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을 모이게 한 매개체는 시대 불변의 가치 ‘생명’이다. ‘나의 생명 이야기’(효형출판 펴냄)는 두 과학자의 어린 시절과 학문적인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이 인간 사랑을 바탕으로 솔직 담백하게 그려진 글이다. 여기에 화가의 예술적 감동과 향기가 덧입혀져 있다.
언뜻 보면 이 세 사람의 만남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1953년 동갑내기로 황 교수는 충남 부여, 최 교수는 강원도 강릉, 김 교수는 전북 남원 출신으로 서로가 촌놈을 자처하며, 서울대를 나와 지금까지 모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사이다.
황 교수는 면서기가 되는 것이 어머니의 소원이었다는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차비가 없어 고향에 가지 못했던 학창시절, 복제 연구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비난 여론에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최 교수도 ‘톰소여’처럼 자연에 묻혀 살던 유년기와 방학이면 고향 강릉으로 내달리던 귀소본능을 고백한다. 또 전공 공부는 뒷전이고 문과대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만 몰두했던 일, 세계적인 동물학자로 입지를 다져온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실 예술과 과학이라는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야의 세 사람이 함께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은 낯선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자연이 키운 아이들이라는 점과 생명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생명 노래를 부르는 세 사람의 동행이 송년회에서 만난 것처럼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