 마을은 가난한 동네였고, 그래서 무료로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고 동네일을 하는 그 한국인 자선 활동가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한국인이 아프리카까지 와서 아이들을 위한 자선 활동을 하는 것을 보니 진정한 자선 활동가의 모델 같았고, 나는 그를 보면서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라며 감탄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 자선 활동가는 몇 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자신의 자선 활동을 설명하고, 자선 기부금을 받아 아프리카로 돌아왔다. 즉 한국인 자선가로부터 돈을 받고, 그 돈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에서 자선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자선 활동가의 생활비는 기부자들의 자선 모금에서 나왔다.

    생활비 받는 자선 활동은 업무일 뿐

    이 사실을 알고 나서는 그 자선 활동가를 어떻게 봐야 할지 좀 애매했다. 그는 자선 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 자선 활동을 하는 대상은 아프리카 주민이고 돈을 주는 사람은 한국인으로 서로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생활비를 받으면서 자선 활동을 했다. 그러면 이 사람의 자선 활동은 봉사 활동인가, 아니면 직장인의 업무 활동인가.

    돈을 받지 않고 아이들 머리를 깎아준다면 분명 봉사 활동이다. 하지만 생활비를 전폭적으로 지원받으면서 아이들 머리를 깎아준다면 그건 봉사 활동인가, 직장 활동인가. 어디에 취직해 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생활비 전체를 지원받으면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거라면 자선 활동이라기보다 직장 활동 아닐까. 꼭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돈을 충분히 줄 테니 아프리카에 가서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라고 한다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한국인이 거기까지 와서 직접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는 것도 문제였다. 한국인이 아프리카 마을에 와서 직접 머리를 깎아주는 것보다 그냥 현지 아프리카 이발사에게 돈을 보내주고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면 훨씬 많은 아프리카 아이가 무료로 머리를 깎을 수 있다. 지원금이 충분하면 아프리카 이발사를 한두 명 더 채용해 아이들 머리를 깎으면 된다. 그럼 직장을 얻는 아프리카인도 생긴다. 최소한 한국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한국인 자선 활동가의 비행기 값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의 머리를 더 깎아줄 수 있다.

    나는 이 자선 활동가를 자신을 희생해 봉사 활동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자선 활동가는 자선가로부터 돈을 받고 이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프리카까지 와서 자선 활동을 하는 자선 활동가일까, 아니면 이 자선 활동가에게 돈을 대는 자선가일까. 자선가가 돈을 대든 말든 상관없이 스스로 자선 활동을 수행한다면 자선 활동가가 자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선가가 돈을 대야만 이런 활동을 한다면 그때는 돈을 대는 자선가가 진짜 자선을 하는 것이다. 결국 자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이는 앞에 나서서 활동을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내는 사람이다. 돈을 대주는 자선가가 없다면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는 자선 활동가도 없다.



    자기 돈으로 봉사해야 진정한 자선 활동가

    돈을 기부하는 대신 직접 자선 활동을 한 앤드루 카네기. [GETTYIMAGES]

    돈을 기부하는 대신 직접 자선 활동을 한 앤드루 카네기. [GETTYIMAGES]

    이런 관점에서 자선 활동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이는 자기가 돈을 내면서 스스로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즉 자기 돈으로 직접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참 드물지만 있긴 있다. 가장 대표적 경우가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다. 미국 강철산업을 지배하던 카네기는 1901년 당시 자기 회사를 4억8000만 달러에 팔고 세계적 갑부가 됐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자선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카네기는 자선 활동에 기부하는 돈 대부분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가지 않고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써버린다고 봤다. 그래서 어디에 돈을 기부하지 않고 직접 자선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 전역에 도서관을 세우고, 학교를 만들고, 카네기홀을 건립하는 등 실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선 활동을 했다. 실제 카네기는 자기 재산의 90%를 기부 활동에 썼는데, 이런 활동을 하느라 은퇴 전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 현대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자기 돈을 들여 자선 활동을 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다음으로 자선 활동에 공헌하는 이는 자기 돈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돈도 받으면서 자선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이다. 자선 활동을 할 때 자기 재산을 사용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 자선 활동에 보탠다. 규모가 확대되면 자기 돈보다 다른 사람 돈의 비중이 더 커지기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자기도 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도 금전적으로 부담을 지면서 자선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자신이 직접 자선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자선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사람이다. 앞에서 본 아프리카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자선 활동에서 그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자선가가 해당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자선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전적으로 지원해 그 활동이 실제 이뤄지게 한다. 우리는 보통 뒤에서 돈만 내는 사람보다 실제 활동하는 사람을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누가 돈을 지원하지 않으면 더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때는 활동하는 사람보다 돈을 지원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다음은 다른 이들의 돈을 바탕으로 직업적으로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유명한 자선 활동가, 자선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전면에 나서서 여러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자선 활동가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자선 활동가는 재단 등에서 보수를 받는다. 이때 자기 월급까지 자선 활동에 쓰는 자선 활동가가 있고, 자기 월급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 자선 활동가가 있다. 자기 월급을 자선 활동에 쓰는 사람은 자기 돈은 물론, 다른 사람의 돈도 사용하는 자선 활동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자선 활동에 자기 월급을 절대 쓰지 않는 사람은 실제 자선 활동가가 아니다. 그냥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직장인일 뿐이다. 사회에 나와 돈을 벌고자 직업을 선택할 때 자선단체, 자선 활동 업무가 마음에 들어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 그 일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조금이나마 자기를 희생하는 기부자보다 더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선 활동도 돈 흐름이 중요

    나아가 더 문제가 되는 건 자선 활동을 통해 자기 이익을 증대하는 사람이다. 자선 활동을 하겠다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하고는 그 돈을 자선 활동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부류다. 물론 기부금을 모두 자기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건 아니고, 일부는 실제 자선 활동에 사용한다. 그러나 적잖은 돈을 자기를 위해 쓴다. 이건 자선 활동가가 아니라 일종의 사업가로 봐야 한다. 자선이라는 아이템을 활용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다. 어쨌든 자선 활동은 직접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직업적 자선 활동가는 자선 활동 분야에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간헐적으로 자선비용을 내거나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간헐적이다 보니 이것을 기반으로는 지속적인 자선 활동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데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 대다수 사람의 자선 활동이 바로 이 영역에 속한다. 기업 활동에서 누가 중요한 사람이냐를 구분하는 기준은 누가 돈을 내는 사람이고 누가 돈을 받는 사람이냐다. 마찬가지로 자선 활동에서도 누가 돈을 내고 받는가라는 돈 흐름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자선 활동을 보면 누가 진정한 자선 활동가인지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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