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고 출신인 송우석(송강호 분)은 한때 ‘고졸 판사’(대전지법)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는 “다들 서울대, 연대, 고대…, 나 같은 상고 출신은 껴주지도 않아”라며 ‘판사질’ 그만두고 돈이나 벌 요량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연다. “내는 돈 버는 게 억수로 좋다!”며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드린다’고 광고하고 다니던 ‘송변’은 부동산과 세무 전문 변호사로 부산지역에서 이름을 날린다. 갈퀴로 긁듯 돈을 모으며 승승장구하니 대형 건설사까지 나서서 그를 스카우트하려고 움직일 정도였다.
때는 1980년대, 송 변호사는 TV에서 시위 장면이 나오자 “서울대생이나 돼갖고 지랄한다. 다 저게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이가?” 하며 삿대질을 하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단골 국밥집 주인 아들(임시완 분)이 부산지역 최대 시국 사건 용의자로 잡히자 변호인으로 나선다. 국밥집 주인(김영애 분)은 송 변호사가 공사장에서 일용 노동자로 일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청년 시절 밥값을 신세 진 이였다.
영화사나 제작진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변호인’(감독 양우석)이 어떤 인물의 삶을 바탕에 두고 만든 영화인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능히 짐작할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9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을 소재로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주요 설정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의 전기적 사실과 일치한다. 영화 속에서 국밥집 아들이 연루된 사건은 81년 제5공화국 군사독재정권이 집권 초기 통치기반을 확보하려고 일으킨 부산지역 최대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이 그 모델이다.
하지만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는 아니다. 고인 일대기를 쫓기보다 허구를 섞고 극적 구성으로 재창조한 ‘픽션’이다.
‘변호인’은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처럼 1980년대를 ‘야만의 시대’로 그린다. 그리고 ‘부러진 화살’처럼 시대의 광기 어린 폭력을 ‘상식의 법정’으로 불러내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한가운데서 돈이나 원 없이 벌어보겠다던 ‘속물 변호사’가 권력 폭압에 맞서고 약자 인권을 방어하는 양심적 지식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야학하는 대학생들이 탐독하던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두고 불온성 여부를 따지는 검찰과 논쟁을 벌이는 것을 비롯한 여러 법정 다툼과 주인공의 기개에 찬 변호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부러진 화살’로부터 ‘남영동 1985’ ‘26년’ 등으로 이어오며 정치권력에 비판적인 기류를 보인 최근 한국 영화의 한 흐름이 ‘변호인’으로 모여들어 가장 극적이고 대중적인 모양새를 이뤘다. 보편적 ‘휴먼 드라마’로서의 지향이 강하지만, 연출 및 제작의도와는 관계없이 관객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송강호의 연기는 절정이다. 이미 올해 ‘설국열차’와 ‘관상’ 등으로 20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그가 ‘변호인’으로 또 한 번 흥행을 일궈내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지도 관심거리다.
대기업과의 의뢰계약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만류하는 사무장(오달수 분)에게 “우리 아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상에 안 살게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용공조작에 앞장선 경감(곽도원 분)에게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국가란 국민이다”라고 호통치는 송강호의 연기는 ‘울컥’하는 감정을 자아낸다.
‘내란음모’와 ‘종북주의’ ‘대통령 사퇴’ 등 선명함을 과시하는 구호가 난무하고 민생은 빚에 쪼들린 서민의 한숨으로나 가냘픈 맥박을 이어가는 답답한 시국, ‘송변’이 과연 30여 년 전 영화 속 시대를 뛰어넘어 ‘민심’의 변호인이 될 수 있을까. 서슬 퍼런 정국의 긴장감이 극장가까지 옮겨간 형세다.
때는 1980년대, 송 변호사는 TV에서 시위 장면이 나오자 “서울대생이나 돼갖고 지랄한다. 다 저게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이가?” 하며 삿대질을 하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단골 국밥집 주인 아들(임시완 분)이 부산지역 최대 시국 사건 용의자로 잡히자 변호인으로 나선다. 국밥집 주인(김영애 분)은 송 변호사가 공사장에서 일용 노동자로 일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청년 시절 밥값을 신세 진 이였다.
영화사나 제작진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변호인’(감독 양우석)이 어떤 인물의 삶을 바탕에 두고 만든 영화인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능히 짐작할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9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을 소재로 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주요 설정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의 전기적 사실과 일치한다. 영화 속에서 국밥집 아들이 연루된 사건은 81년 제5공화국 군사독재정권이 집권 초기 통치기반을 확보하려고 일으킨 부산지역 최대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이 그 모델이다.
하지만 ‘변호인’은 노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는 아니다. 고인 일대기를 쫓기보다 허구를 섞고 극적 구성으로 재창조한 ‘픽션’이다.
‘변호인’은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처럼 1980년대를 ‘야만의 시대’로 그린다. 그리고 ‘부러진 화살’처럼 시대의 광기 어린 폭력을 ‘상식의 법정’으로 불러내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한가운데서 돈이나 원 없이 벌어보겠다던 ‘속물 변호사’가 권력 폭압에 맞서고 약자 인권을 방어하는 양심적 지식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야학하는 대학생들이 탐독하던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두고 불온성 여부를 따지는 검찰과 논쟁을 벌이는 것을 비롯한 여러 법정 다툼과 주인공의 기개에 찬 변호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부러진 화살’로부터 ‘남영동 1985’ ‘26년’ 등으로 이어오며 정치권력에 비판적인 기류를 보인 최근 한국 영화의 한 흐름이 ‘변호인’으로 모여들어 가장 극적이고 대중적인 모양새를 이뤘다. 보편적 ‘휴먼 드라마’로서의 지향이 강하지만, 연출 및 제작의도와는 관계없이 관객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송강호의 연기는 절정이다. 이미 올해 ‘설국열차’와 ‘관상’ 등으로 20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그가 ‘변호인’으로 또 한 번 흥행을 일궈내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지도 관심거리다.
대기업과의 의뢰계약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만류하는 사무장(오달수 분)에게 “우리 아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상에 안 살게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용공조작에 앞장선 경감(곽도원 분)에게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국가란 국민이다”라고 호통치는 송강호의 연기는 ‘울컥’하는 감정을 자아낸다.
‘내란음모’와 ‘종북주의’ ‘대통령 사퇴’ 등 선명함을 과시하는 구호가 난무하고 민생은 빚에 쪼들린 서민의 한숨으로나 가냘픈 맥박을 이어가는 답답한 시국, ‘송변’이 과연 30여 년 전 영화 속 시대를 뛰어넘어 ‘민심’의 변호인이 될 수 있을까. 서슬 퍼런 정국의 긴장감이 극장가까지 옮겨간 형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