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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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평화로운 쉼터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5-04-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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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저녁 창클란 거리에서 열리는 ‘나이트 바자’. 재이 여행작가 제공

    매일 저녁 창클란 거리에서 열리는 ‘나이트 바자’. 재이 여행작가 제공

    치앙마이는 직항 노선이 생기면서 우리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온 여행지다. 태국 제2 도시이자 미인이 많아 ‘북방의 장미’로도 불리는 이곳은 방콕, 파타야, 푸껫 등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의 번잡함 대신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운 시간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란나 왕국의 숨결과 깨끗한 자연, 그리고 예술적 정취까지 묻어나 태국 내에서도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손꼽힌다. 또한 북부 고산지대의 서늘한 기후 덕분에 건기에는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있으면 긴팔 옷이 필요할 정도라 많은 사람이 ‘쉼’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완벽한 이 도시에도 부족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에메랄드빛 바다’이다. 그 대신 짙푸른 열대 원시림이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울창한 숲에서 즐기는 코끼리 트레킹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예전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타 밀림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인기였으나 지금은 인간과 코끼리의 공존을 위한 이른바 에코투어리즘 프로그램이 대세다. 체험비에 코끼리 구조와 치료를 위한 비용이 포함돼 다소 부담스럽지만,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정글을 산책한 뒤 목욕과 진흙 마사지를 해주면서 교감하는 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개성 넘치는 카페, 세계적 수준의 커피

    치앙마이에서 도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님만해민’이다. 1㎞ 남짓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에 작은 골목 

    17개가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웬만한 인기 브랜드는 다 모여 있는 대형 쇼핑센터 마야몰을 비롯해 트렌디한 카페와 다국적 레스토랑, 세련된 감성의 갤러리, 유니크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상점, 개성 넘치는 오픈 마켓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루 종일 현지인과 여행객으로 북적이니 어딘가를 일부러 찾아다니기보다 발길 닿는 대로 쉬엄쉬엄 걸으며 곳곳을 둘러보는 편이 낫다.

    특히 이곳에는 골목마다 카페가 넘쳐난다.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상을 휩쓴 카페부터 작지만 개성 넘치는 카페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곳이 없다. 북부 고산지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아열대 기후로 커피 재배에 최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어 커피 맛과 품질 모두 세계적 수준이다. 맛집보다 카페가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커피가 유명하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즐기며 다국적 여행자들과 함께 어울려보자. 

    세련된 치앙마이를 경험했다면 그다음에는 현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재래시장을 찾아가보자. 치앙마이에서는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소소한 벼룩시장부터 대로를 통째로 활용하는 대형 야시장까지 시장 구경만 해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그중 매일 저녁 창클란 거리에서 열리는 ‘나이트 바자’는 꼭 둘러봐야 할 볼거리로 꼽힌다. 태국어 ‘바자’는 ‘시장’이라는 의미로, ‘나이트 바자’는 말 그대로 야시장을 뜻한다. 고산족이 만든 목공예품을 비롯해 기념품, 각종 의류, 가방, 앤티크 공예품 등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방콕 시장들보다 훨씬 싼값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지만 흥정은 쇼핑의 묘미를 더하니 꼭 도전해보자. 

    예술가 공동체 마을 ‘반캉왓’. 공방, 카페, 상점, 갤러리가 모여 있다. 재이 여행작가 제공

    예술가 공동체 마을 ‘반캉왓’. 공방, 카페, 상점, 갤러리가 모여 있다. 재이 여행작가 제공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

    나이트 바자가 여행객들로 붐빈다면 ‘선데이 마켓’은 여행객과 현지인, 고산족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룬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올드시티 타패게이트에서부터 왓프라싱까지 이어지는 약 1㎞의 람차담넌 거리는 태국 북부 최대 야시장으로 변한다. 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걸으면 2시간가량 걸리는데 고산족 특유의 장식이 가미된 수공예품과 그림, 조각 작품을 비롯해 의류, 신발, 생활용품 등을 볼 수 있다.  

    또 선데이 마켓은 먹거리도 다채로워 흥미롭다. 태국 전통음식 똠얌꿍과 팟타이는 물론, 스테이크, 꼬치 등 다양한 음식과 함께 바나나를 살짝 구워 연유를 끼얹어 먹는 로티, 아보카도·망고·코코넛 같은 싱싱한 과일로 만든 과일주스, 각종 아이스크림 등을 수많은 노점상에서 판매한다. 원하는 음식을 사 야외에서 먹는 맛이 일품인데, 여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면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플리마켓을 보고 싶다면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 ‘반캉왓’을 방문하자. 수공예품 상점부터 아기자기한 공방, 카페, 상점, 갤러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태국 젊은이 사이에서 인기 있는 곳으로, 다양한 물품을 파는 플리마켓이 주말마다 열린다. 이외에도 현지인을 위한 재래시장인 ‘와로롯 마켓’, 치앙마이대 후문에 자리한 ‘랑머 야시장’, 요즘 핫한 ‘찡짜이 마켓’과 ‘화이트 마켓’도 둘러볼 만하다. 

    치앙마이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나 마사지가 제격이다. 거리 곳곳에 전신·발 마사지 숍들이 있는데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의미 있고 치유가 되는 곳. 그 누가 이 매력적인 도시를 마다할 수 있을까.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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