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남해안산책로의 해식동굴. 2 깎아지른 해안절벽 아래로 이어지는 행남해안산책로. 3 저동해안산책로에서 만나는 높이 57m의 나선형 계단과 구름다리.
행남해안산책로
원래 행남해안산책로는 도동항과 도동등대(054-791-2594) 사이의 해안절벽 및 숲을 지나는 약 1.6km의 길이었다. 도동등대와 저동항 사이에 1.4km쯤 되는 저동해안산책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똑같은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이제는 도동등대를 가운데에 두고 행남해안산책로와 저동해안산책로를 연결하면 약 3km 길이의 환상적인 해안 트레킹코스가 완성된다. 쪽빛 바다, 깎아지른 해안절벽, 울창한 숲 등 울릉도만의 독특한 자연풍광을 2시간 안에 모두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코스다.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시작하는 행남해안산책로는 깎아지른 해안절벽의 옆구리를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가 만들어낸 해식동굴도 군데군데 뚫려 있다. 해안절벽 아래의 비좁은 바닷길을 20여 분쯤 걸으면, 섬조릿대가 빼곡히 들어찬 대숲길에 들어선다. 대숲이 끝나면 다시 해송숲으로 들어간다. 가을이면 숲 바닥이 온통 노란 털머위꽃으로 뒤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해송숲이 끝나는 곳에 등대전시관, 관저, 전망대를 갖춘 도동등대가 있다. 등대 옆의 전망데크에서는 저동해안산책로, 저동항, 촛대바위, 북저바위, 성인봉이 한데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동등대에서 저동항으로 가려면 다시 해송숲과 대숲을 지나고, 아득한 해안절벽을 내려가야 한다. 등대와 저동항 사이의 해안절벽에는 높이 57m의 나선형 계단이 설치돼 있다. 나선형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해안절벽 아래로 내려선 다음에는 일곱 개 무지개 색으로 채색한 구름다리를 연달아 건너게 된다. 해안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의 방파제에서는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릉둘레길(남양-태하 구간)
울릉도에는 울릉둘레길이 있다. 옛날부터 울릉도 주민이 이용해온 길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만든 순환형 트레킹코스다. 남양-태하 둘레길은 총 3개 구간으로 나뉜 울릉둘레길의 제2구간에 속한다. 울릉도 역사와 자연생태를 두루 엿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전체 길이가 약 12km인 이 길을 걸으면 서면 면 소재지인 남양리를 비롯해 남서리 고분군, 나팔등마을 입구, 태하령 옛길, 태하리 성하신당과 황토굴, 태하등대 등을 두루 거치게 된다. 일주도로변의 남양 버스정거장에서 남서천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을 거슬러 2.7km쯤 오르면 나팔의 등처럼 가파르다는 나팔등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그 길 중간쯤의 산비탈에는 신라시대의 돌무덤인 ‘남서리 고분군’이 있다. 최소한 삼국시대 이전부터 울릉도에 사람들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유적이다.
나팔등마을 입구에서 태하령 옛길까지 약 800m 구간은 제법 비탈진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길바닥에 푹신한 흙과 낙엽이 깔려 있는 데다 숲이 울창해 가뿐히 걸을 수 있다. 태하령 옛길 구간은 성인봉 원시림지대 못지않은 천연림을 가로지른다. ‘태하동 솔송나무·섬잣나무·너도밤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50호)이 그것이다. 솔송나무와 섬잣나무 고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쭉쭉 뻗어 있어 짙은 솔향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태하령 정상에서 태하리까지는 줄곧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큰황토구미’라고도 불리는 태하리는 울릉도 개척령이 내려지고 그 이듬해인 1883년 7월 개척민들이 첫발을 내딛었던 곳이다. 이 마을 북쪽의 대풍감 절벽에는 태하등대(054-791-5334)가 있다. 초입까지 관광모노레일(054-790-6631)이 설치된 이후로는 태하등대와 대풍감 절벽의 절경을 수월하게 감상할 수 있다.
최근 확장공사가 끝난 태하등대 자체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등대 옆의 향목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조망이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보다 더 상쾌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 일렁이는 바다는 때 묻지 않은 비취빛, 에메랄드빛, 쪽빛이다. 그 물빛만 봐도 이곳이 울릉도 최고의 해안절경으로 꼽히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내수전-석포 옛길
내수전과 석포는 울릉도 동북쪽에 자리 잡은 마을들이다. 일주도로 미개통 구간인 두 마을 사이의 직선거리는 2.5km도 안 된다. 하지만 자동차로 가려면 무려 38km를 달려야 한다. 찻길이 없는 내수전-석포 구간에는 아름답고 편안한 옛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옛날부터 울릉도의 동북부와 동남부 지역 주민들이 왕래하던 오솔길이다.
길이 3.4km의 내수전-석포 옛길은 줄곧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그래서 산길의 호젓한 멋과 바다의 장쾌한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길의 느낌도 자연스럽고 율동감이 넘친다. 바닥에는 녹색 융단 같은 이끼와 오랜 세월 쌓인 낙엽이 두툼하게 깔려있어 발바닥에 와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푹신하다. 이 조붓한 옛길을 에워싼 숲은 원시적인 야성과 정갈함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이런 매력 덕에 내수전-석포 옛길은 울릉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