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휴가철 계획은 세계 각국에서 매년 여름마다 빠지지 않는 뉴스다. 휴가 기간 읽은 책도 익숙한 소식이다. 올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하나를 더 보탰다. 휴가철 들을 음악, 그것도 낮과 밤으로 나눠 각각 20곡씩 총 40곡을 내놨다(사진). 외신에 따르면 본인이 직접 이틀간 고심해서 짠 리스트라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소문이 사실임을, 이 리스트는 증명한다. 솔직히 말하면 놀랄 정도였다. 어디 가서 음악 선곡하면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데도 말이다.
‘오바마 리스트’는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다. 어리사 프랭클린,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옛 가수들부터 콜드플레이, 플로렌스 앤드 더 머신 같은 최근 음악인들까지 망라돼 있다. 솔과 재즈, 록과 힙합이 공존한다. 더더욱 놀라운 건 유명 음악인의 음악일지라도 뻔한 노래, 즉 대표곡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 가수의 음악을 충분히 들어야 알 수 있는 노래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밥 딜런 하면 떠오르는 ‘Blowing in the Wind’나 ‘Like A Rolling Stone’ 대신 ‘Tombstone Blues’를 꼽았다거나, 스티비 원더의 그 많은 메가 히트곡을 제쳐놓고 1976년 앨범 ‘Songs In the Key Of Life’의 마지막 트랙 ‘Another Star’를 골랐다는 게 단적인 예다.
‘이게 대통령의 선곡이란 말인가!’라고 감탄할 만한 곡은 그 외에도 즐비하다. 힙합 뮤지션 모스 데프의 ‘UMI Says’, 인디 밴드 오커빌 리버의 ‘Down Down The Deep River’, 콜롬비아 살사 뮤지션 소노라 카루셀레스의 ‘La Salsa La Traigo Yo’ 같은 곡이다. 레이 찰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의 클래식은 워낙 재즈 팬으로 알려진 오바마인 만큼 당연한 선곡으로 여겨질 정도다.
한 나라 대통령이 추천하는 리스트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오바마가 리스트를 짜면서 고심한 이유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리스트를 그저 개인 취향에 의존할 리 없다. 책이건 음악이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방대한 목록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젠다를 설정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 리스트를 보면서 단순히 그의 음악적 식견이 아니라 그 속에서 엿보이는 어떤 흐름에 감탄한다. 문화적 소양을 과시하려는 정치인이 범하는 흔한 실수는 ‘척’이다. 예술적 혹은 비평적으로 중요한 작품만을 짚거나, 트렌드 혹은 상업적으로 유명한 작품만을 짚는 경우다. 전자는 고루하다. 후자는 유치하다. 오바마의 리스트에는 취향뿐 아니라 철학도 담겨 있다. 그의 연설에서 종종 언급되는 ‘위대한 미국’의 문화적 토대를 구성하는 예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먼저 다양성이다. 앞서 말했듯 장르와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이 모여 끊임없는 순환을 구축했고, 미국의 대중음악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체성이다. 자본의 기획 아래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토대로 만든 음악들이 리스트를 채운다. 혹은 송곳 같은 재능으로 아이돌의 틀을 깨고 나온 이도 리스트에 있다. 보이 밴드인 엔 싱크 출신으로 결국 미국 엔터테인먼트 중심에 선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좋은 예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시대 혹은 갈구하는 시대다. 인문학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오바마는 음악 리스트를 통해 이렇듯 인문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금의 미국이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바마 리스트’는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다. 어리사 프랭클린,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옛 가수들부터 콜드플레이, 플로렌스 앤드 더 머신 같은 최근 음악인들까지 망라돼 있다. 솔과 재즈, 록과 힙합이 공존한다. 더더욱 놀라운 건 유명 음악인의 음악일지라도 뻔한 노래, 즉 대표곡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 가수의 음악을 충분히 들어야 알 수 있는 노래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밥 딜런 하면 떠오르는 ‘Blowing in the Wind’나 ‘Like A Rolling Stone’ 대신 ‘Tombstone Blues’를 꼽았다거나, 스티비 원더의 그 많은 메가 히트곡을 제쳐놓고 1976년 앨범 ‘Songs In the Key Of Life’의 마지막 트랙 ‘Another Star’를 골랐다는 게 단적인 예다.
‘이게 대통령의 선곡이란 말인가!’라고 감탄할 만한 곡은 그 외에도 즐비하다. 힙합 뮤지션 모스 데프의 ‘UMI Says’, 인디 밴드 오커빌 리버의 ‘Down Down The Deep River’, 콜롬비아 살사 뮤지션 소노라 카루셀레스의 ‘La Salsa La Traigo Yo’ 같은 곡이다. 레이 찰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의 클래식은 워낙 재즈 팬으로 알려진 오바마인 만큼 당연한 선곡으로 여겨질 정도다.
한 나라 대통령이 추천하는 리스트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오바마가 리스트를 짜면서 고심한 이유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리스트를 그저 개인 취향에 의존할 리 없다. 책이건 음악이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방대한 목록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젠다를 설정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 리스트를 보면서 단순히 그의 음악적 식견이 아니라 그 속에서 엿보이는 어떤 흐름에 감탄한다. 문화적 소양을 과시하려는 정치인이 범하는 흔한 실수는 ‘척’이다. 예술적 혹은 비평적으로 중요한 작품만을 짚거나, 트렌드 혹은 상업적으로 유명한 작품만을 짚는 경우다. 전자는 고루하다. 후자는 유치하다. 오바마의 리스트에는 취향뿐 아니라 철학도 담겨 있다. 그의 연설에서 종종 언급되는 ‘위대한 미국’의 문화적 토대를 구성하는 예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먼저 다양성이다. 앞서 말했듯 장르와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이 모여 끊임없는 순환을 구축했고, 미국의 대중음악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체성이다. 자본의 기획 아래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토대로 만든 음악들이 리스트를 채운다. 혹은 송곳 같은 재능으로 아이돌의 틀을 깨고 나온 이도 리스트에 있다. 보이 밴드인 엔 싱크 출신으로 결국 미국 엔터테인먼트 중심에 선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좋은 예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시대 혹은 갈구하는 시대다. 인문학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오바마는 음악 리스트를 통해 이렇듯 인문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금의 미국이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