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열정과 겨울의 냉정 사이에서 가을은 숨을 고른다. 폭발하는 록도, 자로 잰 듯한 클래식도 가을 휴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을 느슨하게 만드는 재즈가 가을밤과 딱 어울리는 음악이다. 재즈를 듣다 보면 자주 놀란다. 한없이 어긋나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면 그럴싸한 ‘얼개’가 그려진다. 관객 호응과 표정에 따라 연주가 바뀌다 보니, 연주자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같다. 재즈는 대화 또는 위로의 음악이다. 가을밤에 꼭 필요한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을 초입에 열리는 재즈 야외 페스티벌인 ‘제8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열렬히 환영할 수밖에 없다. 10월 1일부터 사흘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21개국에서 온 81개 뮤지션팀이 자라섬과 가평읍 일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감성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라틴재즈를 대변하는 프로젝트 그룹 ‘쿠바노비·쿠바노밥’, 북부 노르웨이의 서정적 피아노 재즈를 선보이는 ‘케틸 비외른스타드’ 등 세계적인 음악가가 무대에 선다.

여기서 재즈를 듣는 자세를 고민하자. 기자가 추천하고 싶은 자세는 이것이다. 먼저 긴장을 내려놓는다. 그 달콤하고 날카로운 어긋남 앞에서 조금은 풀어져도 괜찮다. 그리고 턱까지 빈틈없이 채웠던 셔츠 단추를 슬쩍 하나쯤 푼다. 누운 듯이 의자에 기댄 채 눈은 살포시 감고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다. 그러면 재즈는 갑작스레 차가워진 바람에 몸도 마음도 추운 이들에게 살며시 위로를 건넨다. 공식 홈페이지 www.jarasumjaz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