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주 세계 금융시장은 ‘tantrum’이라는 말처럼 그야말로 ‘생떼’를 부렸다. ‘tantrum’은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써왔던 양적완화 및 낮은 이자율 정책을 끝내면서 금융시장에 요동 현상이 나타날 때 쓰는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대부분 채권 이자율이 급속히 올랐고, 영국 파운드와 유럽연합 유로화 역시 몇 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세계 주식시장은 다 하락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리플레이션(reflation)’이란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아닌 리플레이션은 뭘까. 리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이 장기 추세로 이어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만약 평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3%라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대체로 물가상승률이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장기간 평균인 3%를 따라잡으려면 일시적으로 큰 폭의 물가상승이 필요하다. 드라기 총재의 리플레이션이란 말 한 마디는 유럽중앙은행이 이 같은 물가상승을 예상하고 양적완화 정책과 낮은 이자율 정책을 끝낼 것이라는 시장의 해석을 이끌어냈다.
6월 14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번을 포함해 4번의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00~1.25%가 됐다. 미국 금리인상은 3년 전부터 언급된 것이고, 연초부터 유럽 경제가 지난해 예상보다 좋아졌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뭐가 그리 새롭다고 난리일까.
이런 상황에서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였다. 세계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곧바로 ‘예상’과 ‘서프라이즈’의 간격을 줄이는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6월 마지막 주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큰 변동은 이렇게 서프라이즈에 금융시장이 반응한 것이고, 앞에서 언급한 ‘tantrum’의 맛보기 정도로 봐도 된다.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투자자는 주식이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금리인상은 기업의 투자비용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6월 마지막 주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대체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기업의 생산과 판매가 늘고, 이익(revenue) 역시 증가한다. 또 어떤 회사는 인플레이션이 이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익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는 주가를 정하는 가장 근본적 요소다. 회사에 돈이 넉넉히 들어와야 배당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과열되면서 금리가 많이 올라 기업이 더는 투자할 수 없어 경제 전체가 긴축 상황에 들어선다면 걱정할 만하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된다고 당장 주식시장이 몰락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인상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걱정거리인 것만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당장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변동금리로 대출받아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변동금리의 비중이 60%를 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과정에서 시중 금리가 올라간다면 그만큼 소득도 높아지기 때문에 변동금리에 따른 부담은 소득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상쇄된다. 변동금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많은 수수료가 포함된 고정금리보다 훨씬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시중 금리인상이 경제 활황에 따른 것이 아닐 때다. 같은 이유로 유럽의 금리인상과 관련된 언급이 투자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유럽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다. 인플레이션 역시 목표치에서 아직 멀다. 투자자는 금리인상 사이클에 이미 완전히 들어가 있는 미국 때문에 유럽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앞당겨 올리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거의 제로(0)에 가까운 금리 시대는 가고, 이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주요 국가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함께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영주 닐슨
•전 헤지펀드 퀀타비움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전 Citi 뉴욕 본사 G10 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J.P.Morgan 뉴욕 본사 채권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Barclays Global Investors 채권 리서치 오피서
•전 Allianz Dresdner Asset Management 헤지펀드 리서치헤드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아닌 리플레이션은 뭘까. 리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이 장기 추세로 이어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만약 평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3%라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대체로 물가상승률이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장기간 평균인 3%를 따라잡으려면 일시적으로 큰 폭의 물가상승이 필요하다. 드라기 총재의 리플레이션이란 말 한 마디는 유럽중앙은행이 이 같은 물가상승을 예상하고 양적완화 정책과 낮은 이자율 정책을 끝낼 것이라는 시장의 해석을 이끌어냈다.
6월 14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번을 포함해 4번의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00~1.25%가 됐다. 미국 금리인상은 3년 전부터 언급된 것이고, 연초부터 유럽 경제가 지난해 예상보다 좋아졌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뭐가 그리 새롭다고 난리일까.
드라기 총재 리플레이션 발언 충격
맞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주요 선진국의 금리인상은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다. 그런데 기준금리는 계속 올랐지만 금리를 따라가야 하는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그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이번 네 번째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한 번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런 반대 시각은 채권, 외환, 주식 거래를 통해 바로 드러났다.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특히 최근 금리인상 시점인 6월 중순에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 참가자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였다. 세계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곧바로 ‘예상’과 ‘서프라이즈’의 간격을 줄이는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6월 마지막 주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큰 변동은 이렇게 서프라이즈에 금융시장이 반응한 것이고, 앞에서 언급한 ‘tantrum’의 맛보기 정도로 봐도 된다.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투자자는 주식이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금리인상은 기업의 투자비용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6월 마지막 주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대체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기업의 생산과 판매가 늘고, 이익(revenue) 역시 증가한다. 또 어떤 회사는 인플레이션이 이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익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는 주가를 정하는 가장 근본적 요소다. 회사에 돈이 넉넉히 들어와야 배당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과열되면서 금리가 많이 올라 기업이 더는 투자할 수 없어 경제 전체가 긴축 상황에 들어선다면 걱정할 만하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된다고 당장 주식시장이 몰락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활황 덕분 금리인상은 호재
금리가 올라가면 배당을 많이 받는 주식에 투자해 수입을 올리던 개인투자자는 채권으로 투자처를 옮긴다. 일반 채권은 정해진 기간(주로 6개월에 한 번)마다 정해진 채권 쿠폰 이자를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쿠폰 이자 역시 인상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채권의 쿠폰 이자처럼 배당률이 높아지는 주식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기처럼 인플레이션과 관계된 인프라 또는 도로처럼 사용한 만큼 사용료를 내는 인프라와 관련 있는 주식이 그것이다.
금리인상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걱정거리인 것만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당장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변동금리로 대출받아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변동금리의 비중이 60%를 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과정에서 시중 금리가 올라간다면 그만큼 소득도 높아지기 때문에 변동금리에 따른 부담은 소득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상쇄된다. 변동금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많은 수수료가 포함된 고정금리보다 훨씬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시중 금리인상이 경제 활황에 따른 것이 아닐 때다. 같은 이유로 유럽의 금리인상과 관련된 언급이 투자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유럽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다. 인플레이션 역시 목표치에서 아직 멀다. 투자자는 금리인상 사이클에 이미 완전히 들어가 있는 미국 때문에 유럽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앞당겨 올리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거의 제로(0)에 가까운 금리 시대는 가고, 이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주요 국가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함께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영주 닐슨
•전 헤지펀드 퀀타비움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
•전 Citi 뉴욕 본사 G10 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J.P.Morgan 뉴욕 본사 채권시스템트레이딩헤드
•전 Barclays Global Investors 채권 리서치 오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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