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은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이지만, 기사에서 주인공 이름은 원작 만화 ‘땡땡의 모험’에 등장하는 ‘땡땡’으로 씀.
벨기에 여행 중 놀랐던 것 하나. 벨기에라고 하면 자동으로 ‘오줌싸개 동상’이 떠올랐는데, 수도 브뤼셀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다름 아닌 ‘땡땡’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땡땡의 모든 것을 설명해놓은 땡땡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땡땡 기념품 숍을 비롯해 건물 외벽 전체에 땡땡을 그려둔 곳도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땡땡은 벨기에의 ‘국민 애니메이션’쯤 되는 것 같았다.
디즈니월드의 마스코트인 미키마우스나, 철학적 사고로 유명한 스누피와 달리 땡땡에 대해선 어릴 적 ‘보물섬’에 연재됐다는 사실 말곤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땡땡이 필자의 구체적 관심 망에 걸려든 건 몇 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땡땡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스필버그의 연출만으론 모자랐는지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까지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제작에 참여한 대작 프로젝트였다.
땡땡은 도대체 어떤 비밀을 지녔기에 E.T와 호빗을 창조한 두 거장을 머리 싸매게 만들었을까. ‘땡땡의 모험’은 ‘에르제’라는 필명을 가진 벨기에 작가 조르주 레미가 탄생시킨 캐릭터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즐겨 그렸던 그는 1929년 21세 나이에 청소년 신문의 편집장을 맡으면서 ‘땡땡의 모험’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인기에 힘입어 곧 단행본을 출간했고, 주인공이자 신문기자인 땡땡이 애견 ‘밀루’(영화의 ‘스노위’)와 전 세계로 미스터리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기본 콘셉트를 확립했다.
아프리카, 이집트, 티베트, 페루, 구(舊) 소련은 물론 사막, 극지방, 바닷속, 달나라 등 땡땡이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총 24권이 나왔고, 51개국 언어로 번역돼 80개국에 수출됐으며, 3억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책에는 달 탐험을 통한 과학의 진보와 국제 마약 밀매단 같은 사회적 이슈, 유럽인의 동양인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오죽하면 이렇게 형성된 땡땡의 심오한 세계를 연구하고 공부한 땡땡 마니아를 일컫는 ‘땡땡주의자(Tintinologist)’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땡땡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샤를 드골 프랑스 전 대통령은 “거인에 맞서 싸우는 소인이라는 점에서 땡땡은 나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땡땡의 모험’ 시리즈인 ‘티베트로 간 땡땡’을 들어 “티베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소중한 책”이라며 칭송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역시 “땡땡은 내 작품세계에 디즈니보다 더 큰 영향을 준 캐릭터”였다고 고백했다.
스필버그가 땡땡을 접한 건 1981년. 자신의 작품인 ‘레이더스’를 본 프랑스 평론가가 ‘땡땡의 모험’을 언급한 글을 본 이후다. “땡땡과 나는 함께해야 하는 운명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근 30년간이나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길 원했다. 원작자 에르제가 타계하자마자 일착으로 판권을 구매한 것도 그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영화로 만들지 못한 이유는 ‘땡땡의 모험’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만큼 충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의 대표작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모험 가득한 어드벤처물인 ‘땡땡의 모험’ 시리즈의 설정과 캐릭터를 다수 반영함으로써 땡땡의 오랜 팬임을 과시했다. 오죽했으면 ‘인디아나 존스’를 본 조지 루카스 감독이 “‘인디아나 존스’는 ‘땡땡’을 모델로 한 작품”이라고 평했을까.
잭슨에게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자고 제안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회만 노리던 스필버그는 2001년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답안을 ‘반지의 제왕’에서 발견했다. 그 길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이 상을 건네준 잭슨에게 전화했고 흥분한 잭슨의 답은 이랬다. “바로 지금 내 뒤에 ‘땡땡의 모험’이 있어요!”
‘땡땡의 모험’ 시리즈 중 영화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을 만드는 데 활용한 것은 총 세 편이다. ‘유니콘호의 비밀’(1943) ‘라캄의 보물’(1944) 연작이 뼈대를 이뤘고,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하독 선장’이 처음 등장하는 ‘황금 집게발 달린 게’(1941)가 포함됐다.
세 권의 책을 요리조리 버무려 만든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우연히 벼룩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 배를 산 주인공 ‘틴틴’은 그 속에 숨겨둔 비밀지도를 발견한다. 낡고 오래된 지도는 바로 17세기 보물을 싣고 난파한 해적왕 레드 라캄의 배 유니콘호의 위치를 담은 단서다. 이 때문에 괴한들에게 납치된 틴틴은 술주정뱅이 ‘하독 선장’과 함께 힘을 규합해 모험과 소동에 빠져든다.
콘티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충실한 이미지로 구성된 원작 덕에 ‘땡땡의 모험’은 수차례 영화화됐다. 그러나 에르제는 스필버그야말로 원작을 충실히 구현해줄 적임자로 여겼다고 한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가운데 그 어느 쪽도 ‘땡땡의 모험’의 풍성한 세계를 구성할 해답은 아니었다. 잭슨과 결탁한 스필버그가 에르제의 유산을 이을 가장 확실한 해결책으로 내세운 건 바로 모션픽처 기술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결합한 모션픽처는 ‘반지의 제왕’ ‘아바타’를 만든 웨타 디지털의 참여로 가속화됐다. 틴틴 역에 제이미 벨, 악당 사카린 역에 대니얼 크레이그, 그리고 골룸과 킹콩 연기로 모션캡처 연기의 1인자가 된 앤디 서키스가 하록 선장으로 발탁됐다.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가장 표현하기 힘들다는 인간 캐릭터에 대한 기술력 역시 관건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 어려움에서 거의 탈피한 듯 보인다. 머리카락의 흩날림, 감정에 따른 표정 변화, 미세한 주름까지 모두 잘 표현해 어떤 장면에서는 실사와 혼동될 지경이다.
그렇다면 꿈의 프로젝트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맞을까. 항구도시에서의 추격전을 예로 들면, 댐이 터지고 영화 속 인물이 모두 뒤엉키며 쫓고 쫓기는 어머어마한 광경에 입을 다물 새 없이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일단 한 번 시작한 장면은 편집이나 끊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가속을 더하며 내달리는데, 영화를 ‘본다’기보다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다. 영화의 많은 장면은 항구도시에서의 추격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구성돼 있다. 할리우드 액션 어드벤처물에 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풍부한 이해와 선호를 가진 두 거장이 의기투합해 끝을 보겠다고 작정해서 만든 영화를 지켜보는 기분은 꽤 괜찮다.
스토리 자체가 다소 단순하고 기복이 부족하다는 점, 틴틴이 다른 조연 캐릭터보다 매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일단 이번 편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고로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보완되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먼저 개봉한 유럽에서는 엄청난 흥행몰이 중이다. 틴틴 시리즈는 앞으로 3편까지 제작될 예정이다. 영화 속 틴틴의 모험만큼이나, 영화 천재 스필버그와 잭슨이 펼쳐 보일 모험도 기대된다.
벨기에 여행 중 놀랐던 것 하나. 벨기에라고 하면 자동으로 ‘오줌싸개 동상’이 떠올랐는데, 수도 브뤼셀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다름 아닌 ‘땡땡’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땡땡의 모든 것을 설명해놓은 땡땡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땡땡 기념품 숍을 비롯해 건물 외벽 전체에 땡땡을 그려둔 곳도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땡땡은 벨기에의 ‘국민 애니메이션’쯤 되는 것 같았다.
디즈니월드의 마스코트인 미키마우스나, 철학적 사고로 유명한 스누피와 달리 땡땡에 대해선 어릴 적 ‘보물섬’에 연재됐다는 사실 말곤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땡땡이 필자의 구체적 관심 망에 걸려든 건 몇 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땡땡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스필버그의 연출만으론 모자랐는지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까지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제작에 참여한 대작 프로젝트였다.
땡땡은 도대체 어떤 비밀을 지녔기에 E.T와 호빗을 창조한 두 거장을 머리 싸매게 만들었을까. ‘땡땡의 모험’은 ‘에르제’라는 필명을 가진 벨기에 작가 조르주 레미가 탄생시킨 캐릭터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즐겨 그렸던 그는 1929년 21세 나이에 청소년 신문의 편집장을 맡으면서 ‘땡땡의 모험’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인기에 힘입어 곧 단행본을 출간했고, 주인공이자 신문기자인 땡땡이 애견 ‘밀루’(영화의 ‘스노위’)와 전 세계로 미스터리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기본 콘셉트를 확립했다.
아프리카, 이집트, 티베트, 페루, 구(舊) 소련은 물론 사막, 극지방, 바닷속, 달나라 등 땡땡이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총 24권이 나왔고, 51개국 언어로 번역돼 80개국에 수출됐으며, 3억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책에는 달 탐험을 통한 과학의 진보와 국제 마약 밀매단 같은 사회적 이슈, 유럽인의 동양인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오죽하면 이렇게 형성된 땡땡의 심오한 세계를 연구하고 공부한 땡땡 마니아를 일컫는 ‘땡땡주의자(Tintinologist)’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땡땡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샤를 드골 프랑스 전 대통령은 “거인에 맞서 싸우는 소인이라는 점에서 땡땡은 나의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땡땡의 모험’ 시리즈인 ‘티베트로 간 땡땡’을 들어 “티베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소중한 책”이라며 칭송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역시 “땡땡은 내 작품세계에 디즈니보다 더 큰 영향을 준 캐릭터”였다고 고백했다.
스필버그가 땡땡을 접한 건 1981년. 자신의 작품인 ‘레이더스’를 본 프랑스 평론가가 ‘땡땡의 모험’을 언급한 글을 본 이후다. “땡땡과 나는 함께해야 하는 운명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근 30년간이나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길 원했다. 원작자 에르제가 타계하자마자 일착으로 판권을 구매한 것도 그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영화로 만들지 못한 이유는 ‘땡땡의 모험’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만큼 충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의 대표작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모험 가득한 어드벤처물인 ‘땡땡의 모험’ 시리즈의 설정과 캐릭터를 다수 반영함으로써 땡땡의 오랜 팬임을 과시했다. 오죽했으면 ‘인디아나 존스’를 본 조지 루카스 감독이 “‘인디아나 존스’는 ‘땡땡’을 모델로 한 작품”이라고 평했을까.
잭슨에게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자고 제안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회만 노리던 스필버그는 2001년 ‘땡땡의 모험’을 영화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답안을 ‘반지의 제왕’에서 발견했다. 그 길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이 상을 건네준 잭슨에게 전화했고 흥분한 잭슨의 답은 이랬다. “바로 지금 내 뒤에 ‘땡땡의 모험’이 있어요!”
‘땡땡의 모험’ 시리즈 중 영화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을 만드는 데 활용한 것은 총 세 편이다. ‘유니콘호의 비밀’(1943) ‘라캄의 보물’(1944) 연작이 뼈대를 이뤘고,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하독 선장’이 처음 등장하는 ‘황금 집게발 달린 게’(1941)가 포함됐다.
세 권의 책을 요리조리 버무려 만든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우연히 벼룩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 배를 산 주인공 ‘틴틴’은 그 속에 숨겨둔 비밀지도를 발견한다. 낡고 오래된 지도는 바로 17세기 보물을 싣고 난파한 해적왕 레드 라캄의 배 유니콘호의 위치를 담은 단서다. 이 때문에 괴한들에게 납치된 틴틴은 술주정뱅이 ‘하독 선장’과 함께 힘을 규합해 모험과 소동에 빠져든다.
콘티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충실한 이미지로 구성된 원작 덕에 ‘땡땡의 모험’은 수차례 영화화됐다. 그러나 에르제는 스필버그야말로 원작을 충실히 구현해줄 적임자로 여겼다고 한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가운데 그 어느 쪽도 ‘땡땡의 모험’의 풍성한 세계를 구성할 해답은 아니었다. 잭슨과 결탁한 스필버그가 에르제의 유산을 이을 가장 확실한 해결책으로 내세운 건 바로 모션픽처 기술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결합한 모션픽처는 ‘반지의 제왕’ ‘아바타’를 만든 웨타 디지털의 참여로 가속화됐다. 틴틴 역에 제이미 벨, 악당 사카린 역에 대니얼 크레이그, 그리고 골룸과 킹콩 연기로 모션캡처 연기의 1인자가 된 앤디 서키스가 하록 선장으로 발탁됐다.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가장 표현하기 힘들다는 인간 캐릭터에 대한 기술력 역시 관건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 어려움에서 거의 탈피한 듯 보인다. 머리카락의 흩날림, 감정에 따른 표정 변화, 미세한 주름까지 모두 잘 표현해 어떤 장면에서는 실사와 혼동될 지경이다.
그렇다면 꿈의 프로젝트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맞을까. 항구도시에서의 추격전을 예로 들면, 댐이 터지고 영화 속 인물이 모두 뒤엉키며 쫓고 쫓기는 어머어마한 광경에 입을 다물 새 없이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일단 한 번 시작한 장면은 편집이나 끊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가속을 더하며 내달리는데, 영화를 ‘본다’기보다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다. 영화의 많은 장면은 항구도시에서의 추격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구성돼 있다. 할리우드 액션 어드벤처물에 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풍부한 이해와 선호를 가진 두 거장이 의기투합해 끝을 보겠다고 작정해서 만든 영화를 지켜보는 기분은 꽤 괜찮다.
스토리 자체가 다소 단순하고 기복이 부족하다는 점, 틴틴이 다른 조연 캐릭터보다 매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일단 이번 편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고로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보완되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먼저 개봉한 유럽에서는 엄청난 흥행몰이 중이다. 틴틴 시리즈는 앞으로 3편까지 제작될 예정이다. 영화 속 틴틴의 모험만큼이나, 영화 천재 스필버그와 잭슨이 펼쳐 보일 모험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