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이 서울시장 자리를 걸었던 무상급식 투표가 투표율 25.7%에 그쳐 무산되자 ‘포스트 오세훈’을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8월 24일 투표일까진 어느 누구도 “내가 하겠소”라고 말하길 주저했지만, 이제는 여야와 잠재후보군 모두 점잔만 빼기 어려워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보궐선거 승리의 주인공은 일약 대선주자급으로 몸값이 급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와 잠재후보군의 경쟁이 급속히 가열될 수밖에 없다.
쫓기는 여권과 쫓는 야권 모두 필승카드를 찾기 위한 깊은 고민을 피할 수 없다. 고민의 첫 번째 갈래는 여야 모두 서울시장 후보를 당내 전·현직 의원급에서 찾느냐, 아니면 당외 유력인사를 영입하느냐로 집약된다. 결론부터 보자면, 서울시장직을 자신의 정치 야망에 이용하기 십상인 정치인 출신보다 순수하게 행정에만 전념할 수 있는 당외 인사를 선호하는 기류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명박·오세훈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정두언·정운찬·임태희 거론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오 시장으로 인해 치르게 된 만큼 ‘제2의 오세훈’을 내세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소견을 보여왔던 3선 권영세, 재선 정두언 의원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둘 다 개혁 성향이라는 점에서 여당이 자초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적임자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초선인 권영진, 홍정욱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권 의원은 강북지역에서만 수십 년째 살면서 서민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것이 강점이다. 과거 서울시장은 대부분 강남 출신이었다. 홍 의원은 젊음과 개혁 이미지, 대중성을 겸비했다.
당내에선 “전·현직 시장이 대부분 정치인 출신이다 보니 서울시장 자리에 정치적 색채가 너무 짙다”며 당외 인사를 추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먼저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가 꼽힌다. 자수성가와 사회공헌을 모두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이름도 나온다. 또 다른 당직자는 관료 출신을 1순위로 꼽았다. 이 당직자는 “서울시장은 어차피 행정을 하는 자리”라면서 “경험 많은 관료 출신이 시장직을 맡으면 한눈팔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고, 성공하면 정치적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
민주당 4선 천정배, 3선 추미애 의원은 주민투표가 끝나자마자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 안산 단원갑이 지역구인 천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8월 28일까지 주소를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총선과 대선 승리에 앞장서기 위해 나섰다”는 게 출마변이다. 추다르크로 불리는 추 의원은 “야권이 정치력을 ‘다걸기’ 해야 하는 선거가 됐다”며 출마 뜻을 밝혔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능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여성 전사로 꼽힌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 전 의원은 개혁을 상징해 30∼40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야권에서도 정치인보다 집 밖에서 찾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치인에게 식상해 있는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려면 신선한 얼굴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논리다.
박원순 변호사가 1순위로 꼽힌다. 박 변호사는 참여연대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오랜 세월 사회봉사를 실천해온 점이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다. ‘시골의사’ 박경철 씨와 함께 5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청춘콘서트’를 열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울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영입대상으로 거론된다.

주간동아 802호 (p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