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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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우리 인구의 20% 차지하는 70년대생, 은퇴 준비 발등의 불”

권도형 대표 “부모 살아계시고 자녀 안 떠난 세대… 매달 현금 나오는 일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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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12-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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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홍태식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홍태식

    “한국 인구의 18.2%를 차지하는 1970년대생은 부양해야 할 부모도 살아계시고 자녀들도 집에 붙어살겠다고 한다. 2024년 통계청은 1970년대생의 첫 퇴직 나이를 평균 49.3세라고 발표했다. 1970년대생 대부분이 퇴직까지 5년 남짓 남은 것이다. 그런데 은퇴를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는 12월 15일 인터뷰에서 1970년대생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생명, 미래에셋 등에서 재무설계 컨설팅을 담당했고 삼성생명 LifeTech 부지점장, 종합자산관리회사 에이플러스에셋(A+Asset) 지점장을 지낸 권 대표는 은퇴 준비가 재무관리에만 치우쳐 있다는 문제의식에 2013년 한국은퇴설계연구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약 8만 명의 성공적인 은퇴를 도왔다. 1976년생인 권 대표에게 1970년대생이 은퇴 준비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물었다.

    새로운 생애 단계 ‘은퇴 전환기’의 탄생

    1970년대생이 ‘은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했는데.

    “과거에는 경제학자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생애 주기 가설’에 따라 60세 전을 ‘돈 버는 시기’, 60세 이후를 ‘돈 쓰는 시기’라고 불렀다. 그런데 요즘은 법정 정년인 60세 전 직장에서 나와 이후로도 계속 돈을 벌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은퇴인 듯 은퇴 아닌 은퇴 같은 ‘은퇴 전환기’라는 새로운 생애 단계가 생긴 것이다. 은퇴 전환기를 처음으로 맞이한 세대가 1970년대생이다. 이들이 50세쯤 첫 번째 퇴직을 하고 국민연금을 받는 65세까지 15년간 공백이 있는 상황을 살아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1970년대생은 몇 세까지 살 걸로 예상하면서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해야 할까.

    “1970년대생의 기대수명은 평균 90.3세다. 중산층인 1970년대생이 병을 얻기 시작하는 나이인 ‘건강수명’은 73.3세로 예측된다. 17년간은 병을 달고 사는 것이다. 약을 먹어 증상을 적당히 관리하는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워 가족에게 간병 부담을 지우며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병을 가지고 사는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은퇴 준비의 첫 번째다.”

    유병 기간에 대비할 보험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내가 보유한 보험의 만기를 90세 혹은 100세까지로 연장해야 한다.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 원래 사망보험금은 죽어야만 지급되는데, 최근 ‘사망보험금 유동화’라는 제도가 생겨 죽기 전에도 아프거나 치매에 걸리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치매간병보험도 미리미리 가입하는 게 좋다. 치매간병보험은 보험금을 받아 갈 사람이 많아 보험회사가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보니 앞으로 보장 폭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맹신하지 말라고 강조하는데.

    “주택을 2~3채 가진 분은 ‘은퇴 후 10년에 한 채씩 팔아서 살면 된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내가 주택을 팔고자 해도 이를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상가를 보유한 사람도 앞으로 월세 받기가 쉽지 않다. 부산은 밤 9시가 넘으면 해운대와 광안리를 제외하고 모두 어두워진다. 경남 창원 주상복합 아파트 1~3층 공간의 67%가 공실이다. 젊음의 도시라는 울산은 저녁 6시만 돼도 상가 거리가 휑하다. 그래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부동산 외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목돈이 아니라 매달 돈이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현금을 많이 갖고 있으면 굉장히 위험하다. 이를 노리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보이스피싱 기술도 발전했고 자녀들도 내 돈을 노린다. 은퇴 전 매달 월급 받으며 살았듯, 은퇴 후에도 매달 꼬박꼬박 돈이 나오게 설정해둬야 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그래야 보이스피싱에도 끄떡없다. 사기꾼이 접근해 오면 ‘이번 달 돈은 이미 다 썼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경력 단절 여성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 10년 채워야

    매달 돈이 나오는 시스템은 어떻게 만드나.

    “우선 국민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10년을 채워 국민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는 게 가장 좋다. 그다음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확인하고 선택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연금저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를 열고 저축을 시작하라. 대부분은 퇴직 후 다시 일할 거라서 저축을 시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목돈을 더 운용하고 싶다면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하라. 주식을 보유해 배당을 받는 방법도 있다. 주주들에게 30년 이상 배당금을 줄 수 있는 기업은 미국에 많다.”

    퇴직 후 빠르게 재취업하는 방법은.

    “퇴직 후 4대 보험에 가입되는 직장에 재취업해 국민연금을 더 오래 적립하고 수령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런 직장에 빨리 재취업하려면 이력서 쓰는 방법과 면접 보는 법을 지금부터 공부하고, 내 능력과 경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도 미리 작성해둬야 한다.”

    취미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던데.

    “퇴직 후 월 200만 원 버는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월 50만 원 벌 수 있는 일을 여러 개 만드는 건 비교적 쉽다. 의뢰인 중 일찍 출근해 다른 직원들의 책상을 닦아줄 정도로 정리정돈이 취미인 분이 있었다. 청소와 관련되지 않은 신선한 걸 배우라고 조언했더니 3년 동안 아로마 기술을 배웠다. 이후 ‘아로마 청소 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동네에 있는 꼬마빌딩에 ‘아로마 기술이 접목된 청소 서비스를 받아 임대도 잘되고 드나드는 사람이 힐링되는 건물로 만들라’는 내용의 전단을 붙였다. 지금은 이 사업이 커져 법인으로까지 전환됐다.”

    퇴직 후 정신 건강도 챙겨야 한다고.

    “의뢰인들 얘기에 따르면 퇴직 후 첫 급여일에 돈이 안 들어오는 게 가장 큰 충격이라고 한다. 뻔히 예측했던 일이지만 그것을 실제 경험했을 때 받는 타격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 정신 건강을 챙기려면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많이 대화해야 한다. 취미 생활, 봉사 활동 등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특히 종교 생활은 참여 장벽이 낮으면서도 다양한 연령의 사람과 교류하기 쉬워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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