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추’는 운명이 뒤바뀐 쌍둥이 천추와 을파소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적 판타지물. 선악이 모호한 줄거리와 을파소 미추홀 예맥족 등 한국 고대사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인상적이다. 그림체도 독특하다. 김병진씨는 배경과 먹칠 등에 컴퓨터를 이용하면서도 마치 손으로 그린 듯한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한다. 때문에 만화가 지망생들이 ‘교본’ 삼아 ‘천추’를 많이 사본다고.
인기의 이유를 각자 ‘스토리가 워낙 탄탄해서’ ‘그림이 멋져서’라고 상대방 덕분으로 돌리는 두 사람은 1990년대 초 광주의 한 만화학원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다. 첫 작품인 ‘천추’를 연재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어찌 보면 큰 모험이었지만 이들의 모험은 단행본 10권이 15만부 이상 팔리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최소한 5, 6년간은 더 그려서 30권으로 ‘천추’를 마무리할 거예요. 인기 얻었다고 다른 작품에 손대지 않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천추’를 열심히 쓰고 그릴 겁니다.”
주간동아 396호 (p9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