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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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 중국옷? ‘가짜 뉴스’에 화 나 한복 입고 출근해봤다

‘시선 강탈’ 출근룩부터 잠옷까지, BTS처럼 한복 입고 살아보니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09-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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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한복 입고 출근한다고?” “응.” “무슨 날이야?” “아니.” “행사 있어?” “아니.”

    한복 입고 출퇴근하기. 최근 들어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한복은 원래 중국옷” “한복은 한푸를 베낀 것”이라며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추석을 맞아 기획한 아이템이었는데 가족 반응에서부터 느낌이 왔다. 아, 입고 가면 반드시 튀겠구나.

    한복은 특별한 날 입는 ‘코스튬’ 지위를 벗고 일상복이 될 수 있을까. ‘관종’(관심종자의 준말) DNA는 없지만, 그냥 기사를 쓰기보다 한복을 입고 다녀야 장단점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얼마 전 산 철릭(무관 공복) 원피스를 입고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대학생 시절 일본 여행 중 기모노 렌털 숍에서 전통 의상을 대여해 입었을 때 게다를 같이 빌려줬는데, 한복에도 운동화나 하이힐보다 전통 신발을 신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울리는 신발이 없어 여러 켤레를 신고 벗고 하다 그나마 무난해 보이는 베이지색 샌들을 신었다.

    명절도 아니고 아무 행사도 없는 날 한복을 입고 회사에 출근했다. [구희언 기자]

    명절도 아니고 아무 행사도 없는 날 한복을 입고 회사에 출근했다. [구희언 기자]

    중장년층 시선 강탈

    지하철 문이 열리자 시선이 쏟아졌다. 젊은 사람들은 슬쩍 쳐다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중장년층의 시선은 서울코믹월드에서 애니메이션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한 사람을 구경하는 것만큼이나 노골적이었다. 심지어 지나가다 말고 멈춰서 한참을 쳐다보는 이도 있었다.

    이날 입은 건 전통 한복이 아닌 개량 한복이었는데, 치마 재질 특성상 잘 접어서 앉아도 옆으로 퍼지는 게 단점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전통 한복과 달리 옷고름을 묶기 쉽고 랩 스타일 원피스처럼 입고 벗기도 편한 건 장점이었다. 소매 품이 그리 넓지 않아 거추장스럽지도 않았다. 덧치마를 벗으면 상의 매듭이 독특한 랩 원피스 정도로 보였다.



    “우와, 요즘 한복은 이렇게 나와요?” “세련되고 예쁘다.” “한복이라고 해서 도덕 선생님 옷을 생각했는데 많이 다르네요.” “에버랜드에서 솜사탕 파는 사람 같아요.” “추석 느낌 완전 나네!” “편하고 좋아 보이는데.” “무슨 행사 있어?” “세탁 어려울 것 같은데….” “위에서 시킨 거야, 직접 발제한 거야?” “꼬까옷처럼 아주 예쁘네요!”

    한복을 입고 다니는 하루 동안 들은 이야기다. 명절이 아닐 때 한복을 입고 다녀보니 체온 유지나 관리가 어렵지 않아 남들 시선에 대한 내성만 있다면 일상복으로 입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 생활한복으로 갈아입었다. 학창 시절 체육 선생님들이 입고 다니던 운동장 친화적 컬러의 옷으로, 일명 ‘절복’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긴팔과 긴바지였지만 통풍 및 땀 흡수가 잘 되고 주름도 잘 가지 않아 편했다. 그 모습을 보고 가족이 “스님이랑 절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기자가 입으니 스님이 됐지만 이건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과 뷔가 공항 패션으로 소화해 화제가 된 그 한복과 같은 회사의 옷이다). 영향력 있는 스타들이 일상에서 한복을 더 자주 입는다면 ‘한복 = 경복궁 입장료 할인받는 옷’이 아니라, 일상복으로도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 외세(?)의 헛소리도 조금은 줄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복 근무복 화보. [사진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복 근무복 화보. [사진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BTS 정국, 뷔가 입은 그 옷

    업계 관계자는 “2010년부터 젊은 층에서 해외여행을 가거나 한옥마을을 방문할 때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데일리로 입을 수 있는 편한 한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생활한복 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복을 대여하기보다 구매해 소장하는 경향이 2013년 무렵부터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한복업계 경기가 좋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전통적인 한복 원단 외에 면과 리넨 소재를 쓴 한복도 늘어났죠. 맞춤, 대여하는 전통 한복 시장보다 생활한복 시장 성장세가 커진 것도 이 시점이에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개량 한복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많은 쇼핑몰이 나온다. 어디서 사야 할지 고민이라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한복상점’에 다양한 업체의 한복이 들어와 있으니 구경부터 해보자. 추석을 맞아 선착순 할인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디자인은 달라도 한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와 함께 시범 보급할 계획으로 한복 근무복을 공개했기 때문. 공개 당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각보다 예쁘다”며 호평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전통문화과 관계자는 “한복 근무복을 도입할 기관은 정해졌고, 올해 도입 예정”이라며 “한복 교복은 도입 학교를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복 관리법 
    예뻐서 사긴 했는데…

    ‘실과바늘’의 인기 상품인 겨울용 달래 블랙 철릭 원피스. [사진 제공 · 실과바늘]

    ‘실과바늘’의 인기 상품인 겨울용 달래 블랙 철릭 원피스. [사진 제공 · 실과바늘]

    “3~4년 전만 해도 일상에서 한복을 입으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된다는 게 단골손님들의 말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아이돌과 연예인들이 TV에 한복을 입고 나오는 빈도가 늘면서 ‘한복을 왜 입지’ 하던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생활한복 브랜드 실과바늘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일상복부터 스냅 사진 촬영, 결혼식 용도로 전통 한복이 아닌 생활한복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실과바늘에서 한복을 사는 이는 대부분 20~40대 여성으로, 슬랙스와 매치하기 좋은 블라우스형 저고리, 원피스처럼 입을 수 있는 철릭, 데일리 기품 바지가 특히 인기다. 남성 저고리 판매를 시작하면서 남성 고객도 늘었다. “면과 리넨, 폴리에스터처럼 물세탁을 할 수 있고 신축성이 있거나 구김이 덜 가는 원단으로 제작한 한복을 많이 찾는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

    “세탁법은 원단 따라 다르지만, 본견(명주실로만 짠 비단)이 아닌 물실크나 화학섬유로 제작한 치마는 대부분 세탁기 사용도 가능해요. 세탁망을 쓰되 헹굼까지만 권장하고, 손으로 짜 탁탁 널면 다림질하기 한결 쉽죠. 레이스 면이나 폴리에스터 원단으로 된 저고리는 울샴푸를 활용해 손으로 조물조물 빨고 자연 건조하면 오래 입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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