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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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멧돼지의 무차별 인간사냥

신정원 감독의 ‘차우’

  • 곽영진 영화평론가·한국영화평론가협회 총무이사 7478383@hanmail.net

    입력2009-07-15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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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인 멧돼지의 무차별 인간사냥

    식인 멧돼지를 쫓는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박혁권(뒤쪽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 성격파 배우 5명의 연기가 압권이다.

    새 블록버스터 ‘차우’(감독 신정원)는 식인 멧돼지가 등장하는 호러영화다. 주인공이 괴물, 그중에서도 괴수(怪獸)다. 사건의 발단과 중심은 인간이 식인 멧돼지 사냥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그 ‘역’에 있다.

    멧돼지가 오히려 인간 사냥에 나서고 인간이 그에 대응해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다. 황당하다기보다는 매우 참신하고 영화적인 발상이다. ‘영화 상품’은 이처럼 이색적인 소재와 독특한 개념이 중요하다.

    소재와 콘셉트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래서 ‘차우’가 가령 흥행 가능성 약 30%를 안고 출발한 것이라면, 영화 ‘차우’의 나머지 성공요인은 어디에 있으며 그 전망은 어떨까? 관건은 이야기와 표현의 완성도, 더불어 완성도 문제를 뛰어넘는 캐릭터의 생동감과 장르의 효과에 있다.

    시사회를 통해 본 필자의 소감과 영화인들의 평가는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야기의 완성도는 일단 차치하고 표현의 완성도를 보면, 이 작품을 CG영화라고 하면 어폐를 넘어 지나친 과장으로 느껴질 만큼 뛰어나다. 한미 합작의 컴퓨터 그래픽은 거대 멧돼지의 모습과 동작 등 그 사실적 표현에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박혁권 등 성격파 배우들이 펼치는 표현의 완성도(연기력)도 상상 이상이다. 장르상의 오락적 효과에 대해 말한다면, ‘차우’는 공포영화답게 그리고 낮은 관람등급(12세可)답지 않게 무섭다. 모험영화로서의 스릴과 서스펜스 창출도 성공적이다. 더욱이 재미도 있다. 표현의 완성도와 함께 호러와 유머의 조화까지 이뤄져 있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일까?



    영화제목 ‘차우’는 짐승을 꾀어 잡는 덫이나 틀을 뜻하는 것으로, 경기·충북 지방의 사투리다. 10년째 범죄 없는 마을, 지리산 산자락 삼매리에서 참혹하게 찢긴 시체가 발견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순식간에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 뒤이어 발생하는 무차별적인 살인사건들의 주범으로 떠오르는 식인 멧돼지.

    “개발이다, 전원농장이다, 밀렵이다 하여 산촌 오지가 침범되면서 먹을거리를 잃고 굶주린 멧돼지가 새 분묘를 파헤쳐 시신의 내장 맛을 보더니 (중독성이 생겨) 산 사람을 포식하려 한다.” 백전노장 포수(장항선)의 가정이다.

    “학명 ‘홀로코러스마이너 차게니’란 미확인 외래종 멧돼지가 유전자 색소를 결정하는 염기 배열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식인 성향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그 종자인 것 같다.” 대박 논문을 위해 뛰는 동물생태 연구가(정유미)의 그럴싸한 가정이다.

    한편 서울에서 좌천돼 가족과 함께 삼매리에 내려온 다혈질 김 순경(엄태웅), 전문사냥꾼 백 포수(윤제문), 수사를 담당한 본서의 신 형사(박혁권)가 가세한 5인의 추격대가 식인 멧돼지 ‘차우’를 잡기 위해 산으로 향한다.

    영화사는 이 영화에 ‘한국 최초 리얼 괴수 어드벤처’라는 타이틀 슬로건을 내걸었다. ‘디워’나 ‘괴물’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괴수영화가 크리처 괴물(공상적 산물)을 기반으로 한 것과 달리, ‘차우’는 실제 존재하는 생명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시골 등지의 민가, 심지어 도심에도 나타나 각종 피해를 입히는 멧돼지를 리얼한 괴수로 재탄생시켜 공포감을 더했다. 리얼리티를 강조한 신정원 감독의 전략이다.

    재능꾼 신정원은 전작 ‘시실리 2km’(2005)에서 펼쳐보인 이른바 펑키 호러의 스토리와 연출감각과는 달리, 스필버그의 ‘조스’ 같은 과장된 리얼리티, 곧 사실감 넘치는 공포를 주 전략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몰리에르(성격 희극으로 유명한 17세기 프랑스 극작가 겸 배우)적인, 부조리하고 이중적인 희극적 인물들의 배치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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