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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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part 01 글로벌 투자전략

세계경제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변수

美 경제는 세금 개혁, 연준 이자율 인상 속도에 달려

  • |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입력2018-01-16 13: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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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맹자는 생활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금 개띠인 무술년 새해를 맞아 ‘주간동아’는 이번 호부터 3회에 걸쳐 올 한 해 투자를 위한 가이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는 미국 월가에서 세계 자본시장을 무대로 트레이더로 일한 경험이 있는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과 투자전략을 포착해준다. 다음 호는 ‘국내 주식’ 편으로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시대를 앞둔 요즘, 투자 방향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 집값 등 새해 부동산시장의 전망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2018년을 맞는 세계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둔 좋은 성과가 이어지리라 전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북핵 등 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할 만한 뉴스가 적잖았지만, 세계 각국 주식시장은 상승장을 이어갔다. 세계 88개국 가운데 74개국의 주가지수가 올랐다. 많은 투자자가 지난해의 상승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런 희망은 낙관적이라기보다 매우 조심스럽다.

      공통된 걱정, 인플레이션

      투자자들이 여러 이유를 거론하며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펴지만, 거시경제 측면에서 한 가지 걱정거리를 공유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다. 2018년 세계 금융시장이 직면할 가장 큰 불확실성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인플레이션이다. 

      지난해 세계 주요 선진국은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4%대에 불과해 완전고용에 버금가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실업률이 낮아져 평균임금이 오르면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경제공식이다. 이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 ‘필립스 커브’다. 하지만 실업률이 4%대로 낮아졌는데도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인플레이션도 별로 없었다. 

      세계 투자자들, 심지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까지도 왜 필립스 커브가 더는 유효하지 않은지에 대해 지난해 내내 의문을 품었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열린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이자율 인상을 반대하는 연준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 역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상황은 유럽에서도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지난해 마지막 회의록을 보면 의원들은 유럽 경제성장이 지속되리라 확신하고 있다. 특히 2017년 하반기 몇 개월 동안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 지역의 인플레이션은 11월까지 데이터를 볼 때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1990년대 이후 평균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낮은 수치이고, ECB의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인 2%보다도 낮다. 이 같은 유럽 경제상황은 ECB가 양적완화를 언제 끝낼지 정확히 결정하지 않아도 될 아주 좋은 핑계를 제공했다. 그리고 ECB는 인플레이션이 변화하는 경로가 예상한 대로 가지 않는 한 양적완화를 지속할 예정이다. 

      그럼 왜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낮을까. 미국의 경우 기술 발전으로 통신비가 저렴해졌다고, 일본과 유럽은 원자재 가격이 싸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는 앞서 언급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커브가 더는 유효하지 않은 이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인플레이션 측정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CPI)를 비탄력적 소비자물가지수(sticky-price CPI)와 탄력적 소비자물가지수(flexible CPI)로 나눠 발표하는데 이를 보면 좀 이해가 된다. 비탄력적 지수는 가격 변동이 자주 있지 않은 것들의 물가지수고, 탄력적 지수는 말 그대로 가격 변동이 자주 있는 것들의 물가지수다. 가격 변동이 잦지 않은 것은 서비스 비용 등이고, 가격 변동이 잦은 것은 원자재 등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됐는데도 비탄력적 지수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 반면 가격 변동이 잦은 원자재 등도 낮은 가격을 유지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비탄력적 지수, 즉 서비스 가격 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그 자체도 경기 사이클의 일부다. 현재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이자율을 낮게 유지했을 때 이 효과로 장기채권과 주식, 그리고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높아지고 자산 가격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면서 나머지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높아진다. 이 사이클이 너무 심하게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높인다. 그런데 현 상황은 경제가 좀 좋아진 상태에서 자산 가격만 엄청나게 높아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아직 오지 않은 것처럼 비친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중앙은행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기준이자율을 올려야 하고, 그럼 자산 가격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은행의 선택은?

      앞에서 언급한 비탄력적 지수의 상승 외에 현재 상당히 낮은 수준인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990년대 이후 급속화된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 그런데 세계 여러 곳에서 탈글로벌화(de-globalization)를 위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미국이 맺은 여러 무역조약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예로 북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018년 일사분기까지 연장되기는 했지만,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다.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이 유럽연합(EU)을 어떻게 떠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특별한 무역조약 없이 떠난다면 이는 영국을 전과는 많이 다르게 EU로부터 분리해놓을 것이다. 탈글로벌화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인플레이션을 갑자기 촉발할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2015년 12월을 시작으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제로(0) 이자율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이자율로 돌아가려는 정상화(normalization) 과정에 돌입했다. 연준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회복과 성장이 뚜렷해지자 3번에 걸쳐 기준이자율을 1.25~1.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주식 투자자는 변화를 느꼈지만 많은 세계 채권투자자는 지난 10년 동안의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경기가 좋아지고 이자율은 인상됐지만 여전히 채권 이자는 낮고 채권 가격은 높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준이 이자율을 3번 올린 이후 단기 이자율은 조금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장기 이자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 같은 미국의 상황을 확 바꿔놓을 요소가 2018년에 기다리고 있다. 바로 세금 개혁과 연준의 이자율 인상 속도 조절 및 보유자산 축소다. 

      먼저 세금 개혁부터 알아보자. 2017년 하반기 들어 미국의 세금 개혁은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만약 세금 개혁을 원래 계획한 대로 할 수만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다. 미국 세금 개혁에는 여러 내용이 있지만, 그중 투자자들이 가장 핵심이라고 여기는 것은 법인세다.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1%까지 낮추는 내용이다. 이는 여러 산업에 걸쳐 다양한 기업에게 영향을 미친다.

      美 세금 개혁의 목표

      많은 미국 기업, 특히 글로벌 대기업은 미국의 높은 법인세를 피해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했다. 특히 대형 기술주 기업들이 그랬다. 이들은 세금이 낮은 지역에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내고 이 현금을 어디에 쌓아놓아야 하는지도 잘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법인세 변화는 이런 기업들의 수익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던 미국의 중소형 기업의 수익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7년 삼사분기까지 미국의 산업별 실효세율을 보면 실제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세금 개혁안이 제시한 21% 법인세보다 낮거나 그다지 높지 않은 세금을 내고 있다(표 참조). 

      세금 개혁의 가장 큰 목표는 세금을 피해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의 수익을 미국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큰 그림으로 보면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의 일부다. 이를 위해 해외에 둔 현금을 미국으로 가지고 올 경우 한 번의 세금 혜택을 주는 내용 역시 포함돼 있다. 상상해보라. 애플, 구글 같은 공룡 기술주 기업이 현금을 모두 미국으로 갖고 들어올 경우를. 

      경기 사이클 그래프를 보면 미국 경기는 이미 이자율 인상을 통한 정상화 시기에 들어가 있다(‘그래프’에서 3번 상태)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경기가 팽창하고, 주식시장 역시 성과가 좋다. 그다음 단계인 ‘높은 이자율’ 단계에 들어서면 더는 주식시장에서 많은 성과를 볼 수 없다. 세금 개혁이 미국 기업의 상태를 더 좋게 하고, 3번 상태인 경기 사이클이 4번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연할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미국의 세금 개혁이 미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데는 투자자 대부분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경제 전체 성장에 확연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금 개혁안을 보면 기업의 이자비용을 빼고 세금을 부과할 수익을 계산하는데, 이 이자비용에 상한선을 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미국 기업들은 종전보다 높은 이자율에 직면할 개연성이 높고, 이는 투자를 줄이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미국 경제는 이미 ‘높은 이자율’ 구간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자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은 돈을 빌려 투자를 더 할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세금 개혁의 효과는 미 연준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준이자율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느냐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높은 이자율과 이자비용의 상한을 고려한 전략을 세우는 데 변화를 줄 것이다. 

      그럼 미 연준은 이런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미국 경제의 성장을 해치지 않고, 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한도에서 이자율을 올릴 것인가. 이것 역시 확실치 않다. 세금 개혁은 미국 경제의 성장을 가져올 테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도 유발할 것이다. 2017년 12월 열린 마지막 FOMC의 점도표를 보면 2018년에 3번 혹은 4번의 기준이자율 인상이 예상된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12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이 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어떨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과거에 경험한 대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면 연준은 지금 예상하는 3, 4차례보다 더 많이, 또는 더 큰 폭으로 이자율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만약 옐런 의장의 말이 맞는다면 투자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뉴스는 없다. 미국 경제는 2018년 3번의 이자율 인상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주식 투자자는 최소한 2018년에도 매력적인 수익을 계속 추구할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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