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요 음악도시 가운데 가장 자부심 충만한 도시는 어디일까. 물론 빈, 베를린, 파리, 런던, 밀라노 등도 만만치 않겠지만 필자는 독일 뮌헨이 먼저 떠오른다. 누구나 뮌헨 공연장에 앉아 옆자리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최고 오페라극장에 온 걸 환영한다!”거나 “자네는 지금 최고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소리를 한 번쯤은 듣게 될 것이다.
때로는 자만심 또는 위화감마저 감지되는 그 말이 은근히 부담스럽거나 고깝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곳의 높은 공연문화 수준을 생각하면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다만 한 가지, ‘콘서트홀’에 관해서라면 그 콧대 높은 뮌헨 사람들도 한 수 접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뮌헨에는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홀인 가스타이크 필하모니, 다른 하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이 주로 사용하는 헤르쿨레스 잘(헤라클레스 홀)이다. 전자는 1985년 개관한 현대식 콘서트홀(2387석)이고, 후자는 과거 왕궁 알현실이 전화(戰火)로 소실된 자리에 지은 고전적 콘서트홀(1450석)이다.
문제는 두 공연장 공히 음향이 좋지 않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탓에 BRSO 상임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는 시 당국에 새로운 콘서트홀 건립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10년 이상 별다른 진척 없이 시간만 끌던 건립 계획은 올봄 사실상 철회됐고, 당국은 기존 두 콘서트홀을 개축 내지 보완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런 궁여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7월 초 뮌헨을 찾았을 때 도시의 대표 연례행사인 ‘오페라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오페라나 발레 대신 BRSO 콘서트를 선택했는데,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첫째는 ‘리틀 얀손스’로 불리며 얼마 전 베를린 필하모닉의 차기 상임지휘자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의 진가를 가늠해보는 것, 둘째는 헤르쿨레스 잘의 음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평소 음반과 영상물로 접했던 넬손스의 음악은 활력과 감흥이 넘치지만, 다소 서두르는 경향도 있어 절도와 안정감은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연으로 만난 넬손스는 한결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그의 강점이라면 단원들과의 뛰어난 친화력을 연주에서 특별한 에너지로 전환, 발산할 줄 안다는 것인데, 그런 면이 연주곡인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과 아주 잘 어울려 기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물론 스승 얀손스가 다져놓은 BRSO의 훌륭한 앙상블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연주였겠으나, 영국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인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 클라우디오 아바도 후임으로 루체른 페스티벌 음악감독 자리를 차례로 거머쥔 넬손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헤르쿨레스 잘의 음향은 잔향이 과도한, 이른바 ‘목욕탕 사운드’여서 BRSO 특유의 정밀한 앙상블과 유려한 사운드를 충분히 선명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얀손스의 심정이 십분 이해되고도 남았다.
때로는 자만심 또는 위화감마저 감지되는 그 말이 은근히 부담스럽거나 고깝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곳의 높은 공연문화 수준을 생각하면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다만 한 가지, ‘콘서트홀’에 관해서라면 그 콧대 높은 뮌헨 사람들도 한 수 접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뮌헨에는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홀인 가스타이크 필하모니, 다른 하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이 주로 사용하는 헤르쿨레스 잘(헤라클레스 홀)이다. 전자는 1985년 개관한 현대식 콘서트홀(2387석)이고, 후자는 과거 왕궁 알현실이 전화(戰火)로 소실된 자리에 지은 고전적 콘서트홀(1450석)이다.
문제는 두 공연장 공히 음향이 좋지 않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탓에 BRSO 상임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는 시 당국에 새로운 콘서트홀 건립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10년 이상 별다른 진척 없이 시간만 끌던 건립 계획은 올봄 사실상 철회됐고, 당국은 기존 두 콘서트홀을 개축 내지 보완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런 궁여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7월 초 뮌헨을 찾았을 때 도시의 대표 연례행사인 ‘오페라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오페라나 발레 대신 BRSO 콘서트를 선택했는데,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첫째는 ‘리틀 얀손스’로 불리며 얼마 전 베를린 필하모닉의 차기 상임지휘자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의 진가를 가늠해보는 것, 둘째는 헤르쿨레스 잘의 음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평소 음반과 영상물로 접했던 넬손스의 음악은 활력과 감흥이 넘치지만, 다소 서두르는 경향도 있어 절도와 안정감은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연으로 만난 넬손스는 한결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그의 강점이라면 단원들과의 뛰어난 친화력을 연주에서 특별한 에너지로 전환, 발산할 줄 안다는 것인데, 그런 면이 연주곡인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과 아주 잘 어울려 기분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물론 스승 얀손스가 다져놓은 BRSO의 훌륭한 앙상블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연주였겠으나, 영국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인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 클라우디오 아바도 후임으로 루체른 페스티벌 음악감독 자리를 차례로 거머쥔 넬손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헤르쿨레스 잘의 음향은 잔향이 과도한, 이른바 ‘목욕탕 사운드’여서 BRSO 특유의 정밀한 앙상블과 유려한 사운드를 충분히 선명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얀손스의 심정이 십분 이해되고도 남았다.