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로맨스, 기나긴 서스펜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9/07/200509070500020_1.jpg)
하지만 ‘나이트 플라이트’에서는 전혀 다른 식으로 흘러간다. 이 모든 건 직업적 암살자인 남자가 계획한 것이었다. 만약 호텔리어인 여자가 일하는 호텔에 전화를 걸어 투숙하는 차관의 방 번호를 바꾸지 않는다면 여자의 아버지는 죽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심장을 바짝 죄는 서스펜스물로 급전환한다.
‘나이트 플라이트’는 야심이 큰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크레이븐 감독의 전작 ‘나이트메어’ 시리즈처럼 호러 장르의 문을 새로 열지도 않고 ‘스크림’ 시리즈처럼 자신이 속해 있는 호러 장르를 분석하지도 않는다. 영화의 목적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한 시간 반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을 끊임없이 긴장시키는 서스펜스 영화를 만드는 것. 크레이븐의 전작과는 달리 ‘나이트 플라이트’는 처음부터 기성품을 의도한 영화다.
다행히도 이 영화는 썩 좋은 기성품 영화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없고 스케일도 작으며 설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엔 상당히 억지스럽지만, 웨스 크레이븐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에게 일정 수준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로맨스 영화인 척하는 도입부가 조금 늘어진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이 설정의 정체를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그렇지도 않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 영화가 로맨스물이라고 착각하고 극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나이트 플라이트’의 또 다른 공신은 주연배우인 레이철 맥애덤스와 킬리언 머피다. 두 사람은 아직 국내에선 그렇게까지 잘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눈썰미가 있는 관객들이라면 ‘노트북’,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의 영화들을 통해 맥애덤스를, ‘28일 후…’나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머피의 얼굴과 재능을 알아봤을 것이다.
![잠깐의 로맨스, 기나긴 서스펜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9/07/200509070500020_2.jpg)
주로 호러 장르에 집중해온 크레이븐의 필모그래피를 고려해보면 순수한 서스펜스물인 ‘나이트 플라이트’는 조금 예외적인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서스펜스물이 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