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의 그 아픔 가슴은 눈물을 흘린다
평론가로서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은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비평해야 할 때다. ‘성웅 이순신’ ‘이재수의 난’ ‘유관순 언니’에 대한 비평을 써야 하는 것처럼. 하지만 역사를 다루는 어떤 영화들은 역사에 대한 태도가 정…
200707312007년 07월 25일아날로그 형사 디지털 테러에 맞서다
20세기 폭스사의 로고가 사라지면, 곧이어 컴퓨터그래픽(CG)이 삭제되듯 영화 타이틀이 뜬다. ‘다이하드 4.0’. 테러 시대의 영웅, 욕 잘하고 웃기 잘하는 인간적인 경찰, 질기고 죽이기 어려운 놈 브루스 윌리스가 돌아온 것이다.…
200707172007년 07월 11일시골 시댁 vs 도시 며느리 ‘좌충우돌’ 문화갈등 겪다
도회지에 나가 성공한 큰아들이 아름다운 연상의 신부를 데려왔다. 외교관의 딸로 세계를 여행한 미국 시카고의 여피 화랑 주인 메들린. 사실 메들린은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아웃사이더 아트 화가 데이비드 워크의 작품에 반해 신랑 조지의 …
200707032007년 06월 27일쩔쩔 사장, 당당한 직원 사무실 풍경 뒤집기
우리는 모두 그의 영화를 알고 있다. 덴마크의 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유령 소동을 그린 ‘킹덤’, 눈이 점점 멀어가는 사형수 여인의 슬픈 아메리칸드림을 보여준 ‘어둠 속의 댄서’, 한 마을의 노예로 전락하고 마는 미국인 아가씨의 수난…
200706192007년 06월 13일성장통 사춘기 소녀 아주 섬세한 시간여행
‘백 투 더 퓨처’ ‘클릭’ ‘타임머신’ ‘12 몽키즈’…. 시간여행을 모티프로 한 공상과학(SF) 영화는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때 그곳에서 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같은 궁금증이 …
200706052007년 05월 29일눈부시게 화창한 날 잔뜩 찌푸린 여인의 삶
결론적으로 말해 이창동 감독의 신작 ‘밀양’은 날씨에 관한 영화다. 정말이지 모두가 ‘밀양’을 보고 용서와 구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 눈에는 해와 구름, 비가 보였다. 영화를 자세히 보시라. 영화에는 비 오는 장면이 딱 한 번 나…
200705222007년 05월 16일슬픈 사랑의 미학 고독한 예인들의 숙명
임권택 감독의 영화 ‘만다라’를 보면, 햇볕 드는 절 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로 부처 조각을 깎는 ‘땡중’ 지산이 나온다. 그는 다음과 같은 대사를 읊는다.“천년을 두고 사람들은 부처의 미소가 신비하다느니 불가사의하다느니 이야기해…
200705082007년 05월 02일에도시대 사무라이 유쾌·상쾌한 복수극
‘꽃은 벚꽃, 사람은 무사.’유명한 일본 속담에도 여실히 드러나듯, 일본 문화에서 사무라이는 역사의 핵심에 놓인 거대한 기호이며 두 개의 검이 호위하는 일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일본 감독들 사이에서 일본의 상징적…
200704242007년 04월 18일톰 티크베어 감독의 ‘향수’
주관론적 인식론에 따르면, 개가 지각하는 세상과 인간이 지각하는 세상, 꿀벌이 지각하는 주관적 세상은 모두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달팽이에게 세상의 움직이는 모든 것은 어지러울 만큼 고속의 물체로 느껴진다. 결국 달팽이나 거북은…
200704102007년 04월 04일존 커란 감독의 ‘페인티드 베일’
인류 역사에서 남편의 손에 서서히 죽어갔던, 혹은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결국 파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푸른 수염의 희생자 목록은 꽤 긴 편이다. 보바리 부인,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여성으로 시동생과 …
200703272007년 03월 21일눈물과 웃음 동시 선사 일본인의 마음 흔들다
재일교포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이상일 감독에게 불필요한 많은 족쇄를 채워놓는 것 같다. 영화 ‘훌라걸스’ 이전에는 일본 내에서도 이 감독의 지명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의 일본 관객들은 ‘훌라걸스’ 자막이나 포스터에서 감독 이름을…
200703202007년 03월 14일혼돈과 단절의 세상 소통에 대한 깊은 사색
태초에는 인간의 언어가 하나였다. 인간이 하늘에 도전해 탑을 쌓아올리자 신이 분노하여 인간의 언어를 혼잡게 하고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다. 그리고 그들을 거기에서 온 땅으로 흩어버리시고 그 사이에 혼돈과 단절을 만들었다. 그런 …
200703132007년 03월 07일전우를 위한 전쟁 역사는 사진에 속았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나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것을 다루는 도구가 곧 사진이다. 내 사진은 당신이 보지 않는 것을 표현한다. 모든 것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다. 1945년 종군기자였던 조 로젠탈의 바로 그 사진. 마치 무…
200702272007년 02월 16일삼류 화장실 유머로 일류 미국 똥침 놓기
프랑스 르네상스 시기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는 먹고 마시고 섹스하고 화장실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주인공 팡타그뤼엘이 등장한다. 그는 소설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
200702062007년 02월 05일지능 낮은 딸과 시한부 엄마 여성 관객 눈물샘 터뜨리기
죽어가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힘겹게 이야기를 잇는다. “아무것도 니 잘못이 아니야.”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러자 일곱 살짜리 지능을 가진 딸이 어미의 육신을 흔들며 가냘픈 울음을 삼킨다. “엄마 일어나. 엄마 일어나.” 아, 손수…
200701232007년 01월 17일순결했던 386 영혼의 타락 그리고 메마른 러브스토리
고백하건대 임상수의 영화는 내게 늘 뜨거운 감자였다. 개방적이고 당당한 여자들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성을 안주 삼는데 그 속에 나 같은 여자는 없는 것 같고, 엔카를 부르는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정신이 멍해지다가도 지식인이라면 응당 …
200701092007년 01월 08일외모 지상주의 꼬집나, 부추기나
올해 세 번째다. 성형과 관련된 영화를 보는 것이. ‘신데렐라’, ‘시간’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 살로 만든 명함인 얼굴을 찢고 뜯는 이 작업이, 무심한 기표의 변환이 스크린상에서 너무 쉽게, 초현실주의적으로 이루어져 오히려 더…
200612262006년 12월 19일‘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J.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쓰게 된 도화선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고 한다. 병사들과 민간인들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나치가 창궐하는 암흑의 세상을 목도한 톨킨은 ‘절대권력은 부패한다’는 메시지를, 반지를 버려야 하는 주인공의 여정…
200612122006년 12월 11일게이 감독이 만든 게이들의 연애담
페미니즘 영화를 남성 감독이 만드는 것만큼이나 웃기는 일이, 동성애 영화를 이성애자 감독이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후회하지 않아’는 동성애를 도발적으로 내세웠던 ‘내일로 흐르는 강’이나 ‘로드 무비’의 연장선상에 있…
200611282006년 11월 22일탄압·투쟁·희생·독립… 아일랜드 민중 ‘격랑의 삶’
사람들은 흔히 켄 로치를 ‘세상에 마지막 남은 좌파 감독’이라 부른다. 또는 ‘블루칼라의 시인’ ‘노동자들의 대변인’ ‘좌파 영화의 십자군’ 등등. 아직도 켄 로치는 자신의 영화 속에 ‘인터내셔널가’를 집어넣고 민중의 연대와 혁명의…
200611142006년 1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