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사진 명소로 유명한 렘푸양 루후르 사원. GETTYIMAGES
감탄이 절로 나오는 발리의 자연
발리는 오래전부터 ‘신들의 섬’으로 불렸다. 힌두사원이 섬 곳곳에 스며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향과 꽃을 바치는 제의가 이어진다. 신에게 기도하는 방식은 소란스럽지 않다. 이곳에서 신은 숭배 대상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지켜주는 이웃에 가깝다. 사원으로 향하는 길은 삶의 속도를 되묻게 한다.울루와뚜 사원은 바다 절벽 위에서 파도를 내려다본다. 저녁이 되면 석양이 바다 위로 번지고, 하늘과 물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하루의 끝에서 마주하는 이 풍경은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정리하게 만든다. 인생 사진 명소로 유명한 렘푸양 루후르 사원도 상징적인 장소로 꼽힌다. 거울을 이용해 석문 인증숏을 찍으면 마치 하늘에 둥둥 뜬 석문 앞에 선 것 같은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발리의 중심으로 불리는 우붓은 섬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논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초록의 결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아침이면 옅은 안개가 논 위에 내려앉고, 햇빛은 그 위를 천천히 걷는다. 바쁘게 움직일 이유가 없는 풍경이다. 우붓에 자리한 리조트와 요가 스튜디오, 소규모 카페들은 발리 특유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가 된다. 새해를 앞두고 꼭 필요한 것은 어쩌면 꼼꼼한 계획보다 이런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의 여백일지 모른다.
자연으로 시선을 옮기면 또 다른 발리가 기다린다. 섬 동쪽, 정글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마다카리푸라 폭포는 그 존재만으로도 설명이 필요 없는 장소다. 약 200m 높이에서 빗물처럼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 서 있으면 감탄보다 먼저 고개가 숙여진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폭포는 말없이 알려준다. 흠뻑 젖은 옷과 함께 마음에 들러붙어 있던 걱정도 조금씩 씻겨 내려간다.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 명소 툴람벤도 놓쳐서는 안 된다. 전쟁의 흔적으로 가라앉은 난파선 위로 산호가 자라고, 열대어 떼가 그 위를 유영한다. 파괴의 흔적 위에 다시 생명이 쌓인 풍경은 발리가 건네는 위로다. 그리고 발리의 중심에는 바투르 화산이 있다. 지금도 숨 쉬듯 연기를 내뿜는 신성한 산. 새벽어둠을 뚫고 정상에 올라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마주하며 새해의 힘찬 출발을 다짐해보자. 짐바란 해변에서는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갓 구운 해산물과 따뜻한 바람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저녁이다.

발리의 중심으로 불리는 우붓. GETTYIMAGES
투박하지만 솔직한 발리의 맛
이곳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하다. 향신료의 깊은 맛과 재료 본연의 식감이 입안에 천천히 남는다. 천천히 구워 낸 발리식 전통 통돼지구이 바비굴링은 향신료와 불의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다. 한 점 입에 넣으면 이 음식이 단순히 여행자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의식과 축제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곁들여 나오는 발리 전통 향신료 소시지 우루탄은 투박하지만 솔직한 맛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발리 사람들의 삶은 자연과 밀착돼 있다. 아침마다 집 앞에 놓인 제물은 신을 위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행위처럼 보인다. 삶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처럼 말이다. 발리에서 일상은 여행자에게도 삶의 방향키를 남긴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지 않고 방향만 조금 틀면 충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해 여행은 종종 다짐으로 채워진다. 더 잘 살겠다는 말, 더 열심히 살겠다는 계획들. 그러나 발리는 그것보다 먼저 이렇게 얘기하는 듯하다. 잠시 쉬어도 된다고, 숨을 고르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고. 이 섬에서 시간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앞으로를 준비하기 위한 여정이다. 발리를 떠날 무렵, 여행자는 불필요한 것을 많이 내려놓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생각은 단순해진다. 그래서 이 섬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어울린다. 새로운 한 해의 문턱에서 발리는 새로운 여정을 다시 걸어갈 힘을 내준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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