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곡 ‘플라이 업(Fly Up)’으로 컴백한 그룹 라이즈.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라이즈(RIIZE)의 신곡 ‘플라이 업(Fly Up)’은 국경과 편견을 넘어서는 연대와 조화를 노래한다. 박수 소리와 함께 엇박자로 쪼개지는 비트가 의기양양하게 울리고, 블루스적인 기타가 카랑카랑하다. 이 넘쳐나는 활기를 가사 속 한 줄이 근사하게 함축한다.
“자유롭고 숨 가빠.”
뮤직비디오는 미국 남부 어딘가의 학교를 비춘다. K팝이 늘 보여주는 미국 고교들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과장된 색감으로 꽉 찬 사물함 복도나 치어리더, 풋볼 선수, 무도회 여왕은 없다. 건물들은 20세기 중반 공공 건축 느낌을 물씬 풍긴다. ‘진짜 미국 사립학교’처럼 보이는 도서관과 캠퍼스, 평온함의 축복을 받은 듯한 날씨, 그리고 그곳을 거침없이 누비는 신나는 젊음이 있다.
인류의 끝없는 진보를 믿던 시대의 건축과 다양성이라는 이념, 머지않아 명문대에 진학할 것이 분명한 사립학교 학생들. ‘창창한 앞날’의 희망을 상징하기에 최적의 조합이다. 라이즈는 그 속에서 즐겁게 노래한다. 다 함께 손잡고 날아오르고, 거리에서 춤출 거라고. 디즈니 채널의 질감을 완벽하게, 다만 K팝적으로 날렵하고 빽빽하며 소란스럽게 다시 만든 곡이다. 한 치의 걱정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 낙관과 희망을 가슴속에 들이붓는다.
청춘이 선물하는 낙관과 희망
조금은 얄궂다. 미국 하이틴영화를 닮으려 애쓰던 K팝이 다양성의 기치 아래 독자적인 가치를 조망받기 시작하고, 심지어 더 환상적인 공간으로서 한국을 비추던 시대도 있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미국 하이틴영화를, 이번에는 더 미국적으로 담아내는 성취를 보이면서 다양성을 노래한다. 어쩌면 ‘20세기 중반 미국’을 다양성의 신세계로서 오마주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제 K팝은 미국을 지향하거나 경유하지 않고도 충분히 다양성을 얘기할 수 있지 않나. 특히 2025년 한국 대중을 향해서라면 말이다.다만 이 곡은 이런 골치 아픈 생각을 정말이지 내려놓고 싶게 한다. 어차피 우리는 ‘K팝의 세관’을 통과하며 ‘정교하게 잘 짜인 몸짓’을 ‘분방한 젊음의 싱그러움’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서약하지 않았는가. 이 ‘자유롭고 숨 가쁜’ 노래와 몸짓에는 한순간도 놓칠 것이 없다. 굉장한 기세와 눈부신 싱그러움으로 가슴을 한껏 벅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 아무튼 다 같이 희망을 되찾자”고 말하고 싶어지게 한다. 그건 완벽한 팝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