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생가. 안채 앞 우물은 이곳이 명당 집임을 암시하고 있다. [안영배 제공]
게다가 아파트와 빌라 같은 집합건물에 모여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 풍수 이론을 적용하는 게 억지스러운 경우도 적잖다. 이에 오히려 풍수론을 쫓아 생기를 찾기보다 사람에게 좋지 않은 터를 피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최근 필자는 지인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짐작한 대로 지인이 사는 서울 강남 한 아파트는 유해한 기운이 감돌았고, 특히 잠자는 침실 쪽이 가장 심했다. 유해한 기운, 즉 살기(殺氣)는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살기 터는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 전체 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곤 한다. 갑신정변 주역인 홍영식의 집터(서울 북촌)가 이에 해당한다. 음기(陰氣)가 가득한 살기 집터에 살다가 홍영식 가문은 풍비박산이 났던 것이다.
서울 북촌에 있는 홍영식 집터. 이곳의 터 기운으로 홍영식 가문이 풍비박산하는 곡절을 겪은 것으로 해석된다. [안영배 제공]
수맥은 건강에 악영향 미치는 스트레스 에너지
흔히 수맥 혹은 수맥파로 표현되는 땅속 살기는 사람의 건강을 해치기 쉽다. 수맥과 인체 건강의 연관성 문제는 서양에서 먼저 연구됐다. 독일 등을 중심으로 서양 일부 과학자가 수맥파를 ‘해로운 지구 방사선(Harmful Earth Radiation)’의 일종으로 규정한 이후 여러 임상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독일 의사 하거 박사는 22년간(1910~1932) 암환자 5348명의 주거지를 조사한 결과 99%의 집이 수맥파 위에 지어져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암환자와 수맥파의 연관성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다.
국내에서도 영남대 연구진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수맥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직접적 원인으로 지자기(地磁氣) 교란 현상을 꼽았다. 지자기 교란 수치가 평균보다 150%가량 높을 경우 두통, 편두통, 집중력 저하, 목의 뻐근함 같은 증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사람이 수맥파에 노출될 경우 뇌의 지각 기능과 시각의 신경생리적 기능이 저하된다는 국내 한 의학자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맥파는 각종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처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성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맥파가 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맥파 여부에 따라 식물의 성장 상태가 달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식물을 통해 수맥파 여부를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를테면 침실, 거실, 발코니에 놓은 화분들에서 화초가 자라나는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맥파 위에서 자라는 화초는 수맥파가 없거나 생기가 있는 곳에 놓인 화초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발육 상태가 좋지 않다. 다른 곳에서는 멀쩡히 성장하던 나무가 어느 특정 지점으로 옮겨진 후 비정상적인 성장 상태를 보일 경우 바로 그곳이 수맥파의 영향을 받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맥파는 간단한 신체 반응 실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전자파가 발생되는 전자기기 옆에서 오랫동안 지내면 피로가 가중되듯이, 수맥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인체 역시 그것에 반응한다. 특히 ‘의식혁명’의 저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주창한 ‘근육역학’ 이론을 응용하면 수맥 유무를 가려낼 수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긍정적 의식(에너지)이나 물질은 근육 힘을 강화하는 반면, 부정적 에너지나 물질은 근육 힘을 약화한다. 따라서 부정적 에너지인 수맥파 역시 사람의 근육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원리를 차용해 수맥파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피실험자가 한쪽 팔을 어깨 높이 수평으로 든 상태에서 실험자가 자신의 팔심으로 피실험자의 팔을 위에서 아래로 세게 누른다. 이때 피실험자가 팔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버티다 보면 근육 힘을 느낄 수 있다. 흥미롭게도 피실험자의 팔심은 수맥지대와 비수맥지대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수맥지대에서는 팔심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이 실험을 해보면 수맥지대와 비수맥지대를 구분할 수 있다.
현대인은 수맥파로부터 벗어난 곳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명당 터에서는 치료를 받는 환자의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는 현상도 관찰된다. 그래서 필자는 앞서 소개한 지인에게 기운이 유해한 방을 피해 생기 터에서 몸을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생동감과 생명력이 왕성한 동쪽 방위
사실 명당의 생기를 받은 곳은 물맛부터 다르다. 물맛이 달고 부드럽거나, 때로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 반면 수맥파 등 살기에 노출된 집은 물맛이 쓰고, 심한 경우 썩은 내 혹은 비린내 등이 나기도 한다. 경주 최부잣집이나 의령 이병철 생가(호암 생가) 등 명당 집의 우물 물맛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치에서다. 그래서 풍수서 ‘박산편(博山篇)’에서는 아예 “(명당) 기운을 알기 위해서는 물맛을 봐야 한다(認氣嘗水)”고 했다. 마치 영화 ‘파묘’에서 지관이 흙맛을 보고 명당 기운을 감지하듯이 말이다.
수맥이나 생기 대신 방위를 이용해 사람에게 맞는 터를 찾아내는 방법도 있다. 풍수에서 방위는 위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동서남북 방위마다 각기 독특한 기운이 배어 있으며, 저마다 쓰임새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집(양택) 풍수’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으로, 옛 사람들은 식구의 방을 배치할 때 이 같은 방위 기운을 적극 활용했다.
우선 집에서 방위를 잴 때는 중심점을 잡아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실내 구조상 거실 중앙 부분이 대략 집의 중심점(한가운데)인 경우가 많다. 이곳에 나침반을 놓고 동서남북 방향을 확인한 뒤 식구와 조화되는 방을 선택하면 된다.
대체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동쪽 방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서쪽 방은 안정과 휴식을 필요로 하는 어른(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또 남쪽 방은 사회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고, 북쪽 방위의 방은 고도의 집중력과 연구 작업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쓰도록 배려하는 게 좋다.
우리 선조는 동쪽 방위 방을 매우 중요시했다. 동쪽은 생동감과 생명력이 왕성한 방위다. 이에 따라 성장기 아이들이 아침 햇빛과 함께 신선한 생명력을 받아들이도록 문이나 창도 가급적 동쪽으로 냈다. 또 동쪽은 음양오행상 목(木) 기운에 해당한다. 목은 학문적 성취, 신분 상승, 창의력 등을 상징하는 기운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방향은 학업 성취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동쪽과 대칭되는 서쪽은 어른들의 공간이자 음양오행상 금(金) 기운에 해당한다. 금 기운이 작동하는 이 방위는 재물과 풍요를 상징한다. 풍수 인테리어에서 서쪽 방향에 노란색이나 황금색 계열 소품을 두는 방식으로 재물 기운을 왕성하게 한다는 이론도 이런 음양오행론에 근거한 것이다.
풍요 기운은 현관·화장실·주방 정리부터 시작
그런데 집 안 전체를 놓고 볼 때 풍요 기운은 무엇보다 밝고 깨끗한 곳으로 모여드는 속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집 안 전체에 풍요의 기운을 북돋우려면 꼭 살피고 챙겨야 할 세 곳이 있다.
우선 외부 기운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현관은 항상 밝고 깨끗해야 한다. 위치상 어둡다면 조명을 사용해 밝게 하고, 신발은 어질러져 있지 않도록 정리하거나 신발장에 넣어두는 게 좋다. 쓰레기나 우산 등도 현관 출입구에 두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둘째, 화장실은 늘 뽀송뽀송하면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화장실에 들어섰을 때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세면도구 등이 어질러져 있으면 좋지 않으니 잘 정리해둔다. 풍수에서는 물을 재물과 같다고 보기 때문에 물이 고이는 변기 뚜껑은 항상 닫아두거나 욕조 물도 사용한 후 깨끗한 상태로 비워놓는 게 좋다. 셋째, 주방, 즉 부엌은 풍수에서 가족의 건강운과 금전운을 좌우하는 공간이라고 본다. 따라서 주방 역시 청결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음식물 쓰레기 등이 눈에 띄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다. 결국 집 안에 풍요 기운이 쌓이기를 원한다면 집 안 정리를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터 기운이나 방위 에너지는 일상생활에서 상상 이상으로 강하게 작동한다. 음택(무덤) 풍수를 부정한 조선 성리학자들도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 대해서만큼은 무덤덤하지 못했다. 집터와 거주자의 상관관계를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AI(인공지능)와 로봇 등 첨단 문명이 번성하고 있는 현대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