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2동 전경.
1946년 개교한 성북초등학교는 부촌의 대명사로 통하는 성북2동에 위치하지만, 전교생 대다수는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다. 무료급식 지원을 받는 학생도 40여명으로 서울의 다른 지역 학교들보다 많은 편이다. 부촌에 사는 학생이 이 학교에 입학하면 큰 화젯거리가 될 정도인데, 사실 그런 일은매우 드물다. 그곳 학생들은 대개 사립학교에 입학하거나 아예 유학을 가기 때문이다. 또 입학한다 하더라도 중간에 사립학교로 전학 가기 일쑤다. 요즘 성북초교에 다니는 ‘재벌가 자제’는 딱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대다수가 서민임에도 성북2동이 ‘부촌의 대명사’로 알려지면서 성북초교는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영중 교감은 “부촌에 있는 학교라는 이유로 학교 시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면서 “사실상 학부모들이 기부하는 학교발전기금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라고 말했다.
통칭 ‘부자동네 한남동’으로 통하는 남산 일대 이태원 1·2동 또한 사실 도시 서민들의 마을이다. 이태원동 해밀턴호텔에서부터 그랜드 하얏트호텔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언덕에는 중·저소득층 서민들의 다가구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지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0여 가구에 달한다.
이 동네 아이들은 대개 이태원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이 학교 역시 성북초교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부촌에 사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들 대부분은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며 한 학급의 3분의 1 정도가 결손가정의 자녀일 정도로 편부나 편모,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많다. 이혜숙 교사는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 아버지는 막노동꾼으로 일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어머니가 급식당번을 하러 학교에 나올 수 있는 집이 별로 없어 학부모 당번제를 없애고 아예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성북2동의 낡은 주택들.
이 교사는 “저학년들은 빈부격차가 뭔지 잘 모르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어슴푸레 느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6학년 아이들과 부자동네를 지나오면서 “너희들도 이 다음에 이런 데서 살아봐야지’라고 말했더니 “어휴, 저희는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데서 못 살아요”라고 대꾸하더라는 것. 4대째 성북2동에 살고 있는 김현동(60) 씨는 성북동 길에는 ‘유리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섞여 사는 것이 아니라, 따로 사는 거죠. 위화감 같은 건 없어요. 비교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격차가 크잖아요. 그들은 동사무소에도 운전기사를 보내니까 이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도 좀처럼 말 한 마디 나눌 기회가 없어요. 한 동네 주민이지만, 이웃은 아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