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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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대학원에서 뭘 배우나요?

수준 낮은 강사·열악한 시설 등 부실투성이… 일부 학교 인맥쌓기 場·학위 매매시장 전락

  • 입력2005-03-17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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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대학원에서 뭘 배우나요?
    일반대학원이라 함은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된 교육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을 말한다. 특수대학원이라 함은 직업인 또는 일반성인을 위한 계속교육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을 말한다.”

    충북 C대학의 학칙 내용이다.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 모두 ‘석사학위’를 수여한다. 교육대상이 ‘직업인’이라는 것 외엔 제도상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1995년 대학자율성이 확대된 이후 부실투성이 특수대학원들이 양산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사교모임’ ‘학위 매매 시장’으로 전락했다.

    성균관대 특수대학원인 언론정보대학원 학생들이 만든 잡지 ‘오크노’(OKNO) 최근호(2000년 12월)는 ‘특수대학원 현주소’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서울시내 5개 대학 특수대학원 재학생 105명을 상대로 ‘만족도’를 취재해 작성한 것이었다. 이 잡지 관계자는 “특수대학원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질’이 형편없이 낮다는 게 대다수 응답자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서울 S대 언론정보대학원. 개설과목의 절반 이상이 외부강사로 채워져 있다. 문제는 외부강사의 지적 수준과 성실성. 이 대학원 한 과목의 경우 2000년 1학기에 3주 연속 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수강생 이모씨로부터 이유를 들어봤다. “외부강사인 광고회사 사장이 갑자기 회사 일로 장기 해외출장을 가게 됐다는 거다. 영문도 모르고 출석했던 학생들은 그냥 돌아가야 했다. 그 이후 3주일 내내 수업을 못했다. 보충강의는 물론 없었다.” 이 대학원의 다른 수업시간. 학생들은 낯선 사람으로부터 수업을 들어야 했다. 강의를 맡은 외부강사가 “바쁜 일이 생겼다”며 부하직원을 대신 강사로 보낸 것이다.



    각 대학들은 ‘지명도’에 의존, 기업체 CEO급이나 업계 저명인사에게 수업을 많이 맡기는데 정작 이들은 생업에 바빠 수업준비에 소홀하고 결강도 잦다는 것이다. 이씨는 “같은 직장인끼리 이해해 달라고 학생들에게 부탁하는 강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한 대 없이 한 학기 동안 전자상거래 강의 열악한 교육기자재, 형편없는 강의실은 대다수 특수대학원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서울 D대학 멀티미디어 강의시간에 학생들이 본 것은 ‘칠판’뿐이었다. 서울 S대학 전자상거래 강의는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이 한 학기 내내 진행됐다. 이 강의를 수강한 최모씨는 “직장인들이 주로 듣는 특수대학원은 현장실무 위주로 특성화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심한 주입식 교육이 없을 정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사관리도 엉망이다. 서울 J대학 특수대학원 외부강사의 상당수는 ‘출석체크’를 하지 않는다. 자연히 결강하는 학생들이 많다. S대학 사회계열 한 특수대학원의 2000년 2학기 기말고사는 ‘오픈 북’ 방식이었다. “말이 오픈 북이었다. 강사는 시험 전 A4지 2, 3장 분량의 자료를 미리 나눠준 뒤 그걸 참고해 A4지 한 장에 답을 서술하라고 했다. 그건 베끼기이지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가.”(수강생 박모씨)

    학점인플레도 심각한 수준. 박씨는 “특수대학원에서 받는 B학점은 학부의 D와 같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A학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 D대학원 재학생은 학위논문까지 거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40∼50대 특수대학원 재학생들이 대충 짜깁기한 논문을 제출하면서 300만∼500만원을 주면 석사학위를 받는다는 얘기가 대학원 내부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OKNO의 조사에서 ‘특수대학원 교육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은 “소위 명문대를 포함해 국내 특수대학원에서 실시되는 교육의 질은 한마디로 실망스런 수준이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대학원이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수강생만 많이 받고 교수충원-시설투자는 하지 않으려는 대학의 장삿속이 일차적 원인. 여기에 특수대학원을 인맥-경력 쌓기에 활용하려는 일부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98년 2만6924명이었던 특수대학원생은 지난해엔 2만9920명으로 2978명이 늘었다. 올해도 1800명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95년 대학자율권을 확대한 교육개혁조치 이래 진입장벽이 거의 없어졌다. 대학이 특수대학원 학과 신설과 수강생 증원을 요청해 오면 대부분 그대로 허용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5개 특수대학원에서 1543명의 입학생을 받은 서울 K대의 경우 한 명 당 등록금 350만원씩, 한 학기에 53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서울 S대 특수대학원생들은 “수강생이 늘어도 시설투자는 그대로다. 대학측은 강의가 없는 5학기에도 수업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수대학원이 기존 시설, 인력으로 많은 이익을 거둬들이는 알짜 수익사업쯤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K대 정책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S증권사 김모 사장은 “특수대학원은 재력가, 권력가들의 고급사교장”이라고 말한다. 특히 각 대학 최고위과정은 거의 이런 분위기라는 게 그의 얘기다. 새롭게 동문, 동기동창을 만들거나 수료증-학위를 손쉽게 취득하기 위해 특수대학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구속된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은 정-관계 인맥을 넓힐 목적으로 같은 대학 특수대학원을 두 번씩이나 수료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청와대 간부, 기업체 사장 등이 특수대학원의 동기로 만나 친목을 다졌다. 당시 학교측은 ‘구청장도 한 명쯤 끼어야 구색이 맞다’며 서울 모 구청장을 입학시키기도 했다. 학기 중 모임은 대개 시내 일류호텔에서 열렸으며 동기회장에 선출된 재학생은 현금 3000만원을 내놓았다.”(김사장)

    그러나 특수대학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뚜렷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38개 대학 491개 대학원(2000년 기준)에 이르는 특수대학원의 학사관리에 정부가 일일이 간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전국 모든 특수대학원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공개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1, 2 년 뒤쯤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부실투성이 특수대학원의 최대 피해자는 재학생이다. 특수대학원에서 취득한 석사학위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박사과정 입학시 유무형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현상이 학계에선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업체 직원 이모씨(31)는 지난해 서울 S대 특수대학원에 입학했다. 1년에 600여 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월급으로는 충당하기 힘들어 학자금 융자까지 받았다. 그러나 한 학기가 지나자 학과 동기 40명 중 5명이 휴학해 버렸다. 그는 요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직업인으로서의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대충대충 가르치고 시험 보는 이런 수업을 더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빚으로 남은 수업료, 일주일에 이틀씩 강의실에서 보낸 나의 저녁시간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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