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호호…. 그렇게 보여요? 우리 어머님이세요.
- 어머머! 말도 안 돼. 어쩜 시어머님이 그렇게 젊어 보이세요?
며느리랑 백화점 캐주얼 의류 매장에 들렀다가 점원한테서 들은 소리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기분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옆에 있는 며늘아기가 자꾸 쿡쿡 웃는다.
설마 시어머니가 주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도 저 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잖아? 평생을 헬스, 수영으로
똘똘 다진 몸매에다 요즘 유행하는 30대 아이들 옷 정도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잖아. 젊은이, 늙은이 옷이 어디 따로 있나?
입어서 어울리면 얼마든지 입을 수 있는 거지 뭐.
지난번에 며늘아기 몰래 산 스키니진, 내가 봐도 잘 어울렸어.
그리고 며늘아기가 든 명품가방 정도야 내 장롱에도 몇 개는 있잖아.
저 아이한테 꿀릴 것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정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여자는 나이 먹을수록 더 가꾸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솔직히 며늘아기한테는 지면서 살고 싶지 않다.
시어머니 이전에 나도 여자니까!
일부러 시어머니인 체 체통을 지킨다는 것은 낡은 코미디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간덩이가 점점 부풀어갔다.
남들 눈에 주책스러워 보일까? 왜들 웃어요?
괜히 늙은 체 할 필요는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