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도와 화흥포항 사이 뱃길에서 만난 무지개.
고산 윤선도가 조성한 부용동 정원의 세연정과 세연지.
고산은 자신이 정착한 곳을 부용동(芙蓉洞)이라 칭하고, 격자봉 기슭에 새로 집을 지어 낙서재(樂書齋)라 명명했다. 그리고 낙서재 건너편 산중턱에는 동천석실이라는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부모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고산은 부용동 정원(윤선도 원림)을 정성껏 꾸몄다. 85세를 일기로 낙서재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세연정, 곡수당, 무민당, 정성암 등 모두 25채의 건물과 정자를 지었다. 특히 ‘세연정(洗然亭)’을 꾸미는 일에 대단한 정성과 공을 들였다. ‘판석보’라는 굴뚝다리로 시냇물을 막아 2개의 연못을 만들고, 연못 사이에는 세연정 등의 정자를 지어 다채로운 경관을 연출했다.
고산은 부용동에 들어온 이후에도 관직 복귀, 유배, 낙향을 겪으며 부침(浮沈)을 거듭하다 마침내 81세를 일기로 낙서재에서 눈을 감았다. 고산이 세상을 뜬 뒤로 부용동 정원은 한동안 폐허로 방치됐다. 그러다가 1993년 부용동 정원의 중심인 세연정이 복원됐고, 그 뒤로 최근까지 산중턱 바위에 올라앉은 동천석실, 고산이 강학하던 낙서재, 고산의 아들 학관이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는 곡수당이 순차적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은 명승 제34호이자 사적 제368호다.
현재 부용동 동구의 보길초등학교와 이웃한 세연정은 부용동 정원에서도 원형이 가장 보존된 곳이다. 세연정 주변에는 굵은 동백나무를 비롯한 갖가지 상록수가 울창해 사시사철 푸르다. 세연정의 누마루 난간에 걸터앉으면 세연지, 회수담, 동대, 서대, 판석보 등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언제나 눈과 귀가 즐겁다. 주변 풍광이 철마다 다채롭게 달라지고,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예송리 깻돌해변과 광활한 톳 양식장.
동천석실은 낙서재와 마주보는 산중턱에 올라앉았다. 작은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동백나무, 소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10여 분간 오르면 전망대처럼 훤하게 트인 암벽 위에 다다른다. 바로 고산이 ‘부용동 제일의 절승’이라고 칭송했던 동천석실이다. 커다란 바위들에 둘러싸인 손바닥만 한 터에 한 칸짜리 작은 정자 2채가 들어앉았다. 정자에 올라서면 낙서재와 적자봉을 비롯한 부용동 일대가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참으로 호방하고 시원스러운 조망이다. 발아래 부용동 골짜기에 비구름이나 안개가 낮게 깔리면 선계(仙界)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든다.
보길도에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때는 불과 270여 년 전이라고 한다. 워낙 산지가 많다 보니 고산이 은거하던 부용동 외의 마을들은 바닷가에 터를 잡았다. 주민들도 논밭보다 바다에 더 의지해 생계를 이어간다.
보길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예송리도 적자봉의 남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갯마을이다. 농경지는 별로 없어도 주민의 소득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앞바다의 양식장 덕택이다. 마을 앞에는 예작도, 당사도, 소안도, 기도(소섬) 등의 여러 섬과 여들이 점점이 떠 있어 먼 바다에서 밀려드는 파도의 기세를 누그러뜨린다. 그 덕에 예송리 앞바다는 호수처럼 아늑하고 잔잔하다. 미역이나 톳을 양식하기에 좋은 천혜 조건을 갖추었고, 매년 양식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근사한 예송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40호)과 자잘한 깻돌로 뒤덮인 해변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 예송리 깻돌해변은 여름철에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고, 완도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겨울철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도 이름 나 있다. 그래서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주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집이나 음식점을 운영해 벌어들이는 수입도 짭짤하다.
예송리와 청별선착장의 중간쯤에 자리한 중통리 해안에도 해송숲과 모래 해변을 거느린 통리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이 있다. 교통, 민박,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라,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고 야영지로도 적합하다. 중리해수욕장을 지나 보길도의 동쪽 끝까지 걸어가면, 우암 송시열이 제주도로 귀양 가던 길에 잠시 쉬면서 시 한 수를 지어 새겼다는 ‘송시열 글씐바위’ 앞에 다다른다. 말년에 떠나는 귀양길의 설움이 묻어나는 시도, 그 시가 새겨진 바위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퍽 인상적이다.
해가 설핏 기울 즈음에는 서쪽 해안의 정자리나 보옥리로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 정자리의 망끝전망대와 보옥리 사이에 있는 해안도로는 보길도의 서쪽 바다 및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와 낙조를 감상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난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도 날아갈 듯 상쾌하다. 이 도로가 끝나는 보옥리 바닷가에는 보족산(195m)이 뾰족하고, 그곳의 남쪽 기슭에는 예송리의 깻돌해변 못지않게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있다. 크고 둥글둥글한 갯돌이 마치 공룡 알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공룡알 갯돌밭’이라고 불린다.
1 동천석실에서 누리는 시원스러운 조망. 맞은편 산기슭에 낙서재가 있다. 2 근래 낙서재와 함께 복원된 곡수당. 3 보길도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공룡알 갯돌밭.
●숙박
부용동 정원 인근에 청기와민박(061-553-6303), 어부사시사민박(061-553-5019)이 있다. 중리해수욕장과 통리해수욕장이 있는 중통리에서는 해그림펜션(061-553-6254), 솔밭펜션(061-552-2990)을 추천한다. 예송리에는 고산산장(061-553-6376), 청송민박(061-553-6542), 이레민박(061-552-0423), 황토한옥펜션(061-553-6370), 선아네민박(061-553-6417, 010-9422-6417) 등의 민박집이 많다. 보길대교로 연결된 노화도 이목항에도 모텔 등의 숙박시설이 많다.
●맛집
청별선착장 부근의 보길도의아침(061-554-1199)은 해물된장찌개, 바위섬횟집(061-555-5613)은 전복요리를 잘한다. 그 밖에 세연정횟집모텔(생선회, 061-553-6782), 현경참전복고기나라(전복죽, 061-552-6866) 등의 식당이 청별선착장 주변에 몰려 있다. 보길도와 노화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양식 전복 생산지여서 저렴하게 전복을 구입할 수 있다. 전복 직매장이 군데군데 있다.
교/통/정/보
●완도↔노화도
완도(화흥포항)에서 보길도에 가려면 먼저 노화도 동천항까지 가는 카페리호를 타야 한다. 화흥포항에서 소안농협(061-553-8188, www.soannh.com) 소속 카페리호(청해진카훼리1·3·5호)가 하루 12회 왕복 운항한다. 노화도와 보길도는 보길대교로 연결돼 있다.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동천항까지 약 35분 걸린다.
●해남↔노화도
해남 땅끝선착장과 노화도 산양항 사이를 해광운수(061-533-4269, www. haegwang.kr)의 장보고호와 뉴장보고호, 해광훼리2호가 하루 17회 왕복 운항한다. 땅끝선착장에서 노화도 산양항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해남↔보길도
해남 땅끝선착장에서 해광운수의 해광훼리3호가 하루 3회(08:20, 12:30, 16:30) 출항한다. 보길도 청별선착장을 경유해 노화도 이목항까지 간다.
●섬 내 교통
보길버스(061-553-7077)가 청별선착장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그리고 보길택시(061-553-8876) 소속의 영업 및 개인택시도 있는데, 요금은 구간별 정액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